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희 장편소설
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단거리 육상선수가 마라톤 선수가 되려면 훈련과 시련을 거쳐야 한다. 특유의 유려한 문체와 감상이 절제된 시선이 빛나긴 하지만 거장의 장편이라고 하기에는 중량감과 치밀함이 부족하다. 장편은 문체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복잡함을 떠안고 서사화할 수 있는 고도의 전략에서 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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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6-2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누가 오정희 좋다 해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미숙해서 굉장히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다맨 2017-06-28 15:22   좋아요 1 | URL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정희는 문체(지상)주의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체의 탁마와 수련(만)으로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정희도 이러한 반열에 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오정희의 최장점은 장편이 아니라 몇몇 소품에 가까운 단편들에서 드러난다는 인상이 듭니다.
이런 문체(지상)주의자들은 장편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금방 역량과 밑천의 한계를 드러내는 듯합니다. 서사에 대한 전략과 세계에 대한 통찰력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문체(만으)로 소설을 만들려고 하면 제풀에 지치죠. 비근한 예를 들자면 김훈과 같은 작가도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 정도를 제외하면 돌올한 장편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김훈 특유의 문체의 마력에 힘입어 소설의 서사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 사료들(난중일기, 조선왕조실록 등)이 있었다는 데서 찾아져야 한다고 봅니다.

yamoo 2017-06-28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고교 동기동창이 오정희 소설이 좋다길래 읽어봤는데, 저하고 맞지 않더라구요...저는 문체보다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라인에 스며든 주제의 형상화가 더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예컨대 ‘파리대왕‘같은 작품처럼요.^^

수다맨 2017-06-29 16:59   좋아요 1 | URL
˝파리대왕˝은 가히 명작의 반열에 들 만한 작품이죠. 아마도 윌리엄 골딩이 쓴 책 중에선 가장 쉽고도 박진하며 깊이가 충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이후에 쓴 장편들(˝첨탑˝, ˝피라미드˝ 등)도 몇 편 읽어보았는데 문학적 가치를 낮추볼 수는 없겠습니다만 갈수록 난해해져서 서사의 갈피를 잡기가 어려워지더군요.
오정희의 소설은 상술한 것처럼 문체의 힘에(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녀는 일상의 세밀한 부분, 비의적인 지점을 포착하는 데는 강하지만 흡인력 있는 스토리라인을 보여주는 차원으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하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고, 저 역시 오정희에게 나름의 경외감과 존중감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호감을 가지기는 어렵더군요.

흠.. 2017-06-30 0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국인의 한계를 말씀 하시는 거 같아...

안타깝네요.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요.

수다맨 2017-06-30 14:39   좋아요 0 | URL
글쎄요. 굳이 한국인으로까지 외연을 넓힐 필요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ㅎㅎㅎㅎ
정확히 말하면 한국인의 한계라기보다 오정희라는 작가의 한계로 보아야겠지요. 물론 오정희의 미덕과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그보다 더 심원한 지점을 찾고 읽어내려는 작가/독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