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그에게 말했다 : 벌레 같은 인간!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났더니 끔찍한 벌레가 되어 있었다. 이런 벌레 같은 인간! 할 때의 벌레가 아니라 정말로 벌레가 되어버린 상황. 우리는 힘든 상황에서 그래도 가족만은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데, 그레고르는 가족에게마저도 버려진다. 그레고르의 방에서 누이와 어머니가 모든 가구를 치우려고 했을 때, 그는 격렬히 저항한다. 벌레로 살아가는 것이 편해지고 익숙해진다면 내가 인간이었던 삶은 기억 속에서 지워질 것이기 때문에. 내가 나의 존재를 잊어버린다면, 그 순간 인간이 아니라 벌레가 되는 것이다.


<변신>만이 아니라 <판결>에서도 가족에 대한 시선은 이어진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가족이 아닌, 타인과 타인으로 얽힌 가족. 오히려 서로를 무시하고 비난하며 이해하지 않는 가족. 우리는 가족이 남이 아니라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거나 혹은 밑도 끝도 없는 의지를 하는 경향이 있다. 고마움을 모르고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남이 해주었다면 고마움을 느꼈을 행동들. 남이 했었더라면 서운함을 느끼지 않고 무시했을 행동들. 프란츠 카프카를 심리 분석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가족이 그에게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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