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없는 검사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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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시리즈 중 '검사 시리즈'는 미안하게도 제일 좋아하는 시리즈가 아니다. '히포크라테스 시리즈'나 '변호사 시리즈'의 다음 권들이 변역되길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 두 시리즈에 비해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지 재미가 떨어지는 이야기들은 아니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인만큼 정신없이 탐독하게 되는 건 두 말하면 잔소리. 오사카 지검 1급 검사인 '후와 슌타로'는 검찰 조직 내에서도 독불장군 같은 인물이다. 법과 권력에 굽실대지 않고 공명정대하게 기소하는 검사기에 일반 시민들은 환호할만한 검사지만 조직 내에서는 불편해하는 인물이고 사실 현실감은 떨어진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뉴스에 오르내리는 검사들의 비리나 국민 정서에 반하는 몇몇 사건들의 기소사안을 보자면 이런 검사는 좀처럼 현실에 있을 것 같지 않다.

 

 

신입 검찰 사무관 '소료 미하루'의 눈에도 그는 검찰 조직 내에서 기름처럼 동동 떠 있는 요상한(?) 인물이다. 채용 시험에 합격하고 검찰 사무관으로 막 재직한 미하루에게 1급 검사는 "자네 같은 사무관은 필요 없어, 나가 주게(p9)"라고 말한다. 한참 정의감에 불타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병아리 사무관에게 차갑고 냉정한 상관은 염라대왕 같은 존재가 아닐까. 얼굴에 고스란히 감정을 드러내는 풋내기에게 검사가 제시한 기간은 석 달. 그 안에 포커 페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

 

 

 

다이쇼 공원 소녀 살해 사건 속 피의자는 동일 전과가 있어 유죄처럼 보였지만 슌타로는 진짜 범인을 찾아낸다. 어린 아이가 생각없이 내뱉은 말 한 마디가 도화선이 된 우발적인 범죄였던 것. 4월 15일 주택가 살인사건 에서도 용의자는 35세 남자로 특정되었지만 검사는 그가 주장하는 알리바이가 실제인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조사 중 증거물 유실을 확인하고 오사카 지방 경찰청 65개의 관할 경찰서를 다 돌며 자료실을 확인할 계획까지 세우면서. 수사 자료 대량 분실 사건의 파장은 컸다. 수많은 사건들이 기소 불가능 될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고 범인을 풀어주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며 피해자들을 향한 2차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던 것. 여파를 생각하면 덮어야했을지도 모르지만 후와 검사는 총대를 메고 세상에 진실을 드러낸다. 그리고 검찰에 이어 경찰쪽에서도 눈엣가시로 급부상했다. 이쯤 되면 세상 혼자 사는 캐릭터인데, 그에게도 이렇게 살아가게 된 계기가 있고 후회스런 과거가 존재한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증인 한 명이 죽게된 사건을 겪은 후 후와검사는 '표정 없는 검사'로 거듭났다. 그리고 어느새 콤비가 된 미하루가 그의 올곧은 신념을 이해하는 과정은 독자가 주인공을 알아가는 속도와 일치한다.

 

 

물론 고비를 맞기도 한다. 총알을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손상되면서 과다 출혈로 일시적인 쇼크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와 검사는 범인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찾아낸 범인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었다. 반전카드도 놀랍지만 신념을 굽히지 않고 사건을 수사해나가는 검사를 응원하게 되는 건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큰 복수, 거대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순 없어도 이 사람 하나로 세상의 어느 한 면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을 소설 속에서나마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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