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초부터, 특정 소설책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다. 부질없는 수고로움이라는 뜻도, 내가 보기에는 들이는 공로에 비해서 결실은 적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말에는 다분히 비아냥과 아쉬움이 깔려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책과 작가에 대한 불만을 거슬리다 생각했는지, '~밖에 볼 줄 모르는 늙은 독자'라고 비난을 먼저 내게 가했던 사람은 코르타사르님이다. 이 분은 나를 팔로우하고 있었다고 하던데, 그거야 나로선 알 길이 없다. 설사 알았건 몰랐건 간에, 님은 나를 먼저 조소하고, 그 정도 빈정거림은 각오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그런데 나로선 책에 대한 불만을 마치 자기를 향한 불만처럼, 이해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사정이 그렇다면 (긴 설명까지는 덧붙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책이 왜 좋은지 애초부터 한두 마디 정도는 해야 하지 않았을까. 나는 이 소설이 유사 현실을 만들고 있으나, 그것이 나에게 그다지 실감이 없으며 자신이 읽어온 텍스트에만 너무 얽매여 있다고 여겨서 짧고도 박한 평가를 했다. 물론 님은 이것과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며, 괜찮은 소설이란 평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설사 빈정거림이 있을지라도) 할 말은 하셔야지, 내 취향이나 시선을 남에게 납득시키고 싶지는 않다고, 뭘 가르쳐 달라는 거냐고 하면서 '늙은 독자' 운운은 좀 오버 아닌가. 빈정거림을 듣는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왜 님에게 '먼저 까닭 없이'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나는 질병이란 말을 썼고, 그 다음에 이슬람 근본주의자와 폭력적 행위 정당화, IS라는 말이 돌아왔다. 결국에는 빈정거림만 남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