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애매한 책인데 영화에서 받았던 감동이나 임팩트에는 많이 못미친다. 뭐 본업이 아니니 뭐라 할 건 없지만 내가 써도 이거보단 낫겠다 라고 소리치고 싶어지는 장면이 한 두개가 아닌것이 아무래도 이 사람은 영상으로 보여주는 쪽에 재능이 집결된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도 몇몇 에피소드는 보통은 포착하기 힘든 미묘한 장면에 대한 저자 자신의 감상이 잘 드러나 있어서 과연 고레에다 군 하는 생각이 든다. 감독 둘이 시간 차를 두고 같은 자리에 앉았다 일어서는 장면이 왜 가슴 설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고, 킹스스피치-영화를 보진 않았는데-를 자신이라면 언어치료사를 주인공으로 해서 자신의 직업적 활동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빠지는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얘기를 읽고 그 영화 나도 좀 보고 싶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마 안 찍겠지.
주말엔 숲으로 가자! 라기 보다 주말엔 숲으로 갑니다 정도의 톤이라 누구나 맘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이 책의 큰 장점입니다. 그런 점은 일본스럽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베 신조 등을 보면 그게 꼭 일본적인 태도 같지는 않고 마스다 미리 자신의 성향이 그런 것이겠죠. 주제나 결론 같은 것은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숲에서 벌레를 잡고 보트를 타고 하는 장면은 기억이 납니다. 음 저런 삶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집형태이긴 한데 여러 명의 저자가 두더지 게임 주인공처럼 출몰하는 통이 좀 정신 사나운 면이 없지 않다. 몇몇 저자의 글은 마음에 쏙 들어 소장하고 싶을 정도인 반면 어느 저자의 글은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뻔한 재료에 뻔한 결론-그게 꼭 나쁜 건 아니지만 고전을 읽는 사람들이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효도하라는 얘기를 들으려고 책을 읽는 건 아니지 않을까- 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있어 편차가 심하달까. 글의 수준차라기보다는 취향차가 크다 라고 해두자. 정치권으로 보면 진보보수대연정 같은 느낌도 들고. 다만 책의 디자인도 훌륭하고 내지에 있는 도판이나 시각자료가 다른 책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자료라는 점에서 자료집으로서 소장용의 가치가 있으며, 사관의 기록이라는 좀처럼 이쪽 분야- 전문적인 서적을 제외한 대중서에 한정한다면- 에서는 최초의 개척자로서 의의를 높이 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신의 문서를 몰래 보려다가 벌어지는 해프닝은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박진감이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