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슈즈 2 높은사다리문고 11
노엘 스트릿필드 지음, 이승숙 옮김, 한수진 그림 / 기탄출판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추억은 아름답다. 언제나 꿈꾸게 하는 추억이라면.

50원, 100원씩 모아서 책값에 도달하면 나는 미니저금통을 들고 서점으로 뛰어갔었다.

쪼그마한 꼬맹이 시절 그렇게 나는 서점에서는 누구나 알 수 밖에 없는 유명한 동네 꼬맹이였다.

내게 한권씩, 한권씩 내 손으로 리스트를 작성해가며 사 모은 책들은 아직 고스란히 나의 서재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손때가 잔뜩 묻은채로-.

 

나는 책을 아낀다. 내 방식대로-. 책에 따라-.

포스트 잇이 덕지덕지 붙어 비만이 되어 있는 책, 주근깨처럼 깨알같은 메모가 가득한 책, 접어 놓은 페이지가 많은 책, 빳빳하게 다려 놓은 것처럼 깨끗하고 소중히 다루는 책, 인덱스로 각장을 구별해 놓은 책, 등등...

일률적이진 않지만 책의 성격에 따라 나는 내 방식대로 책을 아낀다. 무척이나-.

 

한권한권이 다 소중하지만 꼬맹이 시절 즐겨 읽던 책들은 요즘 책들에 비해 내용은 빈약하고 유치해도 그 꿈만큼은 월등히 뛰어나다. 마치 피터팬의 마법 가루처럼. 오래된 내 책들은 여전히 나를 꿈꾸게 만든다.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의 소재가 되면 참 좋겠다 싶은 책들도 많다. 며칠전에는 그 중 핑크사탕같은 책을 한권 꺼내 들었다.

 

L.힐의 <핑크빛 발레슈즈>

 

발레와 성공에 관한 일본만화는 많이 봐 왔다. 하지만 이 책은 그들 보다 짧고 그리고 훨씬 달콤하다.

세바스찬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건방지고 재수없지만 한없이 다정한 사람.

 

이레느는 파리지엔이다. 파리의 도시에서 살아왔고, 머릿속은 온통 발레생각으로 가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맡아줄 이 없는 파리를 떠나 시골인 툴루즈를 향하고 있다. 큰아버지 식구들이 있는 곳으로.

7월 그 기차에서 운명의 상대인 한 소년을 만난다. 그의 이름도 모른 채 그에게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는 이레느. 떠나기 싫은 파리를 출발해서 낯선 친척에게 맡겨져야하고, 죽기 보다 싫은 발레와 헤어져야 하는 한심한 처지에 놓인 이레느가 마주친 소년은 호기심 많고 자신감 당당한...어떻게 보면 좀 건방져 보이는 소년이었다.

 

그런 소년을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사촌 이레느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가출을 시도하던 어느 새벽녘.

사촌의 집 담장에 걸터 앉아 있을때였다. 이레느가 도둑인 줄 알았던 소년은 그 특유의 재치로 이레느를 다시 집으로 되돌려 보내게 되는데, 알고보니 그 소년은 사촌인 앙리에트의 외사촌 세바스찬. 다행인 것은 세바스찬은 앙리에트의 천적이라는 것. 세바스찬이 앙리에트를 말 한마디로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때마다 얼마나 만세를 불렀는지. 또 다른 사촌 카롤리느와 이레느, 그리고 세바스찬 삼총사는 앙리에트를 빼고 셋이 똘똘 뭉쳐다니면서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다가 세바스찬의 반주로 다시 시골의 자선 무대에 서서 발레를 하게 된 이레느는 뜻밖에 유명한 스승 마담 바이레와 만나게 되고 바이레 부인의 주선으로 동경하던 오페라 극장의 입학생이 될 수 있었다. 안개 속에서 역까지 동행하며 마중해준 세바스찬에게 감사하면서.

 

오페라 극장의 작은 쥐(연습생)이 된 이레느는 재능있는 발레리나들 속에서 노력하고, 좌절하고,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는 등 바쁘게 지내면서 베르나르라는 멋진 파트너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심술쟁이 마르셀로 인해 정단원도 되지 못하고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그 어떤 역도 맡지 못한 채 다시 시골에서 방학을 보내야 하고.

 

다시 내려온 툴르즈에서 기다리는 것은 이젠 더이상 낯설지 않은 툴르즈 가족들과 성장한 청년 세바스찬.

변호사가 되기를 원하는 아버지로 인해 고민하던 세바스찬은 결국 음악가의 길을 택하게 되고 삼림 심포니를 작곡하는 등 성장하고 있었다.

파리의 이레느처럼-.

 

그리고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하는 세바스찬.

하지만 세바스찬이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자기 도취자일뿐이라고 웃어넘긴 이레느.

 

한편 툴루즈에서의 즐거운 시간이 흘러가는 도중 이레느는 파리에서의 전화를 한통 받게 되는데...

 

크리스마스 공연도중 부상당한 멤버를 대신하여 2개의 역을 맡게 된 이레느.게다가 파트너는 베르나르라니.

다른 무엇보다 발레로 머릿속이 가득찬 이레느는 서둘러 파리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이런 이레느에게 세바스찬은 화를 내고 만다. 

자신의 연주회에 참석해주지 않는 이레느에 대해. 그리고 이어지는 세바스찬의 고백.

 

"사라이라크에서 돌아오는 길에 말했었지?나는 이미 사랑에 빠졌다고.

그랬더니 너는 '자기자신'이라고 했었지만 그렇지 않아. 바로 너야.

너를 처음 만났을때 알았어. 앞으로도 많은 여자를 만나겠지만,

이런 여자는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나에게 있어 너는 절대적인 존재였어......

그렇지만 지금은 다시는...너의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아."

 

18살의 세바스찬의 고백을 뒤로하고, 결국 이레느는 파리로 향한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끝나고. 파리의 바쁜 생활 속에서 이레느는

자신을 잊고, 툴루즈를 잊고, 세바스찬을 잊고....

오로지 발레속으로,,,,발레만의 세상으로 나아가면서 점점 위를 향해 나아가고..

콘서트의 성공으로 콘세르바트와르(국립 음악학교)에 입학해 파리에 와 있다는 세바스찬의 소식은

가끔 전해오는 사촌 카롤리느의 편지속에서 전해들을 뿐이다.

 

이런 이레느에게 도약의 기회가 전해진다. 어느날. 운명처럼.

백조의 호수공연의 프리마 발레리나 자리를 제안 받는 것.

발레단원일뿐인 신인 이레느에게는 부담일 수 밖에 없능 자리지만 이레느는 수락하게 되고

32회 연속 피루엣을 실패없이 성공적으로 마치고 관객들의 박수세례를 받기전까지

파트너 베르나르와 피나는 연습에 연습의 나날을 보낸다.

 

공연 후 사람들을 피해 밖으로 나오던 이레느는 어두운 계단 아래에서 어른이 된 세바스찬과 마주치고.

 

"마지막으로 내가 한 말 기억하고 있니? 너를 만난 순간 느꼈어. 인제 이런 여자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너는 절대적인 존재다라고 말했었지. 너와 헤어진 후로 여러 여자를 만났지만.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어.

나에게 있어 너는 절대적인 존재야....이제 헤어지지 말자. 이레느-."

 

 

짧은 문고판 2권으로 끝나는 이야기지만.

아주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라서 가끔은 이 책을 꺼내 읽으면서 책을 처음 구입했던 13살 무렵을 떠올린다.

누군가를 사랑하기보다는 사랑 그 자체에 몽환적이었던 나이.

세바스찬처럼 까칠하면서도 다정한 사람과의 사랑을 조용히 꿈꿔보면서 부끄러워 했던 조그마한 어린 시절을.... 


 

 

* L.힐의 [핑크빛 발레슈즈] / 해당 서적이 없어 비슷한 제목의 책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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