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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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을 이루는 세포 구석구석에 고스란히 아로새겨 놓고 싶은 책!! 나와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당연하다고 여기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사라졌을 때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들을 감사히 간직하며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었던 힘, `어떻게 이럴 수가`에서 `그랬기 때문에`로 돌아서게 해주었던 힘, 다시 모든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시작할 수 있게 해준 것은 오로지 사랑의 힘이었다. 이 책은 그 오랜 시간동안 생각해왔던 것들, 말로 채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 아직 꽃으로 피어나지 못한 상처들까지 두 팔 벌려 가득 끌어안게 해줬다.


그들의 허영심, 탐욕이나 우스꽝스러운 일들을 이제 그는 웃음거리가 아니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일, 사랑스러운 일, 심지어는 존경할 만한 일로 여기게 되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 외동아들에 대해 우쭐해하는 아버지의 어리석고 맹목적인 자부심, 몸에 달고 다닐 장신구를 얻기 위하여, 그리고 사내들이 자기들을 경탄의 눈길로 바라보도록 하기 위하여 애쓰는 허영심 많은 젊은 여인들의 맹목적이고도 거친 열망, 이 모든 충동들, 이 모든 어린애 같은 유치한 짓들, 이 모든 단순하고 어리석은, 그렇치만 어마어마하게 강한, 억센 생명력을 지닌, 끝까지 강력하게 밀어붙여 확고한 자리를 굳히는 충동들과 탐욕들이 싯타르타에게는 이제 더 이상 결코 어린애 같은 짓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는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바로 그런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무한한 업적을 이루고, 여행을 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무한한 고통을 겪고, 무한한 고통을 감수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그들을 사랑할 수 있었으며, 그는 그들의 모든 욕정들과 행위들 하나하나에서 바로 생명, 그 생동하는 것, 그 불멸의 것, 범을 보았다. 그런 인간들은 바로 그들의 맹목적인 성실성, 맹목적인 강력함과 끈질김으로 인하여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고 경탄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그리움에 애타는 탄식 소리, 깨닫는 자의 웃음 소리, 분노의 외침 소리와 죽어가는 사람의 신음 소리, 이 모든 것이 하나가 되어 있었으며, 이 모든 것이 수천 갈래로 얽혀서 서로 밀착하여 결합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합해져서, 그러니까 일체의 소리들, 일체의 목적들, 일체의 그리움, 일체의 번뇌, 일체의 쾌락, 일체의 선과 악, 이 모든 것들이 함께 합해져서 이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함께 합해져서 사건의 강을 이루고 있었으며, 생명의 음악을 이루고 있었다.

내가 깨달은 최고의 생각이란 이런 거야.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진리이다!>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렇네. <진리란 오직 일면적일 때에만 말로 나타낼 수 있으며, 말이라는 겉껍질로 덮어씌울 수가 있다.> 생각으로써 생각될 수 있고 말로써 말해질 수 있는 것, 그런 것은 모두 다 일면적이지. 모두 다 일면적이며, 모두 다 반쪽에 불과하며, 모두 다 전체성이나 완전성, 단일성이 결여되어 있지. 그러나 이 세계 자체, 우리 주위에 있으며 우리 내면에도 현존하는 것 그 자체는 결코 일면적인 것이 아니네. 한 인간이나 한 행위가 전적인 윤회나 전적인 열반인 경우란 결코 없으며, 한 인간이 온통 신성하거나 온통 죄악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란 결코 없네.

사랑이라는 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 이 세상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일, 이 세상을 설명하는 일, 이 세상을 경멸하는 일은 아마도 위대한 사상가가 할 일이겠지. 그러나 나에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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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19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헤르만 헤세에게 가는 중이시군요 ㅎㅎ 저도 요 싯다르타를 읽어보고 싶은데 조금만 더 더 하고 미루고만 있어요. 저도 빨리 읽으며 달팽이개미님이 느낀 벅찬 감정들, 순간들을 느끼고 싶어집니다. 글 잘 읽었어요^~^

달팽이개미 2016-01-19 20:39   좋아요 0 | URL
헤르만 헤세로의 여정이 설레어요 ㅎㅎ 읽는 내내 저릿하고 벅차오르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비록 제대로 전부를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이해한 만큼은 피와 살이 되었으면 좋겠어요~시간을 두고 꼭 다시 재독하고 싶은 책이에요. 기회가 되면 필사도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