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스페셜 에디션 1
김진 지음 / 이코믹스미디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김진의 장편소설 바람의 나라. 만화나 게임으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사실 원작이 완결되기를 기다렸던 작품이었다. 중간에 읽기를 그만두었으니 완결되었는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어떤 결말이든 역사적인 암울함을 이미 알고 있으니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은 분명했다. 연이 죽으면서부터 사실 이 이야기는 빛을 잃었다. 


처음 이 만화를 접했을 때가 중학생때였던가...아마 그랬을 것이다. 아름다운 꼬맹이 신랑신부가 그려진 브로마이드가 탐나서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만화잡지를 사러 갔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 방에 커다랗게 붙여놓았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았던 기억도 함께 하고 있다. 역사의 반은 밝혀진 것에 있고 그 나머지 반은 상상 속에 있듯이 그들의 역사도 그러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적절했던 그 가슴 시린 제목 "바람의 나라"는 감수성 예민했던 중학생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애절했던 무휼과 연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햄릿처럼,리어왕처럼 대물림 할 수 밖에 없었던 비극의 아비와 아들의 삶. 그들은 닮아 있어 어울릴 수 없었고 또한 다르기 때문에 이질적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연은 무휼의 하나밖에 없는 아내지만 정식부인이 아니다. 그녀는 차비로 들어왔다. 고구려태자인 무휼의 정비자리를 부여출신의 공주 연에게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비록 정략결혼이었지만 열살이 조금 넘은 아이들에겐 그 이면의 의미보다는 그저 당황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언제나 다쳐서 돌아오는 무휼을 어느새 사랑하게 되어버린 연에게 궁의 생활은 좀처럼 익숙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런 것이 언제나 아들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난 것처럼 보이는 시아버지 유리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모수와 유화의 자식으로 고구려를 세운 주몽은 뱃속의 자식 유리에게 부러진 칼날만을 남긴채 찾아오라고 이르렀고 세월이 흘러 그를 찾아간 유리는 아비의 처, 소서노의 두 아들을 제치고 왕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왕이라는 자리에 위태로움을 느껴야했고 스스로 강하고 엄격한 왕으로 거듭났다. 왕좌를 탐내는 이들을 제거하는데는 아들이라도 스스럼이 없었다. 그의 망상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큰 아들 도절태자는 약으로 자결하였고, 둘째 아들 해명태자는 졸본에서 죽으라 명을 받고 자결하였고, 어린 아들 여진은 비류수에 빠져 익사하였다. 


바람의 나라는 여진이 비류수에 빠져 죽는 날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아비의 마음과 왕의 마음, 이렇게 두개의 마음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으며 갈등의 시작과 파국의 시작을 동시에 알릴 수 있는 좋은 시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블랙홀에 빠져들듯 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상권은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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