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온 위베르 드 지방시 보그 온 시리즈
드루실라 베이퍼스 지음, 이상미 옮김 / 51BOOKS(오일북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사실 소장하고 싶었던 책은 보그 온 코코샤넬이었다. 워낙 그녀의 스타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옷장을 열면 샤넬의 옷이 가득하거나 그런 여자는 아니지만 심플하면서도 매혹적인 그 실루엣이 참 맘에 든달까? 그와 대조적으로 무언가 숨김이 많은 듯한 그녀의 인생은 "봄에 나는 없었다"의 애거서 크리스티의 모습 같아서 짠하기도 하지만.

 

 

 

 

우아함의 비밀은 바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다

- 위베르 드 지방시 -

 

 

 

일단 그 첫번째 북인 보그 온 "위베르 드 지방시"는 1927년 프랑스 북부 신교도 귀족  집안의 자손으로 태어난 귀공자 스타일의 미남자 위베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지금도 큰 키인 192센티미터의 거구 위베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이라 칭한 패션분야에 뛰어들어 40년간이나 머물면서 보여준 스타일은 샤넬과는 또 다른 의미의 심플함이었다. 편안하면서도 예술가의 눈으로 원단을 보았다는 그는 여성들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찾아내는 심미안을 가진 디자이너였으며 세월이 지난 지금 그의 드레스를 입는다고 해도 촌스럽거나 유행에 뒤지지 않는 현대적인 감각을 그 당시부터 뽐내왔다고 볼 수 있겠다.

 

스타일리시하다는 것. 화려하고 블링블링한 것과 대조적으로 인생을 바꿔줄 만한 자신감을 입게 만든다는 그의 옷은 우아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고급스러움을 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고혹적이다. 위베르 드 지방시. 자신이 이름을 브랜드네이밍으로 걸고 사업을 시작한 그는 1952년 2월 2일 몽소 공원 근처의 한 고딕건물에서 지방시 하우스 문을 열었고 첫 쇼부터 혁신을 거듭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예쁘고 우아하면서도 입기 편한 옷. 여성이라면 누구나 꿈꿔볼 꿈의 옷일 이 표현을 두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는데 만약 내가 10대나 20대에 그의 옷, 그의 이야기를 접했다면 공감할 수 있었을까? 싶어졌기 때문이다. 지금 나이때의 눈으로 바라보니 그 옷들의 우아함을 100%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져서다.

 

 

 

 

세련된 우아함,

시선을 집중시키는 완벽한 손질,

지방시는 옷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에 충실했다.

- 수잔 트레인 -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그 자리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를 둠으로써 평생 그와의 인맥을 이어나갔던 의리의 디자이너 지방시는 클래식하다는 것이 절대 지루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디자이너였다. 한 땀 한땀 정말 정성을 들여 만들며 그 완벽함으로 존경받았다는 그의 옷을 입어본 적은 업지만 그의 뮤즈 오드리 헵번을 통해 본 드레스들은 하나같이 멋지다를 연발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옷들이었기에.  길고 가벼운 스커트를 매우 좋아했다고 알려진 배우 오드리 헵번. 젊은시절부터 나이들어서까지 한결같이 그녀를 아름답게 빛나보이게 만든 요소 중 하나 역시 그의 옷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게 지방시의 옷은 마르고 길쭉한 체형에 어울리는 그런 옷 이라는 편견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난 다음에는 황금비율의 그의 스커트를 한벌 정도 소유하고 싶어졌다. 진심으로-.

 

1980년 가장 옷 잘 입는 남자로 선정되기도 했다는 지방시는 스타일과 전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낸 행운아였으며 오드리 헵번 뿐만 아니라 재클린 케네디를 통해서도 그 옷의 진가를 전세계적으로 보여준 멋쟁이이기도 했다. 유럽 디자이너들의 감성이 한 없이 부러우면서도 나는 그들의 일대기를 읽다가 잠깐 엉뚱한 상상에 빠져본다. 그가 막 활동을 시작해 명성을 얻어나가고 있던 1940년대~ 1960년대 사이 시간 속에 들어가 살아보면 어떠한 느낌일까. 하는-. 우리에겐 흑백의 사진으로 기록이 남겨진 그 시대는  살던 이들의 시선을 통해 보면 컬러풀한 시대였을텐데...바늘과 천을 양 손에 쥐고 무대 뒤를 뒤따르는 제일 어린 바느질 소녀가 되어 그 시대에 발디딤 해 보고 싶어졌다. 살짝이라도 좋으니......!

 

 

코코샤넬, 위베르 드 지방시,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랄프 로렌 의 이름은 우리에겐 익숙한 이름들이다. 브랜드 네이밍으로도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는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모아 <보그>만의 느낌을 담아 각각의 책으로 엮어만든 보그온 시리즈는 그래서 스타일북으로써만의 가치를 넘어선 그 무엇을 발견하게 만드는 시리즈북이다. 사람과 스타일. 뗄레야 뗄 수 없는 이 조합이 가장 멋지게 담긴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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