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 - 화가 이경미 성장 에세이
이경미 글.그림 / 샘터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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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경미 성장 에세이 <<고양이처럼 나는 혼자였다>>는 책표지부터 멋있었다. 사실 '고양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제목보다는 갸우뚱하는 포즈로 그려진 노란 고양이 그림을 먼저 발견하고 골라읽게 된 책이었다. 어쩜 이리 멋지게 그려졌을까. 고양이 뒤쪽으로 게임 배경처럼 그려진 작은 선물과 굽이치는 바다물결도 명화처럼 멋져보인다.

 

제목만 보면 뭔가 외롭게 혼자 사는 여성이 아닐까? 싶겠지만 그녀는 남편,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는 서양화가다. 그렇다면 고양이를 만난 묘연이 주가 된 내용인가? 기대했다면 실망할 지도 모른다. 고양이와 그림에 포커스가 맞춰진 에세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화가 자신의 지난날들이 담긴 에세이인 셈이다. 책을 읽기 전 목차부터 꼼꼼히 읽는 편인데, '영원한 이방인','아무리 불러도 없는, 엄마','어떤 공포','나는 가장 빠른 속도로 어른이 되고 싶었다' 등만 봐도 분위기는 짐작이 된다.

 

어린 그녀를 두고 집을 나간 엄마, 술이 과해 딸을 비명 지르게 했던 아빠, 기숙사비/재료비/생활비에 숨을 허덕여야만 했던 미대생의 삶. 꿈많았어야 할 20대가 고통으로 얼룩져 있었다. 첫 페이지부터 그랬다. 하지만 페이지의 내용과는 반대로 중간중간 삽입된 고양이 그림은 넋놓고 바라보게 만들만큼 근사했다.

 

파도 위 고양이들은 어떤 의미이며, 또 우주복을 입은 고양이 그림엔 어떤 바램이 담겨 있는 것일까. 한국에서 고양이를 반려했던 그녀는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고양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는 듯 했다. 그림 속 고양이들이 그녀의 반려묘처럼 보인다. 글의 내용은 흐린 날의 오후 같은 우울함이 다소 배여 있었지만 그녀가 그린 그림들은 눈이 호강된다 싶을만큼 고급스러우면서 차분했다. 그래서 그림부터 먼저 감상한 후, 글들을 읽어나갔는데, '지금은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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