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3세 만화로 읽는 셰익스피어 시리즈 4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주혜 옮김, 패트릭 워런 그림 / 좋은생각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욕망의 불꽃]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철공소집 둘째딸 윤나영은 필요에 의해 스스로를 악하게 몰아가는 여인이다.  같은 환경 속에서도 선택에 따라 인간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은 나영 자매의 다른 삶이 잘 보여준다. 결국 행복은 많이 가진 자의 것도 사회적으로 명예로운 자의 것도 아닌 듯 했다. 특히 나영의 시가 식구들을 보면 가정에 돌아와서도 편히 쉬지 못하고 이익을 위해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모습들이 보여진다.

그 속에서도 불행해하기 보다 욕망을 위해 점점 더 손길을 뻗는 그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리처드 3세]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처드 3세.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어려서부터 즐겨 읽던 것들이 지겨울 만큼 익숙하게 느껴졌는데도 나는 리처드 3세라는 작품을 알지 못했다. 결국 이야기의 탐독에도 틀이 있었음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고 혹시나 모를 다른 작품들까지 찾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출생년도에서부터 최후 유언장까지 숨겨진 이야기가 많은 이 이야기꾼이 바라본 리처드 3세의 욕망의 화신이었다.  노트르담의 종지기처럼 곱사등에 악마같은 흉측한 얼굴의 사내는 그 누구보다 강한 성공의지를 가지고 태어났는데, 영악하고 술수에 강했던 그는 피바다를 지나 대영제국의 왕관을 머리에 얹게 된다. 하지만 영웅이나 황제의 근엄함 따위는 어울리지 않을 악마의 자식같은 음울함이 처음부터 끝까지 강하게 묘사되어 있고 그림컷의 면면마다 그가 나타날때면 스크린톤이 한톤 정도는 더 무겁게 입혀진 듯한 착각이 일곤했다. 

평범한 인간들의 내면에도 괴물이 한 두 마리쯤은 숨어 있다는데, 숫제 하이드 같은 이 사내의 검은 속내는 그 자신조차도 판가름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글로스터 공작이었던 리처드는 형과 조카들,신하들,심지어는 억지로 얻은 아내까지 숙청하는데 망설임이 없었으며 그의 야심에 반하는 인물들을 차례차례 제거하여 12년에 왕이 되었지만 세조처럼 찬탈왕위를 지키는데는 미흡했는지 그 역시 후일 헨리 7세가 되는 리치먼드에게 제거당한다.

마침내 케퓰러와 몬타규의 화해가 이루어지듯 오랜 세월 "장미전쟁"이라 불리는 싸움을 해온 랭커스터가와 요크가 사이의 장미전쟁이 엘리자베스와 헨리7세의 결혼으로 마침내 그 유명한 튜더 왕조의 시작점을 열게 된다. 어딘지 그림이 참 익숙하다 느껴지는 패트릭 워런의 그림 속 리처드 3세는 너무나 무섭게 그려져 전설의 고향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는데, 인물에 대한 기본 지식없이 살펴본 [리처드 3세]는 그 빠른 전개로 인해 생략된 부분이 많아 먼저 공부하고 보았다면 좋았을 것을....이라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너무나 훌륭해서 셰익스피어 원작이라는 타이틀을 굳이 붙이지 않고서도 충분히 어필될 스토리 라인이었으며 고전을 뛰어넘어 새로운 감각으로 야만의 시대를 구경하는 기분을 만끽하게 만든다. 1471년.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전쟁 속에서 리처드 3세는 그 짧은 기간의 왕좌가 만족스러웠을까. 왕이 된 그에게 남겨진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시대의 악당 한 명과 마주하고 있다. 여전히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