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기의 추억
박희섭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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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던 사람들이 투신하는 일이 파도처럼 일어나고 있었다. 이에 작가를 꿈꿔왔던 형사가 투입되는데 그는 중년의 우형근 경위다. 현재 홀홀단신은 그는 가끔 만나 즐기는 상대인 전유미를 제외하곤 경찰계에 투신한 상태다. 올인. 그의 인생은 개인적 삶은 없고 자신의 일이 주된 삶이 되어버린 남자 중 하나다. 그래서 스스로도 꽤 나이차이가 난다고 생각되는 서른 하나의 유미와의 미래를 꿈꿔본 일이 없다. 그저 떠나가면 떠나가는대로 붙잡을 수도, 생각도 없는 관계일 뿐이다. 

그런 그에게 가족이라면 오래전 자신과 형을 버리고 떠나간 바람둥이 아버지가 아니라 강계장, 마경장 등일텐데 2계소속인 그들은 요즘 툭하면 사고다. 그래서 우경위는 그들의 뒤치닥거리로 바쁜 와중에 투신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유영철. 만 20세. 아파트에서 투신한 청년은 충동적 투신으로 수사가 마무리 되었지만 우경위는 이 사건이 찜찜하다. 유영철의 사건을 필두로 투신자살이 이어지자 전날 그들이 했던 게임이 수상쩍게 느껴져 강계장이 투입되어 게임을 진행해나가지만 그도 곧 위장임을 잊고 아파트에서 투신해버렸다.  "지옥의 여신"이라는 게임 속에 무엇이 들어 있기에 최면에 빠진듯 고층에서 뛰어내리게 만드는 것일까. 

애초에 지옥의 여신은 어른들이 만들어낸 죽음의 게임이었다. 집안에만 틀어박혀 외로움과 고독을 사이버 세상에서 잊으며 그들은 위안을 얻지만 곧 그 위안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투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끝끝내 살인범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실마리만 주어진채 소설은 끝이나버리지만 작가는 처음부터 소설을 추리형식으로 이끌어가지 않았기에 범인보다는 왜? 에 집중하게 된다.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면 차라리 이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요코미조 세이시나 제프리 디버의 추리소설처럼 범인을 뒤쫒는 이야기로 전개되었다면 더 재미를 부여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어진 점이다. 

백악기의 추억은 제목만으도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느낌이 좋아 읽기를 선택한 작품이었다. 또한 읽는 내내 유치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없어 끝까지 기대치를 낮추지 않고 읽어도 좋을만큼의 작품이기도 했다. 다만 엔딩에 대한 아쉬움과 전체적인 방향이 살짝만 각색된다면 더 요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멋진 읽을거리로 부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두 가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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