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죽었다, 이제 모든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


책의 분량도 분량이지만, 과연 니체를 읽을 수 있을 것인지 반신반의하며 책을 펼쳤다. 고백하자면, 이 책을 읽었을 초반 당시의 심리상태는 계속 책을 읽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으로 가득했다. 책을 읽어서 내 삶이 변화했다거나 내 무언가가 변화했다고 말하기가 어려웠으므로. 나는 답을 찾지 못했고, 계속 읽을 것인지에 대한 기로에 서 있었다.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았다. 망연자실 길을 잃어버리는 것, ˝무엇 때문에 지금까지 길을 걸어왔던가! 모든 것이 동일할 뿐인데!˝ 허약한 인간의 특성이 나였음을. 그리고 나에게 찾아왔던 달콤한 설교. ˝보람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그대들은 욕구하지 마라!˝ 이렇게 책을 읽고 고민하는 것보다 아무 생각없이 사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아무 생각없이 인터넷 검색하고, 옷 뭐 살까 일주일 넘게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 지내는 것이 더 행복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아무 생각이 없이 산다는 것은 노예가 되는 길이 아닌가?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한다.



차라투스트라가 말한 ˝신은 죽었다.˝라는 표현은 다들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투스트라는 무신론자, 혹은 기독교를 비판하려는 사람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너무 좁은 관점이다. 신이 죽어야 한다. 인간이 극복되기 위해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창조해내지 못하고 의욕없이 타인으로부터 의욕을 당하고 사는 사람들.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거는 희망이 아니라, 가보지 못한 하늘나라에 대한 희망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독이다. 그 희망으로부터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며, 현재의 삶에 충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초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의존하는 신은 없어져야 한다. 신이 있다면, 인간은 저절로 주어진다는 순종만이 남게 될 것이다.



신 앞에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 이제 신은 죽었으므로. 선과 악이 존재한다는 것 또한 있을 수 없다. 무엇이 선과 악인지는 상대적이며, 그것은 오직 창조하는 자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차라투스트라가 전하는 말은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천천히 시를 읽듯이 본다면 그는 당신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그러나 그를 신처럼 모시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는 신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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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5-06-11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니체의 영원 회귀와 신은 죽었다에서 시작한 부조리 철학, 그리고 그 정수 중 하나인 이방인을 읽었을 때,
읽는 내내 이해하기 힘들고 그래서 화가 났지만, 마지막을 덮고 해설을 찾아 해매고 나니,
신과 같은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사회에 반하고 맞서는 부조리한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장바구니 깊숙히 있단 이 책을 꺼집어 네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방랑 2015-06-11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얕은 감상이지만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책을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요새처럼 책이 묻힌 시대에 말이죠. 참, 저도 표지 그림이 좋더군요!
 

가족이 그에게 말했다 : 벌레 같은 인간!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났더니 끔찍한 벌레가 되어 있었다. 이런 벌레 같은 인간! 할 때의 벌레가 아니라 정말로 벌레가 되어버린 상황. 우리는 힘든 상황에서 그래도 가족만은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데, 그레고르는 가족에게마저도 버려진다. 그레고르의 방에서 누이와 어머니가 모든 가구를 치우려고 했을 때, 그는 격렬히 저항한다. 벌레로 살아가는 것이 편해지고 익숙해진다면 내가 인간이었던 삶은 기억 속에서 지워질 것이기 때문에. 내가 나의 존재를 잊어버린다면, 그 순간 인간이 아니라 벌레가 되는 것이다.


<변신>만이 아니라 <판결>에서도 가족에 대한 시선은 이어진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가족이 아닌, 타인과 타인으로 얽힌 가족. 오히려 서로를 무시하고 비난하며 이해하지 않는 가족. 우리는 가족이 남이 아니라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거나 혹은 밑도 끝도 없는 의지를 하는 경향이 있다. 고마움을 모르고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남이 해주었다면 고마움을 느꼈을 행동들. 남이 했었더라면 서운함을 느끼지 않고 무시했을 행동들. 프란츠 카프카를 심리 분석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가족이 그에게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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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연극을 위하여



(노년에 관하여 / 우정에 관하여) 두 편이 나누어져 있으며 대화 형식으로 된 책이다.

일단 노년에 관하여 이야기를 해보자. 스무살 이후로, 나이가 더해질 때마다 두려움이 생겼다. 스물, 서른, 마흔, 쉰.. 우리는 나이에 민감하다. 나는 아직도 내가 노년이 되었을 때를 상상할 수 없다. 그것은 노년이 되었을 때 생길 여러가지 제약때문인데 의식적으로 그것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케로는 노년이 비참해 보이는 네 가지 이유를 하나하나씩 반박하고 있다. 첫째, 노년은 우리를 활동할 수 없게 만들고, 둘째, 노년은 우리의 몸을 허약하게 하며, 셋째, 노년은 우리에게서 거의 모든 쾌락을 앗아가며, 넷째, 노년은 죽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사실, 이 모든 것은 노년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나이가 젊고 늙음의 차원이 아니라 문제는 개인의 성격, 학문에 대한 열정에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서 답을 구할 수 있는 이는 나이의 제약에서 자유롭다. 자기 자신에게서 답을 구하기 위한 과정이 어려운 것이다. 물론, 그러려는 노력 자체도 필요하지만. 자연은 모든 것을 준비해놓았고 인생의 마지막 연극 역시 찬란하게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한 자연이, 마지막을 무너뜨리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친구, 우정. 우리는 어려서부터 친구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야지. 아주 오래된 친구를 가진 것은 행운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우정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기간이 아니다. 나에게 `충고`를 해 줄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지.



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녀와 우정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것, 그리고 그녀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이루어졌다. 복도에서만 마주치던 그녀를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었고, 지금까지 친구로 둔 것은 큰 복이다. 그녀는 매번 짬을 어쩜 그렇게도 잘내는지 여행을 잘 다닌다. 가자, 라고 마음 먹으면 갈 수 있는 그녀의 다짐은 굉장한 것이다. 그녀에게 최근 읽었던 책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녀는 책 읽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이제 학교에서처럼 같은 생활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공유하는 것이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자.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만 왔다갔다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언가! 를 해야만 한다. 그녀는 여행을, 나는 책을.



그리고 나는 또 한명의 그녀를 알고 있다. 비록 사랑(amor) 또는 우정(amictia)을 확고히 하지 않았으나. 그러나 우정은 필요나 이익을 떠나 자진하여 좋아하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더 많은 대화와 이야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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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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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잇고.

엘사가 유행의 중심에 있었던 이유는 우리는 단한번도 내 수레를 굴린 적이 없어서가 아닐까.


한스의 수레바퀴, 과도한 교육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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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
윌리엄 골딩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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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는 언급되지 않고 결국 안경은 깨진다.

아이들은 무인도에서 공동체 질서를 지키지 못하고 야만적인 본능을 선택하게 된다.

어른보다 더 잔인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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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dgling 2015-06-0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번역때문에 말많은 책이었는데 어찌 읽으셨군요~^^ 역자가 독자의 태클에도 아랑곳하지않는 분이라고 하던데...

방랑 2015-06-07 21:12   좋아요 0 | URL
번역이 조금 찜찜하기는 했어요.. 셰익스피어 작품도 읽으려하는데 민음사 번역이 탈이 많다고 해서 고민이네요~

fledgling 2015-06-08 00:48   좋아요 0 | URL
출판사도 중요하지만 역자가 더 중요하니까 역자가 작업한 책들을 한번 훑어보시면 참고가 될거에요. 뭐 방법이야 잘 아실듯... 셰익스피어 저도 읽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민음사도 오랜 역사에 대형출판사 다 보니 욕을 안 먹을순 없는것 같아요ㅎ. 그래도 그만큼 자본력으로 좋은 책 출판해주니 고맙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