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TV드라마 신인상 수상작품집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 엮음 / 시나리오친구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쥐새끼처럼 좀도둑질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남자 장종구. 그는 서른 살이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인간이 아니라 가끔 훔치며 살아가는 남자다. 그런 그에게 자신 외에는 중요한 것이 없었는데, 39살의 가장 김현수가 연탄배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동화되다가 발목잡히게 된다. 운명은 그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이 가족을 만나게 만들었나보다. 

먼저 실린 [연탄]은 총 82씬으로 이루어진 대본이었다. 좀 칙칙하지 않을까 했는데 익는내내 속도감이 붙어 참 빠르고 재미나게 읽었다. 특집극 분위기가 날까 싶었는데 읽고나니 특집극보다는 일반 단막극이나 문학관으로 찍혀보내도 손색이 없겠다 싶어졌다. 물론 시대상을 반영하는 부분이 좀 더 보완이 된다면 말이다. 

좀도둑 장종구는 김현수 가족과 마주치면서 인생이 틀어진다. 훔쳤던 트럭도 그의 연탄배달에 사용하도록 빌려주고 기분이 좋아진 장종구. 하지만 운수좋은 날의 주인공처럼 그의 좋은 기분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훔친 트럭인 것이 들통나 엉뚱하게도 뒤집어쓴 김현수가 감옥에 가게 될 형편이 되었다. 말할까? 도망갈까? 모른척 할까? 좀도둑의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오가고 있었을까. "가족"과 "희생"에 대한 개념이 없던 처음의 장종구라면 그냥 모른척하거나 도망가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변했다. 그리고 자신의 죄를 스스로 책임지기로 했다. 그리고 그 책임감 뒤에 가족이 생겼다. 그에게.

연탄은 여러모로 참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대본이었다. 

그 뒤에 실린 작품은 [삼거리 야식]이었는데 총 77씬의 이 작품은 마지막을 제외하고는 재미나게 읽고 있었다. "정"을 따라 흘러가는 인생이라는 작품의도가 좋아 신나게 읽기 시작했는데 왠일인지 마지막에 노처녀 혜순의 선택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엄마의 뒤를 이어 야식집을 하는 혜순은 낮일하는 남자를 찾아 결혼하고 평범하게 사는게 꿈인 35살이다. 그런 그녀에게 재산이 목적이었던 나쁜 놈 만호가 떠나고 충식이라는 멋진 스포츠맨이 나타났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혜순은 이제 삼거리 야식을 정리하고 충식과 결혼하면 되는데, 충식의 시골 부모님들께 인사가기로 한 날 혜순의 생각이 바뀌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 사건을 계기로 혜순은 충식을 거절하고 삼거리 야식으로 돌아왔다.삼거리 야식은 이미 손님들에겐 사라져서는 안되는 소중한 공간이었기 때문이고 혜순이 이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렇게만 보면 혜순의 마음이 이해되어야 하는데, 대본을 읽고나서도 나는 혜순이 돌아오는 결정이 올발랐는지에 대한 동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혜순. 장사가 지긋지긋한 서른 다섯. 그토록 삶에서 벗어나길 바랬을 그녀가 자신에게 좀 더 이기적인 결정을 해도 좋지 않았을까.싶어졌다. 물론 드라마이기에 그랬다간 사단이 날 테지만 드라마의 구성을 떠나 그녀가 주인공인 그녀의 삶의 관점에서 보면 그녀가 꿈을 포기하고 다시 삼거리 야식에 눌러 앉기엔 계기가 너무 약하지 않았나 싶어지는 것이다. 나는 읽으면서 혜순이 좋아졌나보다. 대본보다는 그녀가 더 걱정이 되니 말이다. 

두 편의 단편은 단막으로 읽기에 무리가 없을만큼 재미있다. 물론 기성작가들의 긴 대본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두 대본의 작가들이 하루빨리 멋진 대본으로 우리를 다시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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