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이 자라날 때 문학동네 청소년 4
방미진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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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등 뒤, 벽 너머 더이상 교실이 없는 3층.
똑똑똑.....
소리가 들려오면???


오싹한 단편 [하얀 벽]으로 시작되는 손톱이 자라날 때 기묘한 기운이 서린 소설모음집이다. 어린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그들만의 사회 속에서 부딪히고 살아가는 와중에 생길 수 있는 미묘한 두려움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투니버스에서 귀신이 가득한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분이 든달까.

세상에는 이상한 공간들이 있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곳곳에 널려 있는 그 공간들이 지영이가 아닌 주영이로 남는 꿈을 꾸게 만들고 사람을 흡수하는 하얀 벽이 되며, 손톱이 길게 자라는 환영을 보이게 만들었던 것일까.

빛의 기운이 강한 시간에, 사람의 기운이 드나드는 공간에서 쓰여진 단편들은 그래서인지 약간은 두렵고 잿빛인 색으로 읽는 내내 우리를 오싹거리게 만든다. 5개의 짧은 단편들 모두.

제일 처음 실린 작품은 [하얀 벽]이었다. 자신이 예쁜줄 알고 있어 주변 모두를 함부로 대하다가 결국엔 모두에게서 왕따를 당하고 마는 "나"는 절친 희진이 그동안 자신에게 악마의 편지를 넣어둔 친구임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벽에 흡수되어 사라진다.

[난 네가 되고]는 다른 작가들이 심심치 않게 써 온 소재인 체인지였는데, 지영이 쌍둥이인 주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였고, [붉은 곰팡이]는 한 가족이 떠밀리듯 기거하게 된 곰팡이가 핀 지하방에서 2년을 살아가는 동안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마음가짐조차 파괴되어가는 붕괴 과정을 곰팡이에 빗대어 보여주는 글이었다. "나라에서 하는 일이 다 그렇죠"라는 말로 일축시키는 태만한 공무원이나 대책없이 무기력하게 시간만 축내 가족을 사지로 내몬 무능력한 가장이 사회와 가정의 해악으로 등장해 파괴과정을 가속화 시킨다.

그에 비해 [손톱이 자라날 때]는 학교폭력을 큰 주제로 하고 속으로는 소심했던 유지가 미림,지나 등과 어울리면서 점점 더 폭력이 주는 즐거움에 근질거려하며 친구들을 괴롭히는 희열감에 빠져드는 이야기였다. 자라나는 손톱을 권력삼아 아이들을 겁박하고 자신을 두려워하면 할수록 손톱에 집착하게 되는 광기어린 이야기는 학교 폭력을 일삼는 아이들의 심리를 빗대어 생각하게 만드는 꽤 심각한 단편이었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고누다]는 두번째 이야기가 있음을 시사하며 끝을 맺는 단편이다. 고누다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소년은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을 겨누고 그들을 둘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리고 가짜는 진짜를 먹어버린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이미 죄다 가짜였음을 모른채 제꾀에 제가 넘어가 자신에게 먹히고 만다. 이 뒷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 미지수인 가운데 다섯개의 괴기스런 단편들은 끝을 맺는다.

소년 혹은 소녀들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을 둘러싼 가정과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채 세상을 저주하고 환경을 거부하며 벌이는 일들은 어느 공포영화보다 더 괴기스럽고 무섭게 느껴지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그들의 괴로움과 울부짖음이 더 크게 들려와 가슴 아프게 만드는 이야기들이었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보통의 성장소설과는 다른 맥락으로 풀려지는 이야기지만 분명 자람의 고통터널을 지나는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들린다면 이야기를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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