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의 협동의 경제학 -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시대의 경제학 원론
정태인.이수연 지음 / 레디앙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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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경제학에는 두 가지 명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인간은 무조건 이기적이어야 하고, 시장은 무조건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 이기적인 인간들만 사는 세상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시장이 아무리 효율적이라고해도 난 시장 만능주의 역시 싫다. 사실 나는 경제학도가 아니다. 그래서 경제학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몇 년 전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몇 권의 서적을 읽은 적이 있었고, 책 표지에 쓰인 강렬한 문구가 멋있다고 느껴져 읽기 시작한 책이 바로 <협동의 경제학>이다.


"주류경제학은 300년 동안 우리를 속여 왔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고,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압축하자면 주류경제학에서 말하는 두 가지의 명제는 틀렸고, 인간은 이기적이 아니라 이타적이거나 상호적이어야 함께 번영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하므로 경제의 개념을 시장에 국한시켜서는 안 되며 시장경제에 사회적 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를 추가하여 네 박자 경제로 확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개인의 합리성과 전체의 합리성이 불일치되는 사회적 딜레마(죄수의 딜레마, 공유지의 비극, 공공재게임, 집단행동의 문제)를 시장경제의 한계로 설정하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지에 대한 게임이론을 통한 여러 가지 사회적 딜레마 게임이 도입된다. 협동보다는 배반을 해야 이익인 죄수의 딜레마, 상대의 행동에 따라(협동하면 협동하고 배반하면 배반하는) 반응하는 사슴사냥게임, 그리고 상대의 행동과 관계없이 협동해야 하는 치킨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실험들이 소개된다. 그러면서 이 책에서는 배반하는 죄수의 딜레마에서 상대의 행동에 따라 달라지는 사슴사냥게임의 형태로 바꿀 것을, 그리고 사슴사냥게임에서도 배반하지 말고 협동하는 방식으로 바뀌도록 요구한다. 그러면서 협동하기 위한 5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혈연선택(혈연관계가 가까울수록), 직접 상호성(자주 만날수록), 간접상호성(사람들의 평판이 잘 알려질수록), 네트워크 상호성(만나는 주변사람이 적을수록), 집단선택(집단의 구성원이 적고 집단의 수가 많을수록)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협동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책의 해답은 ‘신뢰’. 물론 응징과 보상이 협동을 유도하기도 하지만 신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2차 딜레마에 빠져버리고 만다는 것.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과도한 사교육과 부동산 투기, 금융 위기 등 사회적 딜레마를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죄수의 딜레마에서 사슴사냥게임으로 바꾸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전 사회적으로 이타적이고 협동 지향적인 가치가 인정받아야 하며, 이러한 모든 해법의 토대는 ‘신뢰’라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는 시장도 정부도 아닌 민간 영역에서 자발적 개인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협동조합과 상호부조와 같은 결사체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것이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신사회적 경제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책에서는 예로 든 곳은 스페인 바스코 지방의 몬드라곤 협동조합과 도시로는 이탈리아의 에밀리아로마냐와 케나다의 퀘벡이다.


흔히 공공성이라는 용어로 포장되는 공공경제에서 흥미를 끈 부분은 스웨덴의 연대 임금정책이다. 수출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서 내수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보조해주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실패한 정책이란다. 대신 90년 중반부터 스웨덴은 산업구조 고도화에 성공하게 되고 평등과 협력전략으로 안정을 되찾았단다. 우리는 불평등과 극단적 경쟁의 논리로 스웨덴과 똑같이 성장은 했지만 양극화는 더 심해졌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복지국가가 되려면 먼저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힌다. 시장의 불평등을 그대로 둔 채, 아무리 많은 복지 재정을 투입한다고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재벌의 횡포로 납품단가 인하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상권을 빼앗긴 골목 상인들. 갈수록 늘어나는 비정규직 문제와 비현실적인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아무리 복지 재정을 쏟아 부어도 양극화와 불평등은 해소할 수 없다고 한다.


또 진정한 복지국가 건설을 꿈꾼다면 거시경제 정책에 대한 계획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 임금 주도 경제로의 전환과 자산 가격 안정화라는 거시경제 정책을 토대로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근데 사실 서민들에게는 부동산 대출과 사교육비 부담만 줄어들어도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책에서 언급하는 것은 생태경제다. 먼 미래 자손에게 어떤 환경을 물려줄 것인가 하는 문제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좀 이상하다. 이명박 정부 시기의 ‘녹색 성장’이 국내보다 세계에서 더 평가를 받았다는 부분이다. 분명 4대강 사업과 핵발전 확대에 덧씌운 ‘녹색 분칠’임에 틀림없지만 우리 정부가 녹색 성장을 ‘사회적 경제적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명시하고 사회 전반의 녹색 혁신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망라했기 때문이란다. 이명박 정부 내내 실재로 진행되었던 것은 이와는 반대지만 대신 ‘패러다임의 전환’은 지금도 유효하단다. 그래서 핵 마피아, 거대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에너지 집약형 산업, 토건 마피아, 공기업(한전)과 화석연료와 핵 발전 반대에 목숨을 건 싸움을 벌여야 한단다. 


책 한 권 읽었다고 경제학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 책 한 권 읽었다고 전국적으로 붐이 일고 있다는 협동조합의 원리를 이해했다고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경제학과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이해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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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민기자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12명의 세상을 바꾸는 글쓰기
김혜원 외 11명 지음 / 오마이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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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마이뉴스를 접하게 된 것은 2005년도였던 것 같다. 당시 공무원노동조합의 임원으로 활동을 하다 우연히 접하게 된 매체이고 상당히 진보적인 기사가 넘쳐 났기에 회원으로 덜컥 가입까지 하였다. 하지만 그기까지가 내 한계였다. 노동조합 활동을 했지만 공무원 신분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른 기자가 쓴 기사 중 관심 가는 기사가 걸리면 부지런히 노동조합 게시판으로 퍼 날랐고, 그 후에 오마이뉴스가 종이 신문으로 배달되었을 때 짧은 기간이었지만 유료 구독한 것이 유일하다면 유일한 인연이었던 셈이다. 글은 쓰고 싶었지만 신분 상의 제약으로 스스로 글쓰기를 제한한 셈이다. 기사 한 편도 올리지 못한 이름만 시민 기자.


 

내가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2009년 9월이다. 네이버 카페 활동을 통해 신간서적에 대한 서평단 활동이었다. 2012년 2월까지 활동했으니 제법 오래한 것 같다. 당시 블로그를 활용하여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시기였고, 서평을 통해 나도 남들처럼 많은 방문객을 모으고 싶었다. 하지만 네이버 활동에 회의를 느끼게 된 계기가 생겼다. 길고도 지루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물론 서평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전처럼 적극적이지 못했고 점차 서평을 쓰는 것조차 엄두를 못 낼 만큼 글쓰기가 힘들어졌다.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고픈 생각에 고른 책이 바로 <나는 시민기자다>라는 책. 사실 기사를 쓴 적이 없지만 기사나 서평이나 쓰임은 다를지라도 글쓰기의 다양한 장르라는 생각에 네트워크 상에 인기있는 시민기자는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계기로 어떻게 기사를 쓰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나도 시민기자 활동을 한번 해볼까 하는 충동도 일었기 때문이었다.


 

막상 책을 펼치고는 깜짝 놀랐다. 너무나 단순한 진리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제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글감, 즉 글의 소재. 일상의 이야기를 정치와 접목해서 기사를 만들어 낸단다. 모든 일상이 정치적이라는 것. 생활에 불편한 점들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를 기사로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을텐데, 이렇게 기사화한 것이 생활에 불편한 점을 없애주더라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세상은 바뀌고 있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두번째 접하게 된 사실은 글쓰기 원칙과 같은 것이다. 대다수의 시민기자들이 충고하는 것은 쉽게 쓰라는 것. 물론 꾸준히 제대로 쓰기, 끝까지 읽도록 쓰기, 사실과 의견 구분하기, 여기에 진정성으로 울림을 더하기를 추가하라는 이야기도 있고, 자신만의 독창성을 가질 것과 논란을 두려워 말 것을 충고하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책에는 정치를 분석하는 방법, 글 쓸 때 잊지 말아야 할 것들, 기사를 작성하는데 유의할 사항, 악플에 대처하는 법 등 시민기자가 알아야할 다양한 기술들도 소개한다. 특히 오마이뉴스에서 제공하는 블로그를 활용할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시민기자라는 직함이 사실 프로라는 단어보다 아마추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게 느껴지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고정관념이 단숨에 사라져버린다. 어쩌면 프로 기자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프로 기자가 기사화할 수 없는 것까지 시민기자는 기사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글을 읽다 보면 열정이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덮으니 가슴에 울림이 오는 구절이 생각난다. “지금 안하면 나중에도 못 한다.” 물리학자이자 연구원인 이종필 시민기자의 말이다. 필요한 때에 뭔가를 말하지 않는 사람은 ‘나중에'도 말하지 않는다고 말이다.(p148)


 

책 한 권 읽었다고 글쓰기 실력이 팍팍 늘어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글쓰기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시민기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바꾸는데 힘을 보태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그 꿈을 이루고, 세상을 바꾸고 세상과 소통하는 놀라운 경험을 맛보기를 권한다. 그기다 부수입까지 생긴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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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모든 것 -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LBS, 링크드인, 유튜브, 소셜 미디어 활용법
김대중 지음 / 경향미디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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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이 보편화된 요즘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한 개인 블로그나 카페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이는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등 소셜미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내 주변을 둘러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특히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고민해봤을 것이 바로 수익성이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좋고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려해도 당장 부딪치는 것이 일일 방문객 숫자다. 내 블로그를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지, 그리고 일일 방문객 숫자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제대로 된 활용법을 모르고 있다는 말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SNS 역시 마찬가지다. 처음 가입하고 나면 온통 하얀 화면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해진다. 처음에는 팔로잉을 늘리고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트윗을 구경만하다가 몇 개월이 지나도 트윗 한 개 올리지 못하고 점점 관심 밖으로 떨어져버린다.

 

  서설이 길어져버렸다. 『SNS의 모든 것』이라는 책은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책이다. 책은 SNS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으로부터 출발한다. SNS를 활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도구들과 각종 옵션 도구들의 소개도 이어진다. 그리고 나오는 것이 바로 수익 모델에 대한 이야기다. 이밖에도 스마트폰으로 SNS를 활용하는 방법과 관련 앱들에 대한 설명, 실제 활용 사례들, 그리고 SNS를 잘 활용하는 노하우를 차례로 알려준다.

 

  책에는 블로그를 검색엔진에 등록하는 방법이라든지 다른 SNS들과 연동하는 방법 등 실제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주 유용한 팁들이 공개되어 있다. 이를테면 블로그를 활성화 시키려면 유익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포스팅하고 블로그 방문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라는 것 등이다. 검색엔진 등록은 필수이고,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가 잘 안되면 주변 사람들을 활용해서 인위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 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수익성만 염두에 둔다면 블로그에 특화된 제휴마케팅도 활용해 봄직하다는 것이다.

 

  책에서 수익성을 소개하는 부분은 크게 두 종류. 하나는 구글 애드센스와 네이버 애드포스트, 그리고 리얼센스 등 블로그에 광고 배너를 달아서 광고 수익을 만드는 방법이다. 또 애드얌, 애드바이미, 아이라이크클릭 소셜 광고 등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이용하여 수익을 만드는 방법이 두 번째 방법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무엇을 생각하든 목표를 가지고 시작하라고 충고한다. 무엇을 담을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지? 마지막으로 얼마나 오래 할 것인지를 미리 계획하지 않으면 소통으로 대변되는 SNS 활용은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몰론 이밖에도 주요 SNS의 특징을 알고 그 기능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과 가능하다면 전문적인 분야를 고민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책의 수준이었다. 물론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2030 층을 겨냥했다고는 하지만 초보 수준도 아니고 중급 이상 되는 수준도 아니다. 차라리 삽입된 그림도 좀 크게 하고 상세한 그림을 좀 더 추가해서 완전 초보 층에 맞추었다면 하는 아쉬움이다.

 

  그래도 소셜미디어를 수익에 염두를 두고 활용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아주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기회에 나도 수익을 염두에 두고 블로그를 운영해볼까 하는 고민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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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
요헨 마이 외 지음, 오공훈 옮김 / 지식갤러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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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면서 수많은 법칙들과 마주치지만 정작 모르고 지나치는 것이 많다. 특히 심리학과는 더더욱 그러하다. 무슨 무슨 효과라는 것들이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의미를 부여하면 사실 맞는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표지에 있는 그럴듯한 문구 때문이었다. "내가 좀 더 일찍 인간을 알았다면 지금껏 속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이 문구는 나 뿐만 아니라 이 책 표지에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솔깃한 이야기다. 어쩌면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는 너무 많은 속임 속에 살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된다.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이라는 책은 얼핏 보기에는 제목만큼 다루는 것이 진부할 것이라는 생각을 뒤집는 책이다. 무려 123가지나 되는 현상이나 효과 또는 법칙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각 현상이나 효과가 당장 느끼기에는 안 와 닿을 수도 있다. 대신 실험을 통해 검증된 것이기에 진위여부를 따지기가 조금 힘들다는 것을 빼면 얼마든지 흥미를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가장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물건을 살 때 드러난다. 정말 알뜰하다고 느끼지만 이 책에서는 과감히 안 그렇다고 이야기한다. 그 중 일부는 글만 읽어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 참 뭐라 정의하기가 힘든 책이다.

 

  안속으려면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부분이 경제적인 부문인데 이 책에서는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파는 지에 대한 설명이 제법 자세하다. 하지만 안다고 안 당할 수 있는 가라는 물음에는 참 대답하기 어렵다.

 

  500 페이지나 되는 분량이 힘든 중압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123개로 쪼개면 그다지 부담이 간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느끼는 생각은 이 책이 꼭 심리학의 범주에만 국한하지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자기계발의 범주가 더 많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효과나 현상은 심리학과는 상관없는 것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재미있는 여러 가지 법칙을 다루지만 아쉬운 것도 있다. 너무 직역에 가까운 번역 때문이다. 재미있게 읽어야 하는 내용이지만 일부의 내용은 읽기가 참 힘들다. 물론 책의 저자가 독일인이고 독일의 이야기를 주로 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뭐 어쨌든 '아하 효과'라는 각 법칙에 대한 요약을 정리한 부분은 박수칠만하다.

 

  심리학을 주로 다룬다기보다는 심리학과 관련된 현상을 다룬다고 생각하면 읽기가 훨씬 편할 책이다. 딱딱한 심리학 이론보다는 부드러운 현실을 통해 심리학을 맛보고 싶은 분들께 권하고 싶다. 정말 부담 없이 읽기에 딱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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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 - 2012년 통합진보당에 무슨 일이 있었나?
김인성.이병창.김영종 외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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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사태가 분당으로 일단락되었다. 그동안 자칭 혁신하겠다는 혁신비대위가 보여준 것은 결국 이런 거였다. 통합진보당의 패권을 자신들이 차지하든지, 그렇지 못하다면 결국 깨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정치사에 길이 남을(?) 전무후무한 일들을 자행한다. 본래 제명은 어느 정당에서나 흔히 있는 일이지만 혁신비대위가 감행한 제명은 성격이 달랐다. 처음에는 특정 비례대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그 후보보다 선순위에 있는 장애인 전략후보를 제명했고, 나중에는 탈당하고 같이 신당을 꾸릴 비례대표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또 한 번 제명을 단행했다. 정치사에 유래가 없는 일이다.


비례대표 경선에 부정이 있었다는 것으로 시작된 이 사태. 과연 2012년 5월 통합진보당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대강의 본질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그냥 1차 조사보고서에서 언급한 총체적 부실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정도였고, 2차 조사보고서 역시 조작되었다는 정도였다. 그래서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 선택한 책이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라는 책이었다.


당초 진상조사위가 4월 12일 꾸려진 것은 참여계 오목만 후보가 제기한 전여농 윤금순 후보의 부정투표 논란이었다. 그래서 오옥만 후보가 추천한 고영삼 위원과 윤금순 후보가 추천한 신지연 위원이 진상조사위에 들어갔고 조준호 공동대표가 위원장으로 선임된다. 그런데 갑자기 부산 금정구의원 이청호가 당 홈페이지를 통해 부정선거의혹을 제기하고, 며칠 뒤에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선거부정 문제를 부각시킨다.


겉으로 나타나는 통합진보당 사태의 시작은 5월 2일 있은 조준호 위원장의 진상조사결과 발표다. 이날 조준호 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비례대표 선거를 선거관리 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나중에 제출되는 진상보고서에는 진상조사위가 정작 조사해야할 윤금순 후보의 부정투표 논란에 대한 것은 조사에서 제외되었다. 더 큰 문제는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사실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이 밝혀진다.


이후 일어나는 일들은 웬만한 사람들이 다 아는 내용이니 생략하기로 하고, 과연 이 사태의 본질이 무엇일까? 책에는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가장 가슴에 와 닿은 글은 김철민 수원시민신문 기자가 쓴 글이다. 기자의 글에 따르면 사태의 발단은 지난 총선 결과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보인다고 했다. 총선 결과 당권파 절반의 승리, 울산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 전멸, 참여계는 1석만 얻고 전멸, PD계 노회찬과 심상정 정도만 살아남았다. 이 결과로 유시민과 심상정은 거의 패닉에 빠지게 되고 당권파의 조직력과 결합력에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즉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조성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권파의 흠집과 부정이 필요했다. 조사위가 구성되고 이정희 공동대표는 조사위에 전권을 주는 실수를 하였고, 조사위는 교묘하게 언론을 통해 비례대표 선거를 총체적인 부정선거로 전 국민에게 노출시켰다. 당권파는 즉각 조사위의 부실한 조사를 지적했지만 다음 날 조준호 위원장은 일부 사과만 하고 대충 넘어가 버린다. 그리고 조중동에 의해 시작되는 종북주의 망령. 그래서 기자는 조준호의 오판, 심상정의 노림수, 유시민의 과욕, 이정희의 무대응이 이 사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공감 가는 또 하나의 분석은 김영종 작가의 글이었다. 철저하게 기득권과 언론, 그리고 진보 지성인들이 합세하여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가 피라미드 상층을 지키는 엘리트 지배계급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열려는 것을 막았다는 것. 아니 싹을 아예 잘라버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몰론 새로운 시대를 열려는 그 중심에는 이정희 전 대표가 있었다는 것이다.


가장 간단하게 이 사태의 본질을 정리한 것은 아무래도 김인성 교수가 아닐까싶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뀐 뺑소니 사건이고, 지역의 건설업자가 자기 이권 챙겨 줄 국회의원 만들려다 실패한 사건이다" 이 한 문장이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어보고 낸 결론이니 말이다.


책에서 감명 깊게 읽었던 부분은 이병창 동아대학교 명예교수가 쓴 '누가 죽산 조봉암을 죽였는가?'라는 글이었다. 죽산 조봉암을 죽인 것은 이승만 정권이지만 당시 장면이 이끌던 민주당은 이를 침묵으로 지원하였던 것이란다. 왜냐하면 너무 무서운 기세로 부상하는 진보당이 민주당에게는 부담 가는 존재였던 것이었다는 것. 그래서 이승만 정권이 사법살인을 하는데 조연으로 방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4·19 이후 분출하는 민중적인 요구를 수용할 그릇이 되지 못했다. 진보당과 조봉암이 있었더라면 분명 그런 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란다. 그래서 5·16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안타깝게 보는 것이다. 그래서 반복되는 역사 앞에 통곡한다면서 말이다.


유시민이 말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것.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라는 것은 나치의 논리 즉 국민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전후 나치와 같은 범죄를 막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인권이론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 같은 것 말이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진보라는 개념에 대해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머리에서 입까지만 진보인 사람들, 진보인 척하지만 보수인 자유주의자들, 그리고 진보 언론을 표방하지만 오히려 더 정파적인 한경오프(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어쩌면 차라리 잘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사태로 분당 세력들의 진의를 알게 되었고, 개방형명부 비례대표에 검증되지 않은 후보를 넣은 것이 얼마나 당에 해악을 끼치는 지, 그리고 극복해야 할 문제가 무엇이었는지를 알았으니 오히려 이 위기를 기회로 극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이시우 사진작가가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을 낙관주의라고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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