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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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지민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녀의 [모던보이]를 보고 홀딱 반한 이후에 그녀가 쓴 모든 글들에 대해 흥미가 생겼는데, 그 어떤 경우에라도 그녀는 자신만의 유머를 발견해내는 재간둥이였다. 그래서 그녀의 모든 글은 내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 주머니 같다.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는 다소 긴 제목의 소설은 아쉽게도 단편모음집이다. 한권짜리 긴 장편을 기대했지만 그닥 실망스럽지 않은 까닭은 이지민표 특유희 달달하면서도 재미난 포장이 입혀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카프카만큼 나쁜 남자를 사랑했던 것이다. 여자에게 헛된 꿈을 꾸게 하는 남자는 나쁘다. 

로 시작되는 이 문장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까닭은 소위 희망고문이라고 불리는 이 헛된 꿈을 여자로 하여금 꾸게 만드는 나쁜 놈들이 세상에 많음을 알고 있는 한 여자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어쩜 그래~라는 식의 여자들끼리 모이면 반복되는 수다 속에서도 이런 남자는 늘 등장했다. 하지만 역시 이지민 다웠다. 그들을 꼬집어 내기보다는 쿨하게 그 남자를 보내버린다. 아무런 상처없이 그저 순리인듯하게. 그래서 깔끔해져버린 단편을 시작으로 해서 성형을 일곱번 한 여자 이야기나 아내를 분홍색 키티라고 규정짓고 핑크 유전자를 가직 태어났음직한 아내의 가출이 실린 이야기도 그 본연의 재미는 잃지 않는다. 적당히 심각해지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들을 읽고나서도 우리는 가슴답답함을 느끼지 않아서 좋다. 

그 중 가장 재미나게 읽었던 단편은 어쩌면 가장 심심하게 보였을지도 모를 [오늘의 커피]였는데, 사회생활에  사람에 찌들어 창업을 꿈꾸는 20,30대의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옥의 꿈은 애초에 조용한 카페를 열기를 희망했었다. 고정 단골이 있고 고정수입이 되며 사회생활에서 묵은 때를 확 벗겨내고 우아하게 살게 될 그런 희망. 하지만 카페 이녹은 처음부터 삐그덕댔고 결국엔 명소가 되었지만 주인없는 무인카페로 유명해지고 말았다. 허무하지만 자기것화 할 수 없는 그 현실 앞에서 인옥은 주저앉아 울지도 좌절하지도 않았다. 그저 가슴 한쪽을 쓸어내리고 담담해져버렸다. 그래서 더 어른스럽게 보일지 모를 이 단편이 나는 좋았다. 

요시모토 바나나가 "치유"의 글을 쓴다면 이지민은 "변신"의 글을 쓴다는 평을 평을 붙이면 평론가들의 평과 달라질바 없을 것이다 . 그 보다는 독자가 좋아하는 이지민표 소설에는 적당함과 달달함이 웃음과 함께 포장되어 있어 좋았다. 그녀의 글을 몇차례나 읽어대면서 내가 늘 좋아했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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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2010-11-19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마법사의도시님!^^ 알찬 서재 잘 구경하고갑니다
저는 이음출판사에서 나왔어요~
저희가 이번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연일 차지하여 화제가 되고있는 도서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한국판 출판 기념으로 서평단을 모집하고있거든요^^
책을 사랑하시는 마법사의도시님께서 참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덧글남기고가요
저희 블로그에 방문해주세요~! :)

마법사의도시 2010-11-19 17:53   좋아요 0 | URL
댓글이 정상적으로 남겨지지 않아 포기했답니다. 서평단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