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 엄마가 되다 - 개성 강한 닭들의 좌충우돌 생태 다큐멘터리
김혜형 지음, 김소희 그림 / 낮은산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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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 자라 서울에서만 살아본 녀석이 있다. 그래서 시골이 어떤지, 시골 삶이 어떤지 궁금하다고 말하면서도 시골에 가는 것을 겁내는 서울내기 녀석. 그 녀석을 볼때마다 이런 녀석이 시골에서 과연 며칠이나 살아낼 수 있을까 싶어지면서도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싶어지기도 했다. 재미있어 보였으니까.

 

15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 시골행을 택한 그녀는 마지막에 실린 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고했다. 왜 시골행을 택하게 되었는지.....50원짜리 병아리를 사 와서 정성으로 키웠던 70년 대의 희야가 세월이 흘러 시골에서 아이들과 함께 병아리와 닭들을 키우게 된 감동의 시간이 어떻게 주어졌는지 알게 한다.

 

하지만 시작은 희야가 아니라 지수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5년째 시골 생활을 하는 아이의 소개로 동화처럼 펼쳐지는 닭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정겹다. 마치 노란색을 캔버스에 확 뿌려놓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암탉은 마당으로 그토록 나오고 싶어했는데, 지수네 닭들은 자유롭게 살면서 인공부화가 아닌 자연부화의 행복감을 누리며 산다.

 

알을 품어 병아리를 깔 수 있는 암탉이 드물다니....!!!30년을 넘게 살면서도 몰랐던 일을 나는 닭을 키워보지도 않고서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람도 불임 때문에 걱정이라더니....환경이 어떻게 되어가길래 닭들 조차 불임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지....잠시 우울해졌다. 그래서인지 21일째가 되어 꽃순이가 알을 품어 자연부화를 시켰을 때는 같이 "만세"를 불렀고 제 새끼들을 잘 돌보는 꽃순이와 달리 제 새끼를 밟고 지나가는 얼룩이는 때려주고 싶을 만큼 미워지기도 했다. 귀가 열리라고 이름이 "귀여니"가 된 중병아리도 귀엽게 보였고 유기닭인 재수, 검은 고양이처럼 까맣고 예쁜 오골병아리도 마치 도시의 애완동물처럼 예쁘기만 했다.

 

그러다가 저체온증에 태풍 속에서 쥐의 습격까지 받았던 꼬질이의 봉변은 가슴아팠고 무녀리, 빨간발, 새내기, 순둥이, 졸졸이 등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귀소본능이 강하다는 병아리의 세월은 시골의 한가로움 속에서 평화롭게 지나갔고 3년 여에 걸친 닭과 병아리 키우기는 비록 직접 경험한 일들은 아니지만 저자 가족의 경험들이 마치 내것마냥 내것화 되어버렸다. 책 한 권을 다 구경하는 동안에-.

 

자급자족하고 불을 지피고 닭은 키워 알을 얻고 병아리를 까면서 배워나간 시골 생활이 바쁜 도시생활의 때를 벗기고 자연에서 배우는 귀한 삶을 가져다 주었다. 경험한 쪽에도 간접 경험하게 되는 쪽에도. 주말 농장이 먹거리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서는 키우기 어려운 동물들을 주말마다 가서 돌볼 수 있도록 활용될 수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삶은 가끔 많은 것들을 선물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 같은데도 그 지나침마다 감동을 남기고 흔적을 남긴다. 그 감동과 흔적을 하나 더 발견해 내면서 삶이 행복해 진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오늘 행복의 자락 하나를 또 발견했다. 이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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