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옹이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15
노석미 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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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호랑이를 똑닮은 고양이가 주인공인 동화책을 읽고 마음에 애잔함이 가득찼다. 길에서 사는 이름 없는 고양이.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는데 '도둑 고양이'로 불리던 아이들. 요즘엔 '길고양이'로 불리고 있지만 그 삶은 들여다보면 한없이 슬프고 아파서 가슴 한 켠으로 돌을 껴안듯 내려앉게 만드는 녀석들.

내 고양이를 닮아서 더 감정이입이 되어버린 동화 <<냐옹이>>는 사람의 시선에서 쓰여진 이야기가 아니었다.

고등어 태비무늬의 이름 없는 길고양이 한마리는 늘 배가 고팠다.
빗자루를 들고 쫓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1시 11분 눈썹으로 매섭게 노려보는 사람들까지....작은 고양이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세상이었다. 하지만 고양이도 사람들이 싫었다(이 부분이 놀라웠다.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고양이는 사람 외에도 수다스러운 새를 싫어했고, 방정맞은 개도 싫었으며 소년들은 정말 싫다고 했다. 그 싫어함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테였고, 그 이유가 짐작가는 것들이어서 덤덤하게 쓰여진 짧은 문장은 고양이 집사의 마음을 아프게 후벼판다. 칼로 낸 생채기보다 글자가 그은 상처의 깊이가 더 깊다. 공원에 혼자 웅크리고 누운 고양이의 그림을 보는 순간 쭉쭉 깊어져간다.

모두에게 미움받는다는 생각. 세상에 홀로 던져진 고양이에겐 얼마나 큰 상처였을까.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으면....정말이지 모든 게 다 맘에 들지 않았다며 자신을 꽁꽁 싸맨 채 괜찮은 척 구는 걸까. 그때 안경을 낀 소년이 나타나 고양이를 조용히 불렀다.

 

처음엔 귀찮았다. 나옹이라니...제맘대로...! 비오는 날이 싫어 투덜대는 고양이에게 소년이 우산을 씌워주곤 빗속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게 되기까진. 마음이 움직여진 건 한 순간이었고 고양이는 소년의 집 앞까지 찾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소년의 '냐옹이'가 되었다. 쑥스럽지만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되었다.

'꽃'이라는 시에서처럼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누군가의 소중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더이상 외롭지 않았을 것이고 점점 싫어하는 것들보다 좋아지는 것들이 많은 삶을 살게 되었을 것이다. 소년의 집냥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상상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모두 행복한 상상들이었다. 그래서 동화의 끝은 해피엔딩이라고 결론내렸다. 멋대로.

사람들을 보면 피하거나 반대로 위험한 사람에게도 다가서는 손탄 고양이들 소식을 접해 온 내게 투덜이 스머프처럼 '싫어'를 연발하는 고양이는 낯선 존재였다. 그래, 이런 고양이도 있을 수 있어! 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 속으로만 불러봤던 길고양이들의 이름을 한번씩 불러주어야겠다 싶어진다. 익숙해지라고 부르는 이름이 아닌 적어도 '너는 내게 소중한 존재라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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