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
로베르토 파치 지음, 전영미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conclave. 콘클라베는 "열쇠로 잠긴 방"이라는 뜻이다. 라팅어로, 가톨릭 교회의 교황 선출 선거 방식을 의미하며 선거에 참여하는 추기경들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곳에서 선거를 진행한다.  이미 콘클라베는 대중들 앞에 많이 드러나 있다. 여러 작가들에 의해 소설화되고 영화화 되었기 때문이다. 굴뚝으로부터 흰연기가 나올때까지 수차례 계속되는 검은 연기의 향연. 그 지루함이 끝나고나면 가톨릭은 가장 지지받는 수장을 얻게 되는 것이다. 

흔히 종교라고 하면 순교와 희생, 봉사를 떠올리기 쉽상이지만 이젠 종교도 정치권력이 배여있는 집단임을 어른이 되면 이해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모임 속에는 반드시 그 권력구도가 생성되며 종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어른이 되어 있다. 

로베르토 파치의 소설 [콘클라베] 속에서도 역시 그러하다. 가장 희생적이면서 믿음,소망,사랑을 실천할 하나님의 숭고한 종을 뽑는 의식이 아니라 저마다 자신들의 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추기경을 천거하고 반목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이래서는 새 교황의 선출을 알리는 하베무스 파팜이 공표될리 없었다. 

127명의 추기경들이 모두 투표를 하면 좋겠지만 그것도 그럴 수 없는 것이 80세 이하의 추기경들이 모이다보니 건강상의 이유를 핑계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인원들도 속출했다. 124명이 투표해 참석했던 11회차 투표 결과도 무산되면서 12회차 투표를 준비하던 추기경들은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했다. 반드시 이탈리아에서 교황이 선출되어야 한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해오던 알폰소 체리니 밀라노 대주교나 교회에서 반대하는 마술에 심취한 레오폴드 탄자니아 주교, 회의에 불참하곤 하는 압둘라 조셉 레바논 주교 등등 많은 개성있는 대주교들이 모인 가운데 의견일치의 길은 멀고도 험해 보였다. 

하지만 콘클라베 도중 이상현상들이 계속되고, 결국 투표절차 없이 만장일치로 에토레 말베치 토리노 대주교가 교황으로 선출되는 마지막 장면에서 작가는 기적같은 장면을 상상했었던 것 같다. 투표도 없이 모두의 마음에 신심이 일어 동의하는 장면. 하지만 반대로 그 장면이야말로 글로 읽는 순간 가장 모순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시종일관 지루하게 이어지던 콘클라베의 끝이 결국 이렇다니...허무감까지 밀려왔다. 댄 브라운 식의 종미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좀 더 숭고한 결말을 기대했었는데, 역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기에 작품에 대한 실망이 밀려온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여자로서는 절대 알 수 없을 콘클라베에 대한 좋은 지식들을 이 책을 통해 얻는다. 그리고 상상해 본다. 상상이 진실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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