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방하고도 섬세한 할머니네. 이렇게 죽음 앞에서
태연자약하고 대범하고, 시크한 모습이라니!
읽으면서 짧게 탄식을 자아내기도 하고
피식 웃기도 하고 더러는 숙연해지기도 했고
마지막엔 쓸쓸했다. 그마음 달래보려고 책 앞날개에 실린
할머니 사진을 다시 봤다. 활짝 웃는 사진이다.
˝죽는 게 뭐라고. 그런 얼굴로 보지마쇼!˝ 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듣는 사람도 없는데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당기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중얼거린다. ˝아아, 행복하다.˝ 다리가 아픈걸,
암에 걸렸는걸, 좀 더 큰 텔레비전을 샀더라면 좋았을텐데.
p23
지금이 인생 중 가장 행복하다.
일흔은 죽기에 딱 적당한 나이다.
미련 따윈 없다.
일을 싫어하니 반드시 하고 싶은 일도 당연히 없다.
어린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죽을 때 괴롭지 않도록 호스피스도 예약해두었다.
집 안이 난장판인 것은 알아서 처리해주면 좋겠다.
저세상을 믿진 않지만, 만약 저세상이 있어서
아버지를 만난다 해도 지금의 나는 아버지보다
스무 살이나 많으니 정말로 곤란하다.
찢어지게 가난했다.
나는 모든 것을 가난으로부터 배웠다.
부자는 돈을 자랑하지만, 가난뱅이는 가난을 자랑한다.
모두들 자랑 없이는 살아가지 못한다.
아버지의 저녁 설교 중 이런 말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정`이었겠지. p63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세상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죽고 싶다. 똥에 진흙을 섞은 듯 거무죽죽하고 독충 같은
내가 그런 생각을 한다. p157
죽음 앞에서 좀스럽고 옹졸해 보이는 것보다 사노요코
할머니처럼 기운차게! 이 책의 원제처럼 죽을 의욕
한가득인 태도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는 게 뭐라고>와 <100만 번 산 고양이> 읽으면서
왠지모를 아쉬운 마음을 달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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