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사건
위화 지음, 조성웅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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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위화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그의 작품 [인생]을 통해서였다. 문학성과 깊이. 이 둘에 감명받았던터라 그의 이름이 머릿속에 머물러 있었는데, 그래서 다음 작품 읽기에 고심하고 있었다. 

감동받은 작가의 다음 작품 읽기에 따라 그 작가에 대한 믿음이 굳혀지기도 사라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4월 3일 사건]은 단편모음으로 그 절반정도의 성공과 실패를 가져다 주었다고 보여진다. 

기대작이었던 4월3일 사건은 내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정작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불안감만 가중 시킨 채 드디어 공포의 내일이 다가왔다는 시간적 상황 속에서 끝나버린다. 불안함만 가득한 채 정작 무엇에 대한 두려움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소년이 두려워했던 것은 결국 무엇이었을까. 음모자체가 모호해서 그저 두려움만 느끼다 읽기를 끝내야했던 4월 3일사건과 자연재해를 담은 여름태풍, 아이의 시선으로 꾸며진 조상 등등은 그다지 코드가 맞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작품이 이 세 작품의 실망을 만족으로 끌어올렸는데 바로 [어느 지주의 죽음]이었다. 

기대했던 위화스러운 작품이면서도 인간의 치졸한 밑바닥까지 긁어낸 소설이기에 칙칙함에도 불구하고 분노 속에서 작품을 향해 박수를 보내게 되었다. 분노했던 까닭은 중국의 역사가 우리의 역사와 별로 다르지 않은 교착점을 지닌 중일전쟁 시기의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늙으면 변도 함께 늙는다는 재미난 문장을 뒷받침하듯 늘 밖에서 볼일을 보던 늙은 지주는 부쩍 볼일보기가 힘겹다. 그런 그에게 대를 이을 유일한 아들인 작은 지주는 자발적으로 일본군의 압잡이가 되어 그들을 전혀 다른 곳으로 이끌고 죽음을 맞이한다. 거국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은 아니었으나 아들의 죽음뒤 자신도 벌판의 똥통 옆에서 죽어간 늙은 지주. 전쟁중 서서히 져가는 중국을 의미한 것은 아닌지 눈여겨 보게 되었다.  게다가 65세 할머니도 마다치 않고 겁탈하는 일본군의 인면수심적 행동에 대한 묘사부분에서는 우리네 여인들의 치욕이 떠올라 함께 분노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다. 

밝고 재미난 작품들이 읽고난 다음 즐겁기는 하지만 문학적 깊이가 있고 인간에 대해 끊임없이 파헤치고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들 역시 책읽기를 좋아하는 독자에겐 소중하다. 단편이지만 [어느 지주의 죽음]이 실린 4월 3일의 사건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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