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초부터, 특정 소설책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다. 부질없는 수고로움이라는 뜻도, 내가 보기에는 들이는 공로에 비해서 결실은 적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말에는 다분히 비아냥과 아쉬움이 깔려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책과 작가에 대한 불만을 거슬리다 생각했는지, '~밖에 볼 줄 모르는 늙은 독자'라고 비난을 먼저 내게 가했던 사람은 코르타사르님이다. 이 분은 나를 팔로우하고 있었다고 하던데, 그거야 나로선 알 길이 없다. 설사 알았건 몰랐건 간에, 님은 나를 먼저 조소하고, 그 정도 빈정거림은 각오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그런데 나로선 책에 대한 불만을 마치 자기를 향한 불만처럼, 이해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사정이 그렇다면 (긴 설명까지는 덧붙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책이 왜 좋은지 애초부터 한두 마디 정도는 해야 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 소설이 유사 현실을 만들고 있으나, 그것이 나에게 그다지 실감이 없으며 자신이 읽어온 텍스트에만 너무 얽매여 있다고 여겨서 짧고도 박한 평가를 했다. 물론 님은 이것과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며, 괜찮은 소설이란 평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설사 빈정거림이 있을지라도) 할 말은 하셔야지, 내 취향이나 시선을 남에게 납득시키고 싶지는 않다고, 뭘 가르쳐 달라는 거냐고 하면서 '늙은 독자' 운운은 좀 오버 아닌가. 빈정거림을 듣는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왜 님에게 '먼저 까닭 없이'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나는 질병이란 말을 썼고, 그 다음에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폭력적 행위 정당화, IS라는 말이 돌아왔다. 결국에는 빈정거림만 남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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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12-04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오니 정말 신기하게도 집에 반오징어 하고 마침 어묵탕이 준비되어 있더군요. 주눅들지 마시고 앞으로도 주욱 솔직한 독설 가감없이 내품으십시오. 그게 수다맨 님의 장기입니디ㅏ.

수다맨 2015-12-05 10:11   좋아요 0 | URL
어제 진종일 밖에 있었던지라 오늘에 와서야 댓글을 다네요. 저도 아침부터 어묵탕에 소주가 생각나는군요. 칭찬을 하는 사람도 있다면, 저처럼 삐딱한 사람도 어디에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곰곰발님의 말씀, 감사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ㅎㅎ

5DOKU 2015-12-0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마다 살아온 곳이 다르니 세계관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저도 사람인지라 가끔 제가 참 재밌게 읽고 극찬을 했던 책을 누군가가 혹평하는 모습을 보면 어딘가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특히 <의인법>에 대한 수다맨님의 리뷰가 좀 더 가혹했던 게 사실이고 질병을 언급한 부분도 사람에 따라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이걸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느냐의 차이인 듯합니다. 만약 수다맨님께서 어떤 작품이 왜, 어떻게 나빴는지 짚어내지 않고 단지 혹평만 늘어놓는 식의 리뷰만 하셨다면 제가 수다맨님 블로그를 찾아 올 이유가 없겠죠. 그런데 그게 아니잖습니까. 저는 수다맨님이 그 송곳 같은 날카로움으로, 그리고 수다맨님만의 그 일관된 시선으로 작품을 논평하시는 게 좋아서 이곳을 찾습니다.
저분이 어떤 분인지는 제가 알 길이 없습니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어떠한 논리를 가지고 작품을 평가한다는 전제 하에서 저분의 발언은 수다맨님 말마따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그저 빈정거림에 그 목적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뜬금없긴 하네요. 저분의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굳이 IS나 이슬람 근본주의자라는 표현까지 꺼내 가면서까지 할 얘긴 아닌 듯합니다. 이런 표현의 남발은 도리어 진짜 IS와 이슬람 근본주의자에게 피해를 입은 당사자들을 무시하는 행위겠지요.

수다맨 2015-12-05 16:42   좋아요 0 | URL
어쩌다 보니 하루 늦게 댓글을 달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제 첫발을 내딛은 사람에게 제가 너무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서른인 분이던데 날선 비판을 하기보다 미덕과 강점을 말해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도 드네요.
하지만 100자평이라는 것은 사실, 세밀한 분석보다 즉각적인 평가를 내리는 데 좀 더 부합하는 글쓰기 틀입니다. 그렇다면 앞뒤 조건을 따지기보다는 제가 이 글을 보면서 느꼈던 것을, 가감 없이 말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이 작가가 이 글을 쓰느라 읽었던 책과 공부의 양을 `수고`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고와 상상은 제가 보기에는 문학이라는 틀에 갇힌 듯하며ㅡ이 소설에 나오는 단편들의 다수 화자들은 대체로 `쓰는 자`를 지향합니다ㅡ좀 더 두꺼운 삶의 실감과 실재를 보여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유머와 재치도 저는 왠지 울림 없이, 공허하게 느껴지더군요. 달리 말하자면 그는 짜깁기의 명수를 자처하는 듯한데, 안타깝게도 그 짜깁기가 별다른 흥미를 저에게 전해주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독해력이 얕고 성마른지라 이 작가의 진가를 못 보았을 수도 있지요(저는 어쨌거나 이 작가가 대성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하고픈 말을 100자평에 다 욱여넣을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이 규격은 상술했듯이 세밀함보다는 즉각성을 지향합니다. 결국에 저는 낮고도 야유 어린 평가를 내렀고, 주제넘게 너무 박하게 대우를 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박함과, 제 생각의 짧음에 대해서 누군가가 이의를 제기한다면 저 역시 길게 말해볼 용의가 있습니다. 빈정거림도 들을 수 있구요. 하지만 그 빈정거림에 일정한 논변이 없거나, 자극적인 표현만을 반복해서 쓰는 데 그친다면 저로선 할 말이 없습니다. 이틀 전의 싸움은 저 때문에 시작되었지만, 이 싸움을 종내에는 비생산적인 방향으로 몰고 간 데에는 그분의 책임도 얼마큼 있다고 봅니다.
어쨌거나 그분에게도 지금에 와서는 미안한 감정이 듭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05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다맨 님, 이 참에 함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작성해 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하튼 이 소설 함 읽어봐야겠는데요.. ㅎㅎㅎ

수다맨 2015-12-06 01:57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러려면 이 책을 다시 한 번 정독해야 할 텐데, 지금 당장은 그러고 싶지는 않네요. 긴 글을 작성할 기회는 나중에 다시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외 2015-12-10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 시의 말마따나 서로의 인생관이 너무나 다르고 말이 통하지 않습니다..100자평에는 형식상 감정적인 평가가 앞서기 마련이지만 수다맨님 서재에서 100자평 뒤에 이어지는 논변을 읽고 항상 도움받아왔던 저로서 앞으로도 님의 많은 논평 기대합니다.

수다맨 2015-12-11 10:51   좋아요 0 | URL
ㅎㅎ 어디 논평이랄 게 있나요. 그저 여기에 모인 글들은 독자의 주절거림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초라한 서재를 자주 찾아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