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스텁니다. 여러분은 이번 주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기분 좋게? 아니면 우울하게? 아니면 덤덤하게? 예전에는 저도 기분 좋은 한 주가 아니면 허망하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요즘은 우울한 한 주만 아니었다면 특별한 일이 없었다고 해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라고 하더군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들고보니 세상에는 나쁜 일이 참 많더군요. 예를 들면, 나이가 들수록 주위에서 아는 사람이 죽거나 병에 걸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아는 사람의 연령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종종 다치기도 하고 쉽사리 낫지 않는 경향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나쁜 일이 없는 한 주 라는 건, 어찌보면 괜찮은 한 주였다는 느낌이 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이번 주는 제게 꽤 힘든 한 주 였던 것 같습니다. 우울하다기보다는 여러가지로 고민되는 일이 많았습니다. 마음이 힘들었다고 해야할까요. 지금도 힘듭니다만, 무기력한 적은 있었어도 마음이 힘든 적은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없던 일이라 저 자신도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심야서점에서 글을 쓰는 것이 유일한 저 나름의 해결책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어떤 말을 써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실제의 일을 그대로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런 일은 전혀 언급도 하지 않고 다른 이야기만 할 수도 없고,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는 그런 상황이네요. 답답합니다.
그럴 때를 위해 비유라는 형태의 도구가 존재합니다만, 적당한 비유가 떠오르지 않네요. 난감합니다.
사실 제주도에서 돌고래를 봤거든요. 유람선이나 그런 게 아니라 바다에서 놀다가 보았으니까, 뭐랄까 진짜 돌고래를 보았다고 해야 하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신기하기도 했고요. 남쪽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습니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한 주를 시작하고 보니 그렇지도 않다보니 그 돌고래들은 뭐였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물론 돌고래를 본다거나 네잎클로버를 보는 일이 정말로 행운을 가져다 줄 거라고 진지하게 주장하기는 힘들겠죠. 그래도 그런 일이 있은 다음에 좋지 않은 일이 생긴다거나 힘들어진다면 그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최소한 평탄한 한 주라도 되었으면 하는 기분이랄까요.
사실 저의 힘든 일은 심야서점과도 회사와도 관계가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속 이야기를 터놓는 편이 아니라서 혼자 고민하는 편입니다. 그건 좋은 습관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와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좀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혜를 모은다는 표현처럼 말이죠.
그러고보니 대학을 들어갈 때에도 취업을 결정할 때에도 저는 누구에게도 의논을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혼자 이리저리 생각하고 혼자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때는 전혀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참 과감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열아홉살이면 지금 제 나이의 거의 반 밖에 안될 때인데도 자신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결정을 서슴없이 그것도 혼자 내리다니요. 어쩌면 지금보다 그때가 더 배짱이 좋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런 결정이 베스트였다고 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실 군 입대도 혼자 결정을 내려버렸는데, 다들 힘들다고 피하는 춘천으로 지원을 해버렸고, 화천에서 군생활을 해야했죠. 논산을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사전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강원도면 집도 다까지 않겠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가끔 그때 내가 누군가와 의논을 하고 그 결과 논산이 좀더 편한 곳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춘천을 선택하진 않았겠죠. 그리고 어쩌면 산이 많은 화천이 아닌 평지가 많은 충청도 부근에서 군생활을 마쳤을 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하는 식으로 상상을 하다보면 선택이란 중요하구나하고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제가 매번 혼자 결정을 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쩌면 그건 선택에 대한 책임을 결국 자신이 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족이든 친한 친구든 연인이든 내가 내린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는 내가 지고 사는 것이지 다른 누군가가 대신 져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어쩌면 저는 논산으로 갔다가 내무반의 군기가 지독히 쎈 어느 부대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며 군생활을 해야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원망했을지도 모릅니다. 원망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힘든 상황에 처하면 누구라도 원망하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그때 그 대상이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된다는 건 저 자신에게도 그리고 그 사람에게도 결코 좋은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녀석만 아니었으면, 이라고 생각하는 건 두 사람의 관계에도 결국 좋지 않겠죠.
점심 메뉴를 고르는 일에서 그런 정도의 불만족이야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대학 선택이나 취업과 같이 인생의 행로를 결정하게되는 순간에는 꽤 심각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현재의 삶에 만족하든 그렇지 않든 제가 이 상황을 경디어 낼 수 있는 힘은 아마도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네가 선택했기 때문에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누구의 책임도 아닌 바로 저 자신의 책임이니까요. 넘어져도 비난을 받아도 하는 수 없습니다. 고스란히 받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그리 요령있는 삶의 자세는 아니지만 제 성격과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옆에서 보면 좀 답답해보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글을 쓰면서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습니다. 여전히 괴로운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조금 편안해진 기분입니다. 글에는 그런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꼭 사실을 그대로 쓰지 않아도 말이죠.
오늘 글을 쓰면서 보니 팔뚝에 빨갛게 탔던 부분의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자외선 따위는 무시하고 돌아다닌 덕분에 얻은 것입니다. 보고 있자니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때는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이 야속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반갑게 느껴집니다. 시간이 흐르면 뭔가가 달라지고 그렇다면 이 괴로운 마음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될테니까요. 다음 번에는 이 괴로운 마음이 달라져 있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좋은 밤 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