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기 싫어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 작은 성취감으로 자존감을 높여주는 짬짬이 영어 공부법
이정민.이윤경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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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사는데도 개인 시간을 내기 이렇게 어려운데 하물며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면서 영어 공부를 시작한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책을 읽기 전부터 궁금했던 대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달랐다. 미국에서 컴퓨터과학, 금융, 법을 공부했고 현재 작은 로펌을 친구들과 함께 뉴욕에서 운영 중이라는 그녀. 사회생활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도 모자라 영어원서 읽기에 도전했다. 미국에서 18년이나 살았고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영어 공부를 시작하다니....처음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

 

영어를 사용하면서 살아도 나고 자라지 않았다면 '문화'라는 장벽에 종종 부딪히게 되나보다. 아이가 데이케어에 다니면서 잘 따르는 선생과의 대화 속에서 단어 하나 오해했을 뿐인데, 조바심이 일었다고 했다. 이 일이 도화선이 되어 원서 리딩을 시작한 그녀는 어려운 책이 아닌 짧은 분량의 책을 선택했고 여동생을 리딩메이트로 정해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재미를 붙여 나갔다. 아이를 키우고 있고 재택근무지만 일을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만약 혼자 시작했다면 도중에 그만두기 쉽지 않았을까. 하지만 리딩 메이트는 좋은 한 수였다. 게다가 정해진 대목만 읽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부분만 열심히 읽는 게으름을 초장에 차단해버렸다.

 

그녀들의 원서리딩은 그래서 귀찮고 짐이 되는 공부가 아니라 생활에 활력소와 적당한 텐션을 불어넣으면서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아갔다. 공부하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말을 학창시절에 참 많이 들었는데, 성인들의 공부 또한 그러했다. 누군가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닌 '내가 선택한 나를 위한 공부'였기 때문에 더 즐기며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영어는 다른 나라 언어다. 열심히 공부해도 계속 쓰지 않으면 허무할 정도로 쉽게 잊혀진다. 그런 의미에서 자매의 영어 공부법은 유용한 팁을 많이 알려준다. 리딩메이트는 여럿이기 보단 2~3명일 때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부분보다는 전체를 읽고 토론 형식으로 의견을 나누는 편이 좋다는 점, 원서를 고르는 기준은 페이지를 펼쳤을 때 모르는 단어가 2~3개 정도 되는 쉬운 원서를 선택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등등 읽을수록 내가 그동안 왜 실패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육아 스트레스를 겪고 있던 그녀는 책을 통해 고백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복습을 겸하는 방법을 진작에 터득했다면 더 좋은 엄마가 되었을 거라고. 하지만 그녀는 이미 좋은 엄마였다. 나부터 행복해야 가족의 행복을 가꾸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자신을 되찾는 방법을 찾아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시도는 이제 가정을 너머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씨를 던져주고 있다. 비단 영어공부에 국한 된 것만이 아니라 슬럼프에 빠져 있거나 좌절감에 무너진 사람들에게도 이 책은 '너도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을 메시지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읽어야 들을 수 있고 들을 수 있어야 말을 할 수 있다 또한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P13

영어뿐 아니라 다른 외국어를 공부할 때도 자신감과 호기심은 필수다

두렵다고 밀어내고 울렁거린다고 포기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언어에 대한 잠재력은 향상이나 발전 없이 그 상태에 머물게 된다

P39

 

 

 

언니의 제안으로 시작된 영어 공부지만 동생의 인생도 한층 밝아졌다. 방송작가인 동생은 몸이 아파 요양하면서 일을 놓은 상태. 육아까지 겹치면서 힘들어하던 즈음, 한 달에 한 권 원서 리딩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면서 삶에 활력을 되찾아갔다. '리딩으로 익히는 배움영어'라는 코너로 블로그에 공부기록들을 연재하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 되길 바란다는 자매의 바램처럼 꼭 영어 공부가 아니더라도 그 어떤 계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겐 희망의 불씨가 되어 주지 않을까. 이 책.

'좋은 영향력'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 자매처럼.

 

자극 받은 김에 책의 후미에 실린 <이솝우화> 읽기에 도전해볼까. 유쾌하지만은 못했던 영어와 화해하고 다시 만나볼까 싶어지는 가을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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