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방법 - 잊지 않으려는 기록
유시민 외 지음, 이동호 사진 / 도모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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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것을 보았다. 전원구조라는 언론의 오보를 믿고 처음에는 안도했었고, 오보임을 알게 된 후에도 많은 선박과 헬기가 구조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 무사히 구조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무려 304명의 희생자를 내었고 사고가 난 지 무려 열 달이 다되어가는데도 아직 9명의 실종자가 남아있다.

 

  세월호 참사에서 국가가 보여준 것은 무능력의 극치였다. 컨터롤 타워가 아님을 주장하는 청와대는 물론이고 해수부, 안전행정부, 해경, 특수부대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무능력한 국가에 산다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정부가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물에 빠졌는데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것이 어떻게 나라이고, 이런 정부를 어떻게 정부라 할 수 있을까?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잘 듣던 아이들은 모두 수장되었다. 상식과 정의가 수장되는 순간이다. 상식과 정의가 사라져버린 국가. 그래서 상식과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누구는 도보순례를 하고, 또 누구는 촛불을 들었다. 광화문 농성장을 지킨 이도 있었고 유가족과 함께한 이도 있었다. 왜 그랬을까?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이지만 어른으로서 미안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가족들이 마지막으로 기댄 곳은 청와대였다. 남은 한 명이라도 끝까지 찾겠다고 한 약속, 언제든 찾아오라던 그 약속, 열 자식 굶기지 않는 자식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국민을 섬기겠다는 그 말이 허울뿐 임을 확인하는데 76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사고로부터 얻은 교훈은 부실한 정책과 불성실한 권력을 감시해야 하고 타락한 언론을 퇴출하고 사회제도와 구조를 고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 달 후 있었던 선거에서 심판하지 못했다.

 

  가슴 아픈 기억은 잊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가슴 아픈 기억 중에는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기억도 있다. <기억의 방법>은 세월호 참사의 사진을 한 명이라도 더 기억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출판사 대표의 주장에 이동호 사진작가가 자신이 찍은 사진과 방송인 김미화,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 등 여러 사람의 글을 받아서 출판한 책이다.

 

  읽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외치는 시위에도 많이 나갔고,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활동도 참 열심히 했는데 아직도 세월호 참사는 진행 중이다. 아니 어쩌면 권력으로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유대인을 학살하던 곳,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에는 “망각은 노예의 길이요, 기억은 구원의 신비”라는 말이 새겨져 있습니다. 기억함으로 진실을 보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글귀입니다. -p26

 

  이유 없이 죽어간 아이들을 대신해서 진상규명은 반드시 해야 할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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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신 - 토크계의 전설 래리 킹에게 배우는 말하기의 모든 것
래리 킹 지음, 강서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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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부터 TV에 좀 색다른 광고가 나왔다. 바이 바이 헬로우 리스(bye BUY, hello LEASE)로 끝나는 현대캐피탈 광고이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은 토크계의 전설로 유명한 래리 킹. 래리 킹은 토크쇼에 관한한 독보적인 진행자고 닉슨 대통령부터 오바마 대통령까지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물론이고 마틴 루터 킹 목사,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등 세계적인 인사를 포함해 50여 년간 5만 명 이상과 인터뷰를 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런 그가 책을 내었다. 당연히 말하기에 대한 것이다. 다만 책 제목이 조금 특이하다. <대화의 신>이다. 50년 이상을 말하는 직업에 종사했기에 말하기에 대해서는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붙여진 별명 가운데 하나다. 제목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대화란 인간의 의사소통 형태 중 가장 기본이며 우리가 동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말하는 태도’를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말하기란 귀찮은 일이 아니고 기분 나쁜 의무도 아니며 단순히 시간을 때우는 일은 더더욱 아니라고 하면서 말이다.

 

  책은 모두 8 장으로 구성되었다. 첫 장에서 대화의 기본 원칙을 다루고, 둘째 장에서 말 잘하는 사람들의 영리한 대화법을 알려 준다. 그리고 셋째부터 일곱째까지는 상황에 맞는 대화법이 소개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이 만난 최고와 최악의 게스트 소개와 자신이 겪었던 실수담과 실수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 준다.

 

  책에 따르면 말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노력이다. 재능이란 타고 나는 것도 있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실력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스포츠 선수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태어난 성악가도 모두 열심히 연습한다는 사실이다.

 

  래리 킹이 말하는 대화의 기본 원칙은 진실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다. 물론 배려라는 것이 상대가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것은 부연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말을 경청해야 함은 당연하다.

 

  책을 읽다 보니 저자 자신이 경험한 다양한 사례를 들어 쉽게 수긍이 갔고, 각 챕터 마지막 장에 꼭 기억해야할 요점이 따로 정리되어 있어 내용을 재차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책을 다 읽고 뒤표지를 보니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정확하게 요약된 구절을 발견했다.

 

  저자는 제대로 된 대화 태도를 갖추고, 열린 자세로 상대를 대한다면 누구와도 성공적으로 대화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50년간 경험으로 터득한 것을 고작 책 한 권 읽고 다 배우겠다면 좀 억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정말 조금 자신이 생긴다.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처럼 대화를 좀 더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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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기업만 아는 스마트워크의 힘 - 도입부터 운영까지 단계별 노하우
이충섭 지음 / 라의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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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라는 단어가 하도 많이 사용되기에 사전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원래 스마트라는 단어는 약삭빠른, 교활한, 건방진 등 부정적인 의미가 섞였는데, 언제부터인지 산뜻한, 고급스러운, 최첨단, 인공지능적 등 좋은 의미가 되어 버렸다. 그만큼 스마트라는 단어는 이제는 빠지면 뭔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는 단어가 되었다.

 

  스마트 워크란 종래의 사무실 개념을 탈피하여, 언제 어디서나(Anytime, Anywhere) 시간 장소의 제약 없이 편리하게 일을 함으로써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근무방식을 말한다.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데 반해, 노동생산성은 저하되고 고령화와 저출산, 일자리 문제와 온실가스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스마트 워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일과 삶의 조화를 통해 노동생산성과 업무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된 획기적인 개선책이다.

 

  이 용어가 나온 지도 한참 되었지만, 일반인들은 아직도 실감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도입된 기업이 별로 없다 보니 주변에서 많이 회자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사례는 사실 의외로 많다. 정부의 경우 유연근무제가 전 부처에서 시행되고 있고, 스마트워크센터가 서울 경기지역에 13곳, 대전에 1곳, 세종특별자치시에 2곳 등 16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특허청의 경우 지난 2005년 재택근무 시행규정을 제정하여 시행 중이다. 그리고 많은 정부 부처에서 이미 모바일 오피스를 지원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경우도 다양하다. 삼성전자와 KT, 그리고 한국IBM 등에서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있고, KT의 경우 스마트워크센터도 활용하고 있다. 또 서울도시철도, 포스코 등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오피스를 지원하고 있다. 알고 보면 스마트 워크가 많이 보급되었다. 그러나 아직 보급률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스마트 워크를 도입하기 위한 가이드북이 나왔다. <성공한 기업만 아는 스마트워크의 힘>으로 우리나라에서 스마트 워크 시스템이 가장 잘 갖춰진 포스코ICT에서 근무하는 이충섭 씨가 쓴 책이다. 저자는 오마이뉴스에서 엘비스(elvis)라는 아이디로 객원기자 활동도 하고, 아마추어 복서에 여러 권의 책도 발간하는 등 다재다능한 재주를 가졌다.

 

  책은 스마트 워크에 대해 모두 여섯 파트로 구성했다. 스마트 워크를 도입한 사례를 시작으로, 스마트 워크의 4가지 유형과 사례가 각 각 파트1, 파트2를 이룬다. 스마트 워크 도입이 가져온 변화와 높아지는 업무효율성을 각 각 파트3, 파트4파트에서 다룬다. 그리고 파트5와 파트6에서 도입과 도입 전 알아야 할 것을 소개한다.

 

  책을 다 읽고 기억에 남는 구절을 생각해보았다. 먼저 어설픈 스마트워크가 사람 잡는다는 구절이다.

 

 

  맞는 말이다. 내가 근무하는 구청에도 유연근무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신청자가 점점 줄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기업의 회의 문화다.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회의 문화에 회의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이 갔다.

 

 

  저자는 우리나라 야근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행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시간외 수당 축소 지급 등 정부의 적극적인 개선 의지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기업가 편인 고용노동부가 들어주기는 할까?

 

  한편으로는 부러운 것도 있었다. 바로 구글의 문화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콜센터를 한국에는 있어야 한다고 제안을 하고 개설했지만 일주일 만에 필요성에 의문이 들어 잘못된 제안이라고 인정한 사례다. 우리나라였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으니 당연히 주의를 받거나 징계를 당했을 것인데, 구글에서는 오히려 좋은 평가를 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솔직하게 리포터 해서 손실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첫째 이유고, 덕분에 콜센터를 두지 않은 회사 정책의 타당성이 입증되었다는 점이 둘째 이유였다.

 

  우리나라 IT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을 하게 된 것을 저자는 ‘빨리빨리’ 문화와 남을 의식하는 ‘체면’ 문화의 산물로 판단한 부분을 읽었을 때는 웃음도 났다. 그런데 저자의 글을 계속 읽으니 수긍도 간다.

 

  책이 술술 읽혔다. 물론 이유가 있었다. 작년 초에 지방행정연수원에서 ‘스마트 워크 제도(1기)’ 과정을 사이버로 학습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학습한 것을 요약하여 내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려 두였다.

 

  책에 삽입된 사진 중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진이 있었다. 바로 아래 사진이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작가의 페이스북 주소를 찾았고, 작가에서 문의했다. 답은 참 의외다. 유연근무 표시란다. 한 시간 일찍 출근했으니 한 시간 일찍 퇴근한 뒤에는 자리에 없다는 표시란다. 그것참...

 

 

  스마트 워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한다. 또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 담당자라면 꼭 읽기를 권한다. 이 책에는 포스코에 스마트 워크를 도입하면서 업무가 변화되는 전 과정이 재미있게 녹아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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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탄생 - 소설이 끝내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
이재은 지음 / 강단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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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마다 연초가 되면 올해 목표를 여럿 잡는다. 그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독서, 책 읽기다. 올해도 일주일에 한 권을 읽자고 어김없이 독서량을 정했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돌아보면 참 어렵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얼마나 더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가끔 소설을 쓴 작가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바로 그런 꿈을 이룬 사람이 있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이재은이다. 월간조선의 객원기자로 대한민국 대표 문학상 수상작가를 인터뷰하는 기회를 잡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 19인과 자신의 작품에 관해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명작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태어났다.

 

  책을 펼치자마자 눈이 확 들어오는 작가들의 사인들. 진짜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책에 따르면 작가들이 소설의 영감을 받는 방법은 다양했다. 피카소나 뭉크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음식을 먹다가 영감을 받기도 한다. 친구들의 이야기에서 소재를 끌어오기도 하고, 술을 마시면 훨씬 잘 떠올랐다는 작가도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소설에 투영하는 작가도 있고, 소설을 통해 스스로 치유하는 작가도 있다. 특별한 상황에 대한 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처럼 묘사하는 경우를 보면 역시 작가란 상상력이 우리와는 다르다는 느낌도 받았다.

 

 책을 읽다가 전업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참 어렵다는 하소연을 듣고는 착잡한 심정이 되기도 했다. 결국, 먹고 살기 위해 문학작품이 아닌 통속소설을 쓰는 작가가 생기는 이유란다. 전업 작가도 복서처럼 맨주먹정신이 필요하다니 사회가 참 얄밉다.

 

 사실 인터뷰 속에서 언급하는 작품 가운데에는 내가 읽은 것은 몇 편에 불과했다. 내가 읽는 독서량에 비해 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음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이란 다양한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인생 경험이라고 배웠는데 그러고 보니 나도 참 인생 경험에 무관심한 것 같다. 어쩌면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을 모두 읽고 난 뒤 이 책을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맛이 나지 않을까 기대된다.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나 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작가의 꿈을 가진 독자 역시 마찬가지다. 간접적으로나마 작가의 작품에 담긴 철학이나 경험 등을 공유할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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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복희 개천기
박석재 지음 / 동아엠앤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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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내내 한민족의 자손인 것이 참 자랑스럽게 느껴졌던 책이 있었다. 최근까지도 진위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사학계에서 위서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환단고기(桓檀古記)>다. 이 책은 삼성기(三聖紀), 단군세기(檀君世紀), 북부여기(北夫餘紀), 태백일사(太白逸史) 등 각기 다른 시대에 쓰였다는 4종의 책을 엮은 것이다. 이 중 삼성기는 상 하편으로 구분되어 고조선 이전의 환국과 배달국의 역사가 나온다. 환국이 일곱 분의 환인(桓因)이 다스린 3,301년의 역사이고, 신시배달국이 열여덟 분의 환웅천황(桓雄天皇)이 다스린 1,565년의 역사인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는 반만년의 역사가 아니고 일만 년에 가까운 역사가 되는 셈이다. 고대문명이 발생하기도 전에 우리 민족이 천민(하늘의 자손)이었고, 국가를 이루고 살았다는데 한민족이라는 자부심이 생기지 않을 리 없었다.

 

  특히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전쟁의 신인 치우천황이 신시배달국의 14대 자오지환웅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삼성기 하편 신시역대기를 통해 소개한다. 치우천황은 중국인들도 무서워 악귀의 형상으로 묘사되어왔으며,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의 주인공이다. 또 태백일사 신시본기에 따르면 태호복희는 신시배달국의 5대 태우의환웅의 열두 번째 아들로 나온다. 태호복희는 중국 당나라 시대 간행된 역경에 따르면 팔괘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며, 십팔사략에서 염제 신농, 황제 헌원과 더불어 삼황으로 간주하는 인물이다. 이 또한 우리 조상이라니 피가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태호복희>는 환단고기의 내용 일부를 소설로 재탄생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을 지낸 박석재 박사가 쓴 역사소설이다. 작가가 천문학에 조예가 깊어 각종 천문학 지식을 소설 속에 소개하여 과학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은 태백일사 소도경전 본훈에 나오는 문구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태백일사에 따르면 신시 때 선인 발귀리가 태호복희와 동문수학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주인공 발귀리가 태호복희와 친구 사이라고 가정하고 또 하나의 친구 치우달이와 삼총사가 되어 태백학당에서 공부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바둑이다. 소설에서는 태호복희가 바둑을 만든 것으로 설정되었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하도를 바둑판에 설명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대신 바둑을 아홉 줄 바둑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열아홉 줄 바둑으로 변모한다. 그런데 소설 속에 나오는 바둑의 수준이 귀삼수를 알면 고수에 속하기 때문에 바둑을 조금만 둘 줄 알아도 묘수풀이해보는 재미를 볼 수 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소설을 읽는 내내 고풍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가 서두에 가옥이나 의상, 음식 등 고증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상세한 묘사를 생략했음을 밝힌다. 그리고 독자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그려나가라고 안내한다. 하지만 소설을 이끌어 가는 어휘들이 너무나 요샛말로 기술하여 얼마 전에 일어난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진위를 떠나 우리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책이라면 꼭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의 말처럼 환단고기가 위서가 되는 순간 우리나라의 태극기는 ‘Made in China'가 되고, ‘붉은 악마’는 중국 응원단이 되는 것이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도 바로 이런 점이었다.

 

  작가의 바람대로 빨리 남북통일이 되어 태호복희가 만든 8괘 3태극으로 된 태극기를 보고 싶다. 그리고 개천기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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