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호복희 개천기
박석재 지음 / 동아엠앤비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읽는 내내 한민족의 자손인 것이 참 자랑스럽게 느껴졌던 책이 있었다. 최근까지도 진위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사학계에서 위서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환단고기(桓檀古記)>다. 이 책은 삼성기(三聖紀), 단군세기(檀君世紀), 북부여기(北夫餘紀), 태백일사(太白逸史) 등 각기 다른 시대에 쓰였다는 4종의 책을 엮은 것이다. 이 중 삼성기는 상 하편으로 구분되어 고조선 이전의 환국과 배달국의 역사가 나온다. 환국이 일곱 분의 환인(桓因)이 다스린 3,301년의 역사이고, 신시배달국이 열여덟 분의 환웅천황(桓雄天皇)이 다스린 1,565년의 역사인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는 반만년의 역사가 아니고 일만 년에 가까운 역사가 되는 셈이다. 고대문명이 발생하기도 전에 우리 민족이 천민(하늘의 자손)이었고, 국가를 이루고 살았다는데 한민족이라는 자부심이 생기지 않을 리 없었다.

 

  특히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전쟁의 신인 치우천황이 신시배달국의 14대 자오지환웅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삼성기 하편 신시역대기를 통해 소개한다. 치우천황은 중국인들도 무서워 악귀의 형상으로 묘사되어왔으며,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의 주인공이다. 또 태백일사 신시본기에 따르면 태호복희는 신시배달국의 5대 태우의환웅의 열두 번째 아들로 나온다. 태호복희는 중국 당나라 시대 간행된 역경에 따르면 팔괘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며, 십팔사략에서 염제 신농, 황제 헌원과 더불어 삼황으로 간주하는 인물이다. 이 또한 우리 조상이라니 피가 뜨거워지지 않을 수 없었다.

 

  <태호복희>는 환단고기의 내용 일부를 소설로 재탄생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을 지낸 박석재 박사가 쓴 역사소설이다. 작가가 천문학에 조예가 깊어 각종 천문학 지식을 소설 속에 소개하여 과학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은 태백일사 소도경전 본훈에 나오는 문구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태백일사에 따르면 신시 때 선인 발귀리가 태호복희와 동문수학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주인공 발귀리가 태호복희와 친구 사이라고 가정하고 또 하나의 친구 치우달이와 삼총사가 되어 태백학당에서 공부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바둑이다. 소설에서는 태호복희가 바둑을 만든 것으로 설정되었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하도를 바둑판에 설명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대신 바둑을 아홉 줄 바둑에서 시작해서 나중에는 열아홉 줄 바둑으로 변모한다. 그런데 소설 속에 나오는 바둑의 수준이 귀삼수를 알면 고수에 속하기 때문에 바둑을 조금만 둘 줄 알아도 묘수풀이해보는 재미를 볼 수 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소설을 읽는 내내 고풍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가 서두에 가옥이나 의상, 음식 등 고증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상세한 묘사를 생략했음을 밝힌다. 그리고 독자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그려나가라고 안내한다. 하지만 소설을 이끌어 가는 어휘들이 너무나 요샛말로 기술하여 얼마 전에 일어난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진위를 떠나 우리 민족의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책이라면 꼭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의 말처럼 환단고기가 위서가 되는 순간 우리나라의 태극기는 ‘Made in China'가 되고, ‘붉은 악마’는 중국 응원단이 되는 것이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도 바로 이런 점이었다.

 

  작가의 바람대로 빨리 남북통일이 되어 태호복희가 만든 8괘 3태극으로 된 태극기를 보고 싶다. 그리고 개천기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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