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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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두렵고 무서웠다.
한 사람의 성장에 책임을 져야하는
나도 그녀처럼 엄마이니까.

끊임없이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이런 양육을 받은 아이가 괴물이 된걸까..?

그러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이토록
무거운 것임에 숙연해졌다.

고통의 심연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그녀의 온 마음과 몸짓 그 처절함이
거룩해 보이기까지 했다.

책의 시작은 이랬다.

1999년 4월 20일,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리볼드는
총과 폭탄으로 무장하고
콜람바인고등학교에 갔다.
두 사람은 학생 열두 명과
교사 한 명을 살해하고
스물네 명에게 부상을 입힌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딜런 클리볼드는 내 아들이다.

(중략)

톰과 나는 다정하고 관심이 많고 적극적인 부모였고,
딜런은 에너지가 넘치고 애정이 많은 아이였다.
늘 염려하며 언젠가는 정신을 차리고
제자리를 찾기를 빌어야 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우리는 딜런을 ‘햇살‘이라고 불렀다.
딜런의 금발머리가 후광처럼 빛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딜런에게는 매사가 힘들지 않게 잘 풀렸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딜런이 내 자식이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했고
온 영혼과 심장으로 딜런을 사랑했다.
콜럼바인 이전의 우리 삶이 너무 평범하다는 점이
사람들에게는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일 것 같다.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이기도 하다.
우리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힘들지도 않았다.
우리 집 막내는 속을 썩이는 아이도 아니었고,
그 아이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험하리라고는 우리도 그 아이를 아는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는 일들은
많지만 그 무엇보다도, 아들이 괜찮지 않은데도 괜찮아
보일 수 있다는 사실만 알았더라면 하는 소망이 가장 강하다.

이 극악무도한 참극의 배후에 있는 불편한 진실은,
‘좋은 가정‘에서 걱정 없이 자란 수줍음 많고
호감 가는 젊은이가 그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톰과 나는 텔레비젼 시청과 설탕이 많이 든
시리얼 섭취를 제한하는 적극적인 부모였다.
아이들이 볼 영화를 골라주고 책을 읽어주고
기도를 하고 안아주면서 아이들을 재웠다.
딜런은 말 그대로 전형적인 착한 아이였다.
키우기도 쉬웠고 함께 있으면 즐거웠고
언제나 대견한 아들이었다.
딜런을 괴물로 그려 콜럼바인의 비극이
보통 사람이나 가족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라는 인상을 준다면,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안도감은 거짓일 것이다. 나는 진실을 이야기함으로써
그런 식으로 달랠 수 없는, 더욱 무시무시하지만
중요한, 취약함에 대한 인식을 일깨우고자 한다.

마지막 장을 덮고 이 책의 추천글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서천석 선생님의 글이 유독 마음에 내려앉는다.

서천석:
이 책은 어둠이다.
어둠에 뛰어든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저자가 위험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어느 날 멀쩡한 바닥이 무너지며
갑자기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그는 어둠 속의 희미한 빛과 촉각에 기대어
그 어둠을 통과해나간다.
그 힘은 아이에 대한 사랑에서 나왔다.
나는 이 책에서 어떤 메시지를 읽고 싶지 않았다.
인생이란 많은 부분이 설명할 수 없기에
평소엔 살짝 가려져 있을 뿐 막막함은 본질이다.
그 막막함을 통과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보았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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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7-01-15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옛날에 읽었던 책은(제목이 내 심장을 향해 쏴라 였던거 같아요)형의 비극을 동생의 시각으로 그린거 였는데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와 그 가족들의 시선까지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마음갖음이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요 ㅎ

달팽이개미 2017-01-15 23:59   좋아요 0 | URL
가해자와 피해자의 거리가 멀지 않음에도 가해자는 가해자만의 정형화된 캐릭터와 성장배경이 있을것이라 생각했던 제 어리석음에 일침을 가해준 책이었어요. 가해자의 어머니를 향한 사람들의 마음가짐에도 적잖이 놀랐었구요. 새 해 첫 책으로 만났었는데 댓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는걸보면 제겐 꽤나 파장이 컸었나봐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