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지붕의 나나 시공 청소년 문학 55
선자은 지음 / 시공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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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사는 것은 어렵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로망이다. 평범하다는 단어는 수수하게 들리지만 그렇게 살기란 참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비슷한 단어처럼 들리지만 '적당하다'는 것은 과연 괜찮은 선택일까. 생각에 자주 잠겨 별명이 '멍멍이'인 은요 생각엔 1,2등하는 것 보다는 4,5등 정도가 적당선이다. 여섯 명으로 구성된 멤버들은 모두 전교 10등안에 들지만 베프라고 부르기엔 어딘지 석연찮은 구석이 엿보인다. 가령 전교 3등하는 애는 여섯 명을 늘 의도적으로 모은다지만 이름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매서운 눈을 가진 것만 기억할 뿐.

 

사람들을 웃고 울리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어 글공부를 했다는 저자는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의 굳게 닫힌 대문을 떠올리면서 <빨간 지붕의 나나>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동화 속 은요는 별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인다. 어울리는 친구들이 있고, 성적도 우수한 편이며 가정 내 불화도 엿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은요에겐 분명 문제가 있다. 아홉살 무렵 유괴를 당했던 것. 그리고 그때의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는 것. 아홉살 은요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은요는 극구 말리는 엄마를 설득해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잃어버린 기억 속에서 자꾸만 불러대던 그 곳. 거기에서 은요는 '미친년'으로 불리는 '나나'를 찾아냈고 옆집 싸가지와 함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냈다. 나나 그리고 지워진 기억.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된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미소를 머금고 다가오는 사람의 뒷면이 가장 무서울 수 있다. <빨간 지붕의 나나>도 그랬다. 문을 연 순간, 알게 된 것이다. 다만 문을 열기까지 시간이 걸릴 뿐. 은요의 8년이라는 시간은 성장이 멈춘 시간이었다. 모든 것이 다 해결된 지금부터 진정한 성장이 시작될 것이다. 은요를 사로잡던 여자아이의 환영도 그렇게 끝이 났다. 이젠 어린 소녀의 모습이 아닌 어른으로 자라날 그녀이기 때문에.

 

열일곱의 소녀에게 이 모든 일들은 얼마만큼의 무게일까. 성인이라면 그 순간이 평생 끔찍한 상처로 새겨지겠지만 성장기의 소녀이기에 빠르게 딛고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어른보다 아이들의 치유의 힘이 더 크다는 것을 나는 믿고 있다. 그들이 품은 희망의 끈이 훨씬 더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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