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위대한 명연설
에드워드 험프리 지음, 홍선영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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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에 남는 명연설은 위기의 국면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역사를 송두리째 바꾸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것은 청중으로 하여금 가슴 벅찬 감동을 주기도 하고, 믿음에 대한 확신을 더해주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위대한 명연설』은 지난 4세기에 걸쳐 등장한 영어로 된 가장 위대하고 유려한 연설 41편을 담은 책이다. 1601년 있었던 엘리자베스 1세의 연설에서부터 가장 최근인 2008년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 연설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의 중심에 있었던 남녀 연설가 서른네 명의 연설이 담겨있다.

  책은 맨 처음 연설가의 그림 또는 사진을 배치하였고, 이어 연설가의 삶이나 연설의 배경이나 의의, 특징 등을 간략히 소개한다. 그리고 해당 연설을 이어가고 연설과 관련한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진행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로 케네디의 <취임 연설>과 <베를린 연설>,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 마틴 루터 킹의 워싱턴 평화행진 연설인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와 패트릭 헨리의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를 손꼽았다.

  이어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를 대표하는 4대 명연설로 루스벨트와 케네디의 <취임 연설>, 윈스턴 처칠의 <나치 침략에 대한 전쟁 독려사>, 그리고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워싱턴 평화행진 연설>이라고 밝힌다.

  주옥같은 연설 중에는 캐빈 러드의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에 대한 사과'와 같은 심금을 울리는 글이 있었던 반면 리처드 닉슨의 '사임 연설'과 같이 사죄하지 않는 모습으로 서글픈 마음이 드는 연설도 있었다.

  사실 관심을 끈 연설은 20세기 캐나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었던 피에르 엘리엇 트뤼도 총리의 '사형에 반대하며' 하원의사당에서 1976년 한 연설이었다. 21세기 현재 사형제를 유지하는 선전국은 일본과 미국뿐이다. 우리나라 역시 사형제는 있지만 사실상 집행을 하지 않기에 사형제 유보국으로 분류되지만 이 제도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기에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근거에 관심이 갔던 것이다.

  연설을 통해 총리가 내세우는 논리는 사형제도의 무용론이다. 사회 안전을 위하여 무고한 시민들을 궁극적으로 폭력 범죄에서 보호하기 위해 살인자를 사형에 처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물음에서 결국 국가의 사형집행이 살인 가능성을 막아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 차원의 복수이자 보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사회의 능력을 믿자는 것으로 연설은 끝난다. 다행이 이 법안은 찬성 131, 반대 124표를 얻어 통과되었단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그런 연설은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 벅찬 감동을 받게 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비록 수세기가 지났지만 주옥같은 명연설은 아직도 우리에게 감동을 줄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암기 및 학습용 MP3 파일을 금방 다운받았다. 용량이 제법된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감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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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대부호의 가르침 41
오오츠카 준 지음, 김현정 옮김 / 문화발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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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은 이제 정설로 통한다. 이미 기축통화인 달러 보유고가 부동의 세계 1위다. 13억이라는 인구 역시 마찬가지다. 이중 부유층만 해도 1억2,000만 정도로 예상된다. 일본의 국민수보다도 더 많은 숫자다. 그래서 세계 최대의 교역 대상이고, 사업 전망이 밝은 지역임에 틀림없다. 다만 투자를 하든지 현지에서 사업을 하든지 중요한 것은 중국 현지인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든 사회통념이든 중국인들을 모르고 사업을 벌이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홍콩 대부호의 가르침 41』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 일본인 오오츠카 준은 홍콩의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회사의 기업 설명회에서 만난 어떤 노인을 통해 중국에서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지를 배우게 되었고, 모두 41가지나 되는 가르침을 나름 구별하여 정리해 놓은 책이다.

  책에 따르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제법 적지 않았다.  이것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판매대금 회수가 힘들다는 점, 아직 부정부패가 남아있고 거짓말이 만연하다는 것, 사람과의 관계에서 체면을 상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 종업원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는 것 그리고 정치적 리스크, 법적 리스크, 환율 리스크와 같이 예상할 수 없는 리스트가 있다는 점 등이다.

  중국인들의 특성이나 특유의 사업 방식도 소개한다. 이를테면 중국인들은 어떻게 쓰는 지에는 관심이 없고 어떻게 벌었는지에만 관심을 가진다든가 나이나 출신지에 따라 성격이나 사업 스타일을 알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업 투자에 위험을 즐기는 것이라든가 차이나 스탠더드가 존재한다는 것들이다.

  책은 앞으로 전망이 높은 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늘어나는 독신 가정을 위한 서비스 산업, 1억 3,000만 명으로 예상되는 부유층을 공략하는 사업, 저개발 되어 싼 인건비에 자원이 풍부한 서부지구를 공략하는 사업 등이다.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어디를 가도 타깃으로 할 고객층과 지역에 맞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41가지나 되는 가르침 중에는 중국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는 가르침도 있지만 대부분이 비즈니스에 대한 노인의 철학이나 기본적인 전략이다. 정보력 확보, 기회는 망설이지 말고 잡아야 한다는 것, 장사의 기본에 속하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철학, 리스크를 이겨내는 방법 등이다.

  내게 고개를 끄떡이게 해 준 것은 경제에 관한 노인의 철학이었다. 세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즉 선진국은 후진국의 제조업에 투자하여 상생해야 하고, 반면 선진국에서는 고령화 사회를 맞서 고령자를 위한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저자가 묻고 노인이 대답하는 문답식 대화 형식으로 담았고, 추가적으로 저자의 생각을 추가했다. 또 총 5장으로 구성되었고 각 장의 말미에는 그 장의 주요 내용을 나름 포인트로 요약해 두었기 때문에 핵심을 두 번씩 읽도록 배려한 점도 독특하다.

  한 권의 책으로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사업을 하기 위한 정보를 다 터득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에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이 정도는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고려해야 할 점을 소홀히 해서 결국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재 그렇게 손해를 보고 철수한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 책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의 말처럼 중국사업, 중국투자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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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그림과 만나다 - 젊은 인문학자 27인의 종횡무진 문화읽기
정민.김동준 외 지음 / 태학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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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학이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인문학이 생겨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1940년대부터 사용되었지만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난 뒤라고 한다. 그나마 우리 정부가 한국학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을 세운 것이 1991년이며, 이후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금은 전 세계에서 한국학을 개설한 대학이나 기관이 많이 증가했다고 하니 다행이라 하겠다.

  우리 고유의 것을 연구하는 한국학은 언어, 역사, 지리, 사회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이 존재하지만 그림이나 사진 한 장 또는 여러 장에서 자연스럽게 끄집어내기란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일반인도 같이 어울릴 수 있도록 그렇게 한국학을 끄집어 낸 책이 나왔다. 바로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과거에는 국학이라 불렀던 한국학을 교양잡지로 재구성한 <문헌과해석>이라는 계간지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은 한국학의 다양한 영역을 고루 담은 교양서로 모두 스물일곱 편의 글로 구성되었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다. 그림과 문예가 만나 빚어내는 글들, 옛 그림을 통해 그림에 담긴 역사와 시대상을 살펴보는 글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장면을 소개하는 글들, 그리고 사료의 가치가 있는 그림이나 사진을 통해 역사를 재구성하고 복원하는 글들로 나뉜다.




 

  책 속에 나오는 그림 중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노량주교도>이었다. 정조의 화성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주교도, 순 우리말로 하자면 '배다리'다. 배를 연결하여 만든 다리로 지금으로 말하자면 노량진에서 한강을 건널 수 있도록 배다리를 배를 연결하여 만들었다는 것이다. 주교도는 두 곳에서 언급된다. 처음 언급되는 곳은 회화로서 여덟 폭의 병풍인 <화성능행도병>에서다. 마지막 병풍에 해당되어 제목도 대미를 장식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리고 나중에 언급되는 곳은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있는 <주교도>다. 이곳에서는 주로 배다리의 역사적인 기록과 채색 되지 않은 그림만 보여준다. 두 그림을 그림만 놓고 비교한다면 병풍은 정조의 행사 모습 위주이고, '주교도'는 배다리의 구조를 설명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원근법을 도입한 그림이라 혁신적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몇 가지 그림을 제외하고는 평소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이나 사진이 아니어서 보는 동안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나열된 순서 역시 의미부여가 된 것이 아니어서 어디서부터 감상을 시작해도 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부분적이나마 우리의 것을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한국학과 관련된 다양한 서적을 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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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 그 해 여름
김성문 지음 / 서울문학출판부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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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인생은 수많은 만남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런데 그 만남들 가운데에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고 느끼는 그런 만남이 있다. 그중에서 남녀 간의 운명적인 만남처럼 정말 가슴이 떨리고, 심장이 고동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사실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만남은 아름다운 로맨스로 발전하게 되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불행한 결말로 맞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인생에 있어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하게 된다는 것은 정말 힘든 고통일 수밖에 없다.

   소설 『어느 봄 그해 여름』의 주인공 수연은 3년 전 교회 담임목사였던 남편을 여의고 매주 하루씩  남편의 묘소를 방문하는 쉰네 살의 여인이다. 그녀에게는 동우라는 아들이 있으며 전 남편이 담임목사로 있었던 교회의 부목사로 있는 성직자다. 그래서 성직자 집안사람이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마다 용두산 공원에 가서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한다. 이밖에도 요일별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특별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석주라는 새로운 공원묘지 관리소장이 등장난다. 그렇게 그 둘은 첫 만남은 우연한 만남처럼 보였지만 석주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가 공원묘지에 오는 순간부터 기다려 일부러 그녀의 흰색 프린스의 차 타이어에 공기가 빠지도록 작업(?)을 가한다. 그리고는 우연을 가장한 자연스러운 접근을 통해 두 사람은 서로에게 관심을 조금씩 가지게 되는데…….

  작가는 아마도 중년 여성들이 가지는 외로움과 가족 때문에 가슴 속에 묻어야 했던 그녀들의 꿈들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훌쩍 자라 품에 떠난 지금 다시 새로운 꿈을 통해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평균수명이 80세를 웃도는 시대를 살기위해서라도 가족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꿈을 규모를 줄여서라도 지금 다시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 속으로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소설의 주 무대가 내가 사는 부산이다 보니 더 호감이 갔으리라. 결말에서 밝혀지는 극적인 반전이 나를 안타깝게 했다. 그래서 한 편의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아니 영화로 제작하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아름다운 영화가 될 것 같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잔잔한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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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스와 버질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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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 마텔 이라면 우리나라에 <파이 이야기>로 나름 많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다. 그가 <파이 이야기> 9년 만에 내놓았다는 후속작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전편이라는 책을 이미 읽었기 때문에 사실 후속작이라는 수식어에 많은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를 다른 시각으로 다뤘다는 책 표지의 평론 역시 이 책에 손이 가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소설은 작가 자신이 소설 속에 헨리라는 이름을 가진 소설가로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여러 서적들이 역사적 사실주의 관점에서만 다루는 것에 주목한다. 상상력이 첨가되지 않은 역사적 사실로만 다룬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신이 이를 예술적인 상상력을 동원해서 소설과 평론 두 양식으로 작품을 완성하고 이를 한 권의 플립북이라는 형식으로 출간하려한다. 그러나 평론가와 역사가들은 작품이 형편없다는 비난에 충격을 받아 글쓰기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 휴식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클라리넷을 배우고, 연극단에 들어가 연극을 연습하고, 초콜라테리아에서 웨이트로 일하는 등 비난의 충격을 점차 벗어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에게 온 소포 중 플로베르의 <호스피테이터 성 쥘리앵의 전설> 복사본과 제목도 없는 희곡 몇 장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글이 써져있는 봉투를 우연히 받게 된다.

  소설은 그가 그 소포의 주인공을 찾아가게 되고 그가 박제상이며 그에게 보낸 희곡의 일부분은 <20세기의 셔츠>라는 제목이란 것을 알게 되고, 또 희곡에 등장하는 베아트리스는 당나귀고 버질은 원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주인공 헨리는 희곡의 일부에 묘사를 추가하는 도움을 주고 박제상이 읽어주는 희곡을 듣고, 이해가지 않는 부분은 묻고 답하는 형식을 통해 스토리가 진행된다.

  옮긴이의 글에 따르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비단 나치의 유대인 학살인 홀로코스트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전반에서 홀로코스트적 관점에서 보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한다. 현대전이 대량 학살을 피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두 주인공 베아트리체(영어식 이름은 베아트리스)와 베르길리우스(영어식 이름은 버질)를 박제된 동물에게 이름 붙여준 이유도 <신곡>에서처럼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여행하는 안내자로 소개한다는 것이다. 홀로코스트가 짐승을 통째로 구워 신전에 바치는 유대교의 제사인 전번제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런데 사실 다 읽고 나니 뭔가 좀 허전한 것 같기도 하고, 쉽게 이해하기에는 조금 난해한 것 같기도 하다. 홀로코스트를 우화적으로 비유한 것 같기는 한데, 결말에 이르는 부분에 난데없이 등장하는 나치의 부역자라는 용어도 낯설지만 책의 뒤편에 첨가한 <구스타프를 위한 게임>은 뜬금없다는 생각도 든다. 해답 없는 질문은 결국 소설의 결말을 독자에게 오픈해버린 것 같다. 마지막인 '게임13'에서는 문제조차도 백지로 비워놓았기 때문이다. 

  잘 못 번역했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나온다. 번지로 번역한 것인데, 외국에는 주소에 번지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노볼리프키 거리 68번지'는 '노볼리프키 거리 68번'으로 번역해야 옳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가 알기로는 주소에 번지를 사용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었고, 일본도 지금은 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기때문이다. 그리고 내년(2012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새주소 제도가 전면 시행된다. 거리이름(도로명)과 건물번호로 새로 명명되는 도로명주소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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