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자유를 말하다.




나는 당신의 의견에는 찬성하지 않으나 당신이 그것을 말할 권리는 죽을 때까지 옹호한다. (볼테르)

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




자유와 안보를 담당하는 국가가 안보를 위해서 자유를 억압하게 된다면? 필리버스터의 열풍 속에서 어떤 책을 꺼내 읽어야할까 고심하다가 결국 고른 책은 바로 자유론이다. 자유론의 일부를 발췌했는데, 읽거나 혹은 읽지 않거나 그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자유이다. 그리고 이 자유보다 훨씬 넓은 의미의 자유를 위해 지금도 누군가는 일어서서 열변을 하고 있으며, 이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누군가는 당신의 무관심을 방조하고 기다리고 있다.





01

+ 영혼의 노예가 된다는 것을 상상할 수가 있을까. 우리는 회사에서 혹은 어떤 단체에서 조금만 우리의 여가를 침범하거나 말도 안되는 이유 등으로 일을 떠넘길 때 `노예`가 되는 기분을 느낀다. 나의 신체가 내 것이 아니고 마치 어떤 거대한 기계의 일부가 되어 부품처럼 소모되고 버려지는 것을 느낄 때. 그러나 영혼의 노예가 된다는 것은? 뿌득뿌득 이를 갈면서 일을 하면서도 어쨌든 내 영혼은 내가 가지고 있다는 생각. 그래, 여기를 떠나자 젠장 모르겠다 될 대로 되버려라. 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되는 의식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것.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영혼이 노예가 된다는 것.





​02

+ 우리나라의 도덕은 우월한 계급의 이익과 우월성의 감정에서 나오고 있다. 도덕 그리고 기호마저도. 당신이 oo를 싫어한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안주거리인 동시에 농담이지만, 내가 xx를 싫어한다는 것은 혐오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이다. 당신은 oo의 어투가 싫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내가 xx의 어투를 싫다고 이야기한다면 나는 아마도..




​03

+ 간혹 많은 이들은 이런 말을 할 것이다. 아니 우리가 바보가 아닌데 왜 진리를 모를 수가 있나? 또한 진리가 무시된다고 무시되는 것인가? 하지만 단언컨대 사람들은 오류에 열성적이지 않듯이 진리에도 열성적이지 않다. 때문에 작은 법적 처벌만 가해져도 진리는 전파되지 않을 것이며 성공적으로 차단될 것이다. 이렇듯 진리가 항상 존중받는 것은 아니며, 사실 우리는 진리가 그것이 참인지 혹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다양성은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의 진리라고 믿는 그것은 공격을 받아야 한다. 오류를 수정할 수 있는 기회, 혹은 정반합의 논리로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04

+ 해악은 시작된다. 정부가 진리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자유를 억압하기 시작할 때. 그리고 그 시작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다만 당신은 그 결정은 늦추거나 혹은 그 결정을 없던 일로 할 수 있다. 아마도 당신이 깨어있다는 전제하에서.





01

사회는 그 자신의 명령들을 집행할 수 있고, 또 집행한다. 그리고 사회가 올바른 명령 대신 잘못된 명령을 내거나 혹은 간섭해서는 안 될 일에 명령을 낸다면, 사회는 많은 종류의 정치적 탄압보다 더 가공할 만한 사회적 압제를 실행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는 보통 정치적 탄압과 같은 극단적 처벌을 통해 지탱되지는 않지만, 도피 수단을 거의 남기지 않고 삶의 세세한 부분까지 훨씬 더 깊이 침투해 들어가 영혼 그 자체를 노예화하기 때문이다. (p74)




02 

따라서 무엇이 칭찬할 만하고 무엇이 비난할 만한가에 관한 사람들의 의견은 타인들의 행동에 대한 그들의 희망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다양한 원인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가장 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바람이나 두려움, 즉 정당한 혹은 부당한 자기 이익이다. 우월한 계급이 존재하는 곳마다 그 나라의 도덕의 대부분은 이 우월한 계급의 이익과 우월성의 감정에서 나온다. (p77)




03 

이 논문의 목적은 하나의 아주 단순한 원칙을 주장하는 것인데, 이 원칙은 사회가 강제와 통제의 방법 - 그 수단이 법적 처벌의 형태로 가해지는 물리적 힘이건, 아니면 공론의 도덕적 강제이건- 으로 개인을 다루는 방식을 절대적으로 억제할 자격이 있다. (p81)

 

 

따라서 이러한 행위 영역은 인간 자유의 고유한 영역이다. 그것은 첫째, 의식의 내면적 영역을 포함하며, 가장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양심의 자유, 사상과 감정의 자유, 과학이나 도덕, 신학의 실제적인 혹은 사변적인 모든 주제들에 관한 의견과 감정의 절대적 자유를 요구한다. 둘째, 이 원칙은 취향과 추구의 자유, 우리 삶의 계획을 우리 자신의 성격에 맞게 설계할 자유, 곧 우리가 하는 일이 동료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한, 그들이 생각하기에 우리의 행동이 어리석거나 괴상하거나 잘못된 것이라 해도 그들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고, 일어나는 결과를 따르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자유를 요구한다. 셋째, 이러한 각 개인의 자유로부터, 이와 동일한 한계를 가진, 개인들 사이의 결사의 자유가 따른다. (p85)

 

이러한 자유들이 대체로 존중되지 않는 사회는 그 통치 형태가 무엇이든 간에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유들이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곳은 완전히 자유로운 사회가 아니다. 각 개인은 신체적 건강이든 아니면 정신적·영적 건강이든 자기 건강의 합당한 보호자이다.인류는 각자로 하여금 자기 자신에게 좋아 보이는 대로 살게 두면, 강요에 의해 타인들에게 좋아 보이는 대로 살게 할 때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p86)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든 인류가 한 가지 의견이라 하더라도, 인류가 이 한 사람을 침묵시키는 것이 부당한 것은, 이 한 사람이 권력을 가질 때 그가 인류를 침묵시키는 것이 부당한 것과 마찬가지이다.의견의 표현을 침묵시키는 것은 특별한 해악을 낳으니, 그것은 현세대의 인류는 물론 차세대의 인류를 강탈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그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들보다 그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훨씬 더 그렇다. 그 의견이 옳다면, 인류는 오류를 진리와 바꿀 기회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그 의견이 틀리다면, 인류는 거의 이에 못지않게 큰 혜택을, 곧 오류와의 충돌에 의해 창조되는, 진리에 대한 더 분명한 지각과 더 선명한 인상을 잃는 셈이다. (p92)

 

 

진리가 단순히 진리로서 지하 감옥과 화형 기둥을 이겨낼 수 있는, 오류에는 존재할 수 없는 어떤 고유한 힘이 있다는 것은 게으른 감상주의의 한 조각일 뿐이다. 사람들은 오류에 열성적이지 않듯이 진리에도 열성적이지 않으며, 법적 처벌이 충분히 가해지거나 심지어 사회적 처벌만 충분히 가해져도 진리와 오류의 전파는 둘 다 대개 성공적으로 차단될 것이다. 진리가 지닌 진정한 이점은, 어떤 의견이 진리일 때 그것은 한 번, 두 번, 혹은 여러 번 소멸될 수 있지만, 여러 시대가 흐르는 과정에서 그것을 재발견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그 재등장 가운데 언젠가 한 번은 유리한 상황을 만나, 박해를 피해 마침내 그것을 억압하려는 이후의 모든 시도에 저항할 수 있을 만큼 전진하고야 만다는 것이다. (p110)

 


인류는 오류가 없지 않다는 것, 그들의 진리는 대부분 절반의 진리일 뿐이라는 것, 의견의 일치는 그것이 반대되는 의견들에 대한 가장 철저하고 가장 자유로운 비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고, 다양성은 인류가 진리의 모든 면을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인식할 수 있을 때까지는 악이 아니라 선이라는 것,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의견에 적용되는 것 못지않게 인간의 행위 방식에도 적용될 수 있는 원칙들이다. (p150)

 

 


04 

정부가 개인의 단체의 활동과 능력을 불러내는 대신 그들의 활동을 자신의 활동으로 대체하려 할 때, 해악은 시작된다. 정부가 그들에게 정보와 조언을 주고 때로는 그들을 비판하는 대신 그들을 족쇄 속에서 일하게 하거나 그들을 옆으로 밀어내고 그들 대신 그들의 일을 할 때, 해악은 시작된다. 국가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국가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가치이다. 비록 이로운 목적을 위한 것이라 해도 국민들을 자기 손안에 있는 더 유순한 도구로 만들기 위해 그들을 왜소화하는 국가는, 그런 작은 사람들로는 어떤 위대한 것도 진정으로 성취될 수 없음을 발견할 것이다. 또 그런 국가는 자신이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완성한 기구가 결국은 아무 쓸모가 없음을 발견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기구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생명력을 국가가 이미 그 기구에서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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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2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기회에 저도 밀의 《자유론》을 읽어보고 싶군요. ^^

방랑 2016-02-29 11:47   좋아요 1 | URL
작년에 읽었는데 요즘 다시 생각이 나서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접는 부분이 많았어요, 2월 마지막 날이네요. 마무리 잘 하시고 더 좋은 3월을 맞이하시길.

다락방 2016-02-29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자유론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방랑 2016-02-29 12:30   좋아요 0 | URL
어머나 이런 영광이. 올리시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추운데 감기 조심하세요.
 

열린책들 이벤트 응모

 

 

 

제 서가 속 열린 책들입니다.

 

저는 열린 책들의 많은 책들 중에서 세계문학을 가장 좋아합니다.

 

러시아어를 잠깐 공부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러시아어 문학 번역은 열린 책들이 가장 좋다는 말을

 

듣고 죄와 벌,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부활을 먼저 사서 완독했습니다.

 

이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도스또예프스끼가 되었죠. 번역이 정말 매끄럽더군요.

 

러시아 문학은 이름이 헷갈려서 재미가 있어도 끝까지 읽기가 어려운데 말이에요.

 

문장 사이의 여백이 조금 부족해 펼쳤을 때 빽빽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좋아요. 그 점은 조금 아쉽지만.

 

안나 카레니나가 열린 책들 판으로 나오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습니다.

 

꼭 출간해주세요.

 

그리고 열린 책들 30주년 축하드립니다.

 

Поздравляю!  (러시아어로 축하한다는 말인데요, 빠즈드라블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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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2-1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러시아 문학 번역이 열린책이 좋으면 저도 책을 다시 좀 선택해야겠어요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방랑 2016-02-11 22:11   좋아요 1 | URL
민음사랑 비교했을 때도 훨씬 읽기가 좋았어요~
 

우리 모두는 맥머피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uckoo`s nest 뻐꾸기 둥지는 정신병원을 일컫는 용어라고 한다.


정신질환에 걸린 척 정신병원에 입원한 맥머피는 그곳에서 수간호사의 비인간적인 행위를 목격하게 된다.


마치 1984처럼 자유를 빼앗기고 억압받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은 수간호사의 강압이 너무 익숙했고 벗어난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 순간 그들에게 닥칠 위험, 전두엽 수술이라거나 전기충격 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수간호사는 자애롭게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온갖 계획을 꾸미고 있다.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그들을 다스리기 위해서


끔찍하다.


그러나 이 끔찍한 광경은 뻐꾸기 둥지에서만 일어나는 것일까?


이런 더럽고 추잡스러운 뒷소문과 남을 해하려는 계획. 서로를 이간질하고 어떻게든 위에 서보겠다는 탐욕.


수간호사의 모습은 아마도 직장에서 혹은 사회에서 가장 싫어하는 그분과도 닮아있으리라.


수간호사는 그렇다치더라도 다른 환자들의 모습은?


우리는 맥머피가 아니다.


먼저 나서서 현실의 잘못됨, 너님의 잘못됨을 꼬집어서 얘기할 수 없다.


나에게 주어질 전기 충격, 이를테면 생계와 직결되는 월급이나 기타 등등을 나는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맥머피가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무기력한 다른 환자들처럼 살지는 말아야지. 잘못된 것을 알고는 있어야지.


그리고 시간이 흘러 수간호사와 같은 사람이 되지는 않도록.




나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가는 저 기러기가 정말 좋다. (p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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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6-02-11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먼저, `알고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행동이나 표현이 요구되어지기 전에, 또 그것에 응하지 못한다해도 당장.

방랑 2016-02-11 22:14   좋아요 1 | URL
초반 부분은 상당히 1984와도 비슷한 분위기였어요. 물론 저는 이 책보다는 1984가 더 좋았지만요
 

오직 인의(仁義)




01

맹자의 앞 부분이 정치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뒤로 갈수록 사람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나를 이롭게 만들어주려고 찾아 오셨군요, 라면서 웃는 왕에게


맹자는 정색하면서 하필이면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단지 인의(仁義)가 있을 뿐.




바른 정치란 어떤 것인가. 혹은 올바른 지도자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백성과 함께 즐기는 왕다운 왕. 백성에게 최소한의 먹고 살 방도를 만들어주는 왕.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맹자는 왕을 그리고 있다.




4월이면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우리는 늘 속고 이번에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리라 장담한다.


3월이 되면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던 시장이니 국밥집이니 이런 데를 기웃거리면서 그것도 점퍼차림으로


`백성`과 함께 즐기는 모습만을 연극적으로 만들 것이다. 


최소한 먹고 살 방도는 마련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니 국민들은 떳떳한 마음이 없어진다.




따라서 오직 어진 사람만이 높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

어질지 못한 사람이 높은 자리에 앉는 것은 무리에게 악을 뿌리는 것이다. 

(맹자, 이루장구상)





02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갖추고 있으나 다만 ˝안할 뿐이다.˝


누구나 측은한 마음, 부끄러워하는 마음, 공경하는 마음,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 즉 인의예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천하지 않을 뿐, 그리고 생각을 하지 않을 뿐.




높은 자리나 명예에 집착하지 말고 즐거움을 찾는 것이 군자의 당연한 이치이다.


군자에게 있는 세 가지 즐거움이란 부모가 모두 살아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은 것,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


그러나 천하에 왕이 되는 것은 여기에 없다.


천하의 왕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기 때문일까? 아니면 천하의 영재를 얻을 수가 없어서일까?


혹은 형제가 무고하지 않은 것일수도. 왕이 되는 것은 군자의 즐거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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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01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인은 누구나 권력을 누리고 싶은 마음을 갖추고 있으나 다만 권력을 포기 안할 뿐입니다. ㅎㅎㅎ
 
저녁의 기원 랜덤 시선 23
조연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책읽기가 아름다워진 건 독서가 가장 낙후된 장르였던 시대의 일이었다. ㅡ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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