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를 읽는 남자, 라고 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으엑 기분 나뻐 라고 반응할까요. 아니면 그게 뭐야 라고 되물을까요. 마스다 미리의 책이 문고본으로 재출간되기에 까지 이르렀지만 아직도 내 주위에는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아마도 후자의 반응이 예상됩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마스다 미리를 읽는 남자는 접니다. 하지만 제가 아닌 다른 남자도 해당될 수 있겠지요. 많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된 데에는 출판사의 홍보문구 탓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마스다 미리의 여자 만화. 여자의 마음을 아는 작가 등등, 남자라면 선뜻 손을 뻗기가 어려운 표현들이 띠지에 둘러져 있습니다. 이거 재밌는 걸 하고 서가에 서서 읽다가도 막상 계산대에 가져가려고 하면 부끄러워져서 다시 내려놓게 되지요. 덕분에 저도 인터넷으로 주문했습니다. 19금 용품도 아닌데 말이죠.
마스다 미리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여자들은 참 좋겠다입니다. 남자들에게도 마스다 미리 같은 작가가 있어서 만화를 그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같은 책이 많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그런 작가도 별로 없는 듯 하고. 소소하고 일상의 그냥 평범한 얘기 같은 건 남자드로가는 어울리지 않아, 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하지만 남자들도 스포츠에 열광하고 낯선 여자와의 만남을 즐기는 타입만 있는 건 아닙니다. 저처럼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일요일 오후의 산책이 일주일의 최대의 행복인 타입도 있죠.
그런 사람들은 모두 어디서 뭘하며 지낼까하고 문득 생각했습니다. 나는 남자답지 않아 라고 생각하며 좀더 남자다워지기 위해 별 흥미도 없는 스포츠 중계를 보거나 헬스장에서 덤벨을 들면서 근육을 키우고 있는 걸까요. 남자다운게 뭔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남자답지 않은 성향의 '남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남자답다'라는 단어의 정의가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수정해줄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런 말을 듣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조차 남자답지 못한 행동으로 치부되곤 하니까.
저는 소소한 이야기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 예전엔 페이스북같은 곳에 제 얘기를 적곤 했는데, 회사 사람들이 댓글을 남기곤 하는 통에 접었습니다. 사적인 공간을 침범당하는 느낌이라 이런 블로그가 저에겐 더 안전한 장소로 느껴집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라고 해도 불과 몇 주전이지만 - 저는 글을 쓸 때면 어떻게 하면 잘 쓸까 라는 부분에만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그걸 스스로 깨닫는 일은 솔직히 쉽지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의 생일날 어떤 사건이 저에게 일어났고 그 사건으로 인해 딸깍 하고 스위치가 불러진 것처럼 뭔가가 변화했죠. 그리고 몇 가지 다른 일들이 우연히 일어나면서 저는 일종의 깨달음이랄까 결론 같은 것에 도달했습니다.
그것을 여기 말로 풀어낸다면 풀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버리면 왠지 굉장히 시시한 것이 되어버리기에 제 안에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어쩌면 심야서점의 글을 계속 읽어나가는 독자라면 눈치를 챌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나서서 그것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하고 공표하듯 말하고 싶진 않네요.
아무튼 그런 일들이 계기가 되어 심야서점도 열게 되었고, 조금이나마 저는 구원받은 기분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건 아주 소중한 기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그런 기분을 맛보지 못한 채 살다 가는 사람도 있을테니까요.
그런 덕분인지 요즘은 여러가지 경험에 열려있는 편입니다. 우연을 받아들이고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가려고 합니다. 아마 이전의 저라면 심야서점 같은 별로 돈도 되지 않고 별다른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글을 주구장창 쓰는 것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 거 해서 뭐해라고 시니컬하게 말했겠죠. 하지만 지금은 쓰고 있습니다. 누가 읽고 있는지 알 수 없어도 쓰고 있습니다. 내가 쓴 글이 반드시 누군가의 마음에 가 닿는다는 믿음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요즘은 아,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기분이 이런 건가 할 정도로 그 기분을 알 것같은 생각마저 듭니다.
눈에 보이는 형태의 반응이 아니어도, 글을 쓸 때면 저는 느낍니다.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모든 글이 제가 쓰는 건 아니라고도 느낍니다. 제가 글을 쓰겠다는 마음을 먹기 전에 제가 써야할 글이 존재해야할 필연적인 이유 같은 것이 선행되고, 우연히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처럼 제가 글을 쓰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글을 쓰는 사람이 꼭 제가 될 필요는 없는 것이긴 한데, 아무튼 그렇게 글을 쓰고 나면 상당히 묘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그 글을 제가 쓰긴 했지만, 저라는 인간의 의식과 손을 빌려 세상으로 나왔을 뿐 이미 다른 곳에 존재하던 글이니까요, 엄밀히 말하면 제 글이 아닌 셈입니다. 저는 매개체가 되는 거죠.
그러고 보니 오늘 조금 슬픈 일이 있었습니다. 퇴근 길에 비가 와서 7천원을 주고 서점에서 우산을 샀는데 밖으로 나와보니 비가 그쳤더라고요. 어떻게든 마음을 달래보려 했는데 집에 오는 내내 울적했습니다. 제 옆줄엔 만팔천원인 자동식 우산을 산 아주머니도 계셨는데 그 분을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잘모르겠지만, 손으로 펴는 것과 버튼으로 펴는 것의 차이에 만천원이나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습니다.
비가 퍼부어주었으면 우산을 잘샀네 라며 자신을 칭찬해줄 수 있는 기분이 들었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제 자신이 조금 한심하기도 합니다. 그런 작은 일에 기분이 좋아지고 나빠지는 모습이 도무지 성인 남성 같지가 않거든요. 사실 지금도 제가 이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이 좀체 믿기지 않습니다. 저는 스포츠도 싫어하고(수영은 좋아합니다만) 골프도 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았으며 술담배도 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어른스러운 놀이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자연히 그런 어른스러운 놀이를 즐기는 어른과도 친하지 않습니다. 나이 상으로는 충분히 어른이지만 제가 어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마스다 미리를 읽는 남자는 확실히 어른은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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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지음, 히라사와 잇페이 그림, 김난주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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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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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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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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