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녀, 난아
유시연 지음 / 도서출판 선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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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애고아로 부승지 강석기  대감댁에서 거두어 키우던  도림은 '난아'가 되어 명나라에 공녀로 받쳐졌다. 다섯 처녀들과 함께.

가난한 선비의 딸 솔이, 기생 딸 향이, 관노비의 여식 장미, 반촌 출신 삼월이, 양민의 딸인 막달과 함께. 하지만 장미와 막달은 조선에서 요동으로 요동에서 북경으로 가는 도중에 죽어 버리고 나머지 처녀들만 무사히 도착하여 뿔뿔히 흩어지게 되었다. 저마다의 운명을 모른 채.

 

그 중 난아는 분명 운이 좋은 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조숙했던 아이는 눈치도 빠르고 사리판별이 분명했다. 그런 난아는 서열 제 2위의 높은 환관의 양딸이 되어 양대감 집으로 들어갔고 귀한 대접을 받으며 지낼 수 있었다. 그의 전처가 되돌아오기까지. 뱀처럼 사악한 여인은 타인을 헤치면서까지 양대감의 재산을 탐내고 있었다. 남자와 통정하는 모습을 양대감의 조카 리빈에게 들켰으나 오히려 그를 위험에 빠트리고 살아남은 영악한 여인이었다.

 

p73  이 집안에는 비밀이 많아. 지하에도, 창고에도, 다락에도....난 두려워. 언젠가 그 비밀이 스스로 어둠을 뚫고 솟아오를까봐

 

비단 집안에만 비밀이 많은 것일까. 양대감 처의 모략으로 시집가던 중 몸종 동동만 남겨지고 모든 재물을 잃게 된 난아는 변방의  장수 마삼화에게 도착하였으나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10년의 고된 삶이었다. 어느 여인의 삶이 이토록 모질고 고될 수 있을까. 타국에 팔려온 것도 서러운데 그나마 호의호식하며 귀한 대접을 받는가 했더니 그도 잠시 다시 악귀같은 운명 속으로 빠져들고야 만 것이다. 동동과 눈이 맞은 마삼화는 10년 동안 정실부인인 난아를 첩 취급하며 부려 먹었다. 동동 역시 변했다. 남편을 뺏길까봐 미친 여인처럼 변해 난아를 괴롭히기에 이르렀고 결국 장사꾼 왕씨를 만나면서 그 시간을 지울 수 있었다.

 

원래 영특했던 여인인 난아는 장사를 배우며 세상을 떠돌며 자신을 잊고 삶을 잊어나갔다. 그러면서 주막을 연 향이를 만나고 귀한 황실의 여인이 된 솔이를 만나고 노예시장에 팔려온 삼월을 만났다. 게다가 어린 시절 같이 자란 난향 아씨가 소현세자의 비인 강빈이 되어 청에 들어와 살고 있었다. 비록 감시 받는 처지였지만 강빈은 밭을 일구고 장사를 하며 조선인들을 구명하기 시작했고 그 강빈의 곁에서 난아는 새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소현세자는 역사적으로 아비에 의해  제거된 불운의 아들이 아닌가. 강빈의 삶과 더불어 난아의 행복도 다시 멈추어 버렸으니 명청 교체기의 혼란기를 살다간 난아의 삶은 나라의 불운과 더불어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다가게 되었으나 그녀는 주어진 대로만 살지 않았다. 결코. 강하게 운명을 난도질 하진 못했지만 사람을 어르고 타인을 두루 살피며 감내해야만 하는 고통들을 삼키며 산 우리네 여인네들의 삶을 고스란히 다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좀 더 난아의 이야기가 들려주는 이야기식이 아닌 보여주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어떨까 싶어져 아쉬움이 살짝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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