이상한 논문 -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지적 수집품
산큐 다쓰오 지음, 김정환 옮김 / 꼼지락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지적 호기심을 뻥 뚫어줄 고품격 태클'이라는 수식표현을 붙여놓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어 보이는 소재였다.

 

'불륜남의 머릿 속','고양이의 치유효과','공원의 경사면에 앉는 커플에 대한 관찰','끝말잇기의 끝','가슴 출렁임가 브래지어 위치의 어긋남' 등등의 기묘한 제목들을 보고 있노라니 세상에 정말 이런 논문들이 있을까? 싶어질 정도였으니까. 열세 편의 논문은 일반적이지 않은 주제와 제목, 그리고 내용이 실려 있어 궁금증을 달궈대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처음과 달리 그 재미가 적정선에서 그만 멈추어져 버렸다. 마치 데워지던 물이 미지근한 상태에서 100도씨에 이르지 못하는 것처럼.

 

와세다 대학을 졸업, 동대학원에서 문학석사, 박사까지 마친 저자의 직업은 코미디언. '고메쓰부사쿄'라는 코미디 콤비로 활동하면서 대학 강사로 출강하고 있고 잡지 연재까지 하고 있는 다방면으로 재능이 출중한 인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가 소개하고 있는 논문들은 '세상에 이런 논문이??'라고 솔깃해질만큼 흥미로운 것들이었으나 이상한 논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태가 되어 버렸다. 100% 재미에 몰두하기에도 애매했고 인문학적 상식을 넓혀놓는다고 치부하기에도 어중간한 상태였다. 분명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는데...

 

문화적인 이해부족 때문이었을까. 페이지마다 하단에 각주를 붙여 열심히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부릿코 스타일,라쿠고가, 조몬시대 등을 기본적으로 알지 못했기 때문에 설명을 읽는다고해도 상상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일본 문화, 트렌드에 대한 정보가 없는 독자에겐 마치 웃음코드가 다른 미국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전할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제목처럼 소개하고 있는 논문들은 하나같이 이상한 논문이 맞다. 언제부터 연구의 주제는 무겁고 진중하고 발전적인 것에만 국한되어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 역시 편견이었음을 알려주는 반증이 바로 이런 논문들이 아닌가 싶다. 누가 끝말잇기의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에 주목해 연구를 한다는 말인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연구가 실제로 행해지고 있었다. 가위바위보 논문도 있다면 믿어질런지......!

 

이 논문들이 단순히 호기심 충족을 위해 연구되어졌는지 포스트 잇처럼 앞으로 유용하게 활용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적어도 '저쪽 동네에는 별난 사람도 다 있네'라며 웃음을 주는 동시에 재미를 이해해주길 바라며 소개한 저자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어졌다고 생각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약간 아쉬웠던 부분은 아예 재미를 주기위한 방향으로 좀 더 가볍게 쓰여졌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거다. 유쾌한 논문 사냥꾼이 소개한 13편의 논문은 그런 의미에서 약간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었다. '서프라이즈'(일요일 오전 M방송사 프로그램) 같은 놀라움을 기대했던 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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