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상식이다 - 아는 만큼 맛있는 뜻밖의 음식 문화사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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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드라마는 그냥 봐도 재미있지만 그 역사적 배경지식을 알고 보면 한층 더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 얼마전 한 요리 대결 프로그램에서 케찹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에 시청자도 방청객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일이 있었다. 몇달 전 요리 관련 책에서 읽어두어 놀랍진 않았지만 서양의 소스라고 생각했던 케찹부터 이러하니 다른 음식들 역시 찾아보면 이렇게 잘못 알고 있던 상식들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졌다. 그러다가,

 

 

 

음식 전문 칼럼니스트이자 음식문화 저술가인 윤덕노 기자의 [음식이 상식이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먹는 얘기는 언제나 즐거워~" 라고 외친 그의 말처럼 먹지 않고 보기만 했는데도 웃음이 터져나오는 책은 처음이었다. 음식에 대한 상식은 여러모로 유용하다. 처음 만나 어색한 사이거나 공통의 화제를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사람과의 자리에서 나오는 음식에 대한 상식이 풍부하면 재미난 대화로 그 첫 물고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25년간 기자생활을 하며 조사한 방대한 자료와 30여 나라의 취재 여행을 통해 덧입혀진 요리문화에 대한 스토리들은 신기하기 짝이 없는 진짜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어서 정신줄 잠시 내려놓고 즐겁게 메모해가며 읽어댔다. 간간이 카톡으로 서프라이즈한 내용들을 친구들에게 전하면서-.

 

 

 

패스트푸드점에가면 빼놓을 수 없는 프렌치프라이가 프리덤프라이로 불린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한민국에서. 왜 하필 프리덤프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을까. 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고 나선 프랑스에 대한 반발심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자유를 뜻하는 프리덤이라는 단어를 붙여 구내 식당 메뉴명을 바꾸어버렸을만큼 미하원의회는 프랑스의 태도에 불만이었다고하니 국회의원들의 속마음도 사람 속마음이구나! 싶어져서 그들에게서 사람내음이 난 것 같아 도리어 흐뭇한 웃음이 묻어나버렸다. 한편 비싼 요리의 대명사인 랍스터는 과거 가난의 상징이었다니 이 또한 재미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가 미국에 도착하고 2년 뒤, 플리머스의 플랜테이션 농장주 윌리엄 브랫포드는 정착민들을 향해 이런 연설을 했다고 한다.

 

 

 

P21  여러분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식사는 따뜻한 빵 대신에 물 한 잔과 랍스터 밖에 없습니다

 

 

 

라고. 최고의 만찬인데!! 싶지만 빵 대신 랍스터를 먹으라는 이 말은 근사한 요리를 대접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던 것이다. 브랫포드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훗날 랍스터가 흔히 먹을 수 있는 일용식이 아니라 특별한 날 선택하는 요리의 재료가 되었다는 사실은.

 

 

 

또한 흔히 먹을 수 있는 고등어는 그 이름의 어원이 '등이 둥글게 부풀어 오른 고기'라는 뜻이란다. 요즘 삼시세끼 어촌편을 통해 부시리, 거북손 등 익숙치 못한 바닷 생물들의 이름을 접하곤 하는데 고등어, 갈치 정도만 알고 있던 내겐 방청하며 새로운 생선의 이름을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익숙했던 고등어 역시 뒤적여보니 알지 못했던 재미난 사연들을 내포하고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사바'라고 부르고 중국어로는 '타이위나 칭화위'라고 불린다고 했다. 사바사바라는 부정적인 행위의 속된 말이 고등어의 사바에서 유래되었다니 이 또한 재미난 일. 낚이는 순간 죽어 살아서도 부패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 고등어를 두고 사람들이 붙인 말들은 흥미롭기만 했다.

 

 

 

그 외에도 여자 없이 살 수 없었다는 한무제가 정력을 위해 챙겨먹었다는 새우나 진짜 고향이 독일의 항구도시가 아닌 몽골이라는 햄버거의 과거도 들으면 귀가 솔깃해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이렇게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의 차이는 크다. 음식을 두고 어떤 레시피로 조리되었는지 맛은 어떤지 가격은 얼마인지 따지기보다 그 유래와 사연, 에피소드들을 챙겨 가서 먹는다면 맛나는 음식을 조금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테이블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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