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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그림과 만나다 - 젊은 인문학자 27인의 종횡무진 문화읽기
정민.김동준 외 지음 / 태학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한국학이라는 우리나라 고유의 인문학이 생겨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1940년대부터 사용되었지만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된 것은 한국전쟁이 끝난 뒤라고 한다. 그나마 우리 정부가 한국학을 널리 보급하기 위해 한국국제교류재단을 세운 것이 1991년이며, 이후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금은 전 세계에서 한국학을 개설한 대학이나 기관이 많이 증가했다고 하니 다행이라 하겠다.
우리 고유의 것을 연구하는 한국학은 언어, 역사, 지리, 사회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이 존재하지만 그림이나 사진 한 장 또는 여러 장에서 자연스럽게 끄집어내기란 힘든 일이다. 그런데 일반인도 같이 어울릴 수 있도록 그렇게 한국학을 끄집어 낸 책이 나왔다. 바로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과거에는 국학이라 불렀던 한국학을 교양잡지로 재구성한 <문헌과해석>이라는 계간지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은 한국학의 다양한 영역을 고루 담은 교양서로 모두 스물일곱 편의 글로 구성되었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었다. 그림과 문예가 만나 빚어내는 글들, 옛 그림을 통해 그림에 담긴 역사와 시대상을 살펴보는 글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장면을 소개하는 글들, 그리고 사료의 가치가 있는 그림이나 사진을 통해 역사를 재구성하고 복원하는 글들로 나뉜다.
책 속에 나오는 그림 중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노량주교도>이었다. 정조의 화성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주교도, 순 우리말로 하자면 '배다리'다. 배를 연결하여 만든 다리로 지금으로 말하자면 노량진에서 한강을 건널 수 있도록 배다리를 배를 연결하여 만들었다는 것이다. 주교도는 두 곳에서 언급된다. 처음 언급되는 곳은 회화로서 여덟 폭의 병풍인 <화성능행도병>에서다. 마지막 병풍에 해당되어 제목도 대미를 장식한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리고 나중에 언급되는 곳은 <원행을묘정리의궤>에 있는 <주교도>다. 이곳에서는 주로 배다리의 역사적인 기록과 채색 되지 않은 그림만 보여준다. 두 그림을 그림만 놓고 비교한다면 병풍은 정조의 행사 모습 위주이고, '주교도'는 배다리의 구조를 설명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원근법을 도입한 그림이라 혁신적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몇 가지 그림을 제외하고는 평소 쉽게 볼 수 있는 그림이나 사진이 아니어서 보는 동안 조상의 숨결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나열된 순서 역시 의미부여가 된 것이 아니어서 어디서부터 감상을 시작해도 된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부분적이나마 우리의 것을 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도 한국학과 관련된 다양한 서적을 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