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양영란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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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라는 이스마일 카다레의 소설을 나는 처음 접해보았다. 일본의 소설가나 중국, 미국, 기타 유럽의 베스트셀러 작가들과는 그래서인지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낯설면서도 어딘가 설익은 음식을 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맛이 풋풋해서 숟가락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 분명 작가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사고]는 특이한 소설이다. 추리소설도 아니면서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들고 관계를 규정짓게 만든다. 하지만 파고드는 형식이 아니라 알려주는 형식이라 약간 밋밋한 감도 없지 않았다. 공항으로 향하던 택시 한 대가 17킬로 미터 앞에서 추락했다. 운전기사는 살았지만 승객 두 명은 즉사했는데, 둘은 연인사이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소설은 시작되고 있었다.

 

 

갑자기 골짜기로 굴러 떨어진 택시. 그리고 살아남은 택시 기사의 증언, 알바니아 국적의 남자와 젊은 여자! 이들의 관계를 파헤치던 조사원이 마지막 일주일간의 행적 기록을 포기했다. 그리고 그는 평온해졌다. 호텔 외부에서 살해당한 로베나의 사체를 처리해야했을 베스포르 Y. 그리고 조사원의 끊임없는 의심은 소설의 재미를 놓치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마지막 몇 장을 두고 또 다시 헷갈려버렸다. 로베나가 살아있다니.....! 머리 색깔을 바꾸고 이름도 나베로로 바꾸고 살아가고 있다는 증언. 왜 그녀는 자신을 살해해야만 했을까.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도 잠시 떠올려 졌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로베나와 베스포르에게 집중해야만 했다.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오묘한 소설 이스마일 카다레의 [사고]. 과연 그의 다음 작품은 어떠할지 궁금한 가운데, 왜 르몽드 지가 그에게 유럽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라는 타이틀을 붙여줬는지 알 것만 같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야.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로 하여금 그 진실을 탐독하게 만드는 힘.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드는 힘. 그래서 안도감을 주지 않는 치밀한 계산력 등등이 그를 지적인 작가로 돋보이게 하는 것은 아닐까.

 

 

다 읽고 지인에게 선물하면서 "읽어보고 나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면 꼭 이야기해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보고 모두의 결말에 대한 느낌이 달랐듯 [사고]역시 그 결말에 대한 느낌이 사뭇 다를 것 같아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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