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고 배우고 익혀라 - 시대의 지성 16인의 터닝포인트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이종탁 지음 / 휴먼큐브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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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연예인]의 경우 인터뷰한 인물들을 다 알고 있고 그들의 행동과 생각들을 어느 정도는 알고 읽었기 때문에 쉽게 읽혀졌다면 반대로 [훔치고 배우고 익혀라]의 경우엔 시대의 지성 16인의 그 절반도 제대로 알지 못해서 말 그대로 배우고 익히며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나가는 동안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했다. 하지만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

 

처음 이 책을 접하게 만든 사람은 박경철 원장이었다. 국민멘토 안철수 교수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던 1인이었으나 점점 그 보다는 사람냄새가 더 짙게 나면서도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술술 잘 풀어설명해내는 구수한 박경철 원장이 더 좋아져버렸다. 그는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았고 그로인해 한결 여유로운 사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바르기만 하기도 어렵지만 이렇게 편안하게 다가서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기에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책을 펼쳐들었다. 20대엔 준비를, 30대엔 질주를, 40대엔 수확의 시기라는데 인생에서 인맥을 만들고 기회를 잡는 일은 30~40대에 이후에 시작된다는 말이 내겐 큰 용기가 되었다. 열심히 살아온 20대의 보상은 돈이 아니었다. 많이 벌었으나 모래알처럼 사라져버린지 오래고 한참 독하게 다시 달려야 할 시기엔 건강에 발목잡혀 버렸으니 절망도 이런 절망의 시기가 없었다. 그런 내게 이제 다시 시작하라고 등두들겨 준 이가 바로 박경철 원장이다. 김정운 교수의 말과 글이 웃음과 교양을 함께 심어주었다면 박경철 원장의 말은 용기와 삶을 되살려주고 있다.

 

그런 그가 다이어트를 했단다. 이 무슨 생뚱맞은 이야기인가 싶었더니 아침에는 단백질만,점심에는 지방을, 저녁엔 탄수화물을 섭취해서 살을 쏘옥 뺏다는 이야기인데 그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그는 목표를 세우고 남모르게 하나하나 실천해나가고 있었다. 예전에 할머니가 웃으면서 이루어내는 사람이 정말 독하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독하고 남에게 편안하고 관대해 보이는 사람.

 

 그런데 박경철원장 외에 그런 사람이 이 책 속에는 수두룩했다. 새박사 윤무부교수는 새들이 싫어해서 잘 씻지도 않는다고 했고 고시천재 고승덕 변호사는 승승장구하던 삶에 브레이크가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일과 국회에 왜 행정 국회의원이 필요한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조정래 작가나 가수 송창식 역시 이 책이 아니었다면 관심두지 않았을 사람들이라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들을 알 수 있는 의미있는 한 페이지들을 놓치지 않으려 두 눈을 부릅떠야 했다.

 

그리고 한 사람. 나는 이 지면을 통해 한 위대한 여성이 걸어온 길을 발견하게 되었다. 후남이의 일생을 보는 듯 살아온 이길여 총장. 그녀의 어머니는 뭔 벼슬했다고 미역국을..”이라는 말을 들으며 갓 해산한 며느리의 미역까지 바닥에 내동댕이질 쳐지게 만든 딸을 낳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그녀의 뒷바라지를 해 의사를 만들었다. 탄생부터 고난의 길이었으나 농촌출신 여성의사로 병원을 여섯개나 세우고 신문사와 대학까지 인수해 문화재단을 이끌고 있는 그녀는 대외적으로 유명하다지만 일반인인 우리에겐 낯설고 생소한 인물이었다. 가천대 총장인 그녀애 대한 삶을 같은 여성으로, 서민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이렇게 멋지게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한 여성을 알게 되었다는 면에서 소개해준 책에게 고맙게 느껴졌다.
박노자 교수의 특별한 삶도 책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 일이다. 러시아 출신 한국 귀화인이지만 노르웨이 대학교수로 재직중인 박노자 교수. 그의 입을 통해 듣는 [광장]이나 [빛의 제국]에 대한 분석도 놀라웠지만 이념도 표현도 거침없는 그 자세가 우선 부러웠다.

 

한국을 이토록 아끼는 그가 한국에서 머무를 수 없다니….

대한민국의 제도적 비효율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했고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에 남아 우리네 땅을 좀 더 발전시킬 수 있게 되어야 할텐데….라는 안타까움을 묻혀가며 읽어나가기도 했다.

 

시대 지성 16인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는 남다른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바르게 보고 숨김없이 표현하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에 힘을 키우고 나아가 사회의 모순들을 바로 잡아나가는 것. 그것이 이들을 통해 평범한 우리들이 이루어나가야 할 점이라는 것이다. 희망/성공/행복/열정의 키워드로 나누어져 있지만 사실 이들 모두에게 이 4가지 키워드는 다 포함되어 있었다.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성이 된 그들이 앞으로도 주욱 변함없이 바른 멘토로 남아주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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