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랫만에 설탕을 듬뿍 넣은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메리카노가 도회적이고 세련된 맛이라면,  일회용 맥심커피는 촌스럽지만 정겨운...그리고 가끔 못견디게 그리운 옛 친구 같은 맛이다.
가만히 책상에 앉아 내가 보낸 일주일의 삶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바로 어제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심지어 지난주에 했던 기억들과 중첩이 되면서 혼란스러움마저 느꼈다.

오후와 저녁은 늘 같은 모양으로 반복되니 특별히기억될 것이 없다.  하지만 오전에는 약속이나 내가 개인적으로 해야할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시간들이니 조금씩은 변화가 생긴다.  
차분하게 기억속에 잊혀져가는 시간들을 다시 돌려보자,,,
월요일 오전은 자주가는 카페에 앉아 수전손텍의 일기를 읽고 잠깐 서점에 다녀왔다.
화요일에는 혼자 시내 서점과 카페에 다녀왔다.
수요일에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시내에 나가 혼자 커피를 마셨고,  친구와 만나 점심을 먹었다.
목요일 오전에는 전화로 친구와 폭풍 수다를 떨었고,  예배모임에 참석했다.
금요일에는 친한 언니와 함께 시내서점에서 만나 책을 봤고,  꼬물거리는 우중충한 날씨에 어울릴법한 매운 칼국수를 먹었다.
역시 머릿속으로만 더듬을때는 떠오르지 않던 파편된 기억들이 글로 정리하니 하나의 장면으로 선명하게 떠오른다.
 
난 이번주에 네 번 서점에 다녀왔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중고서적을 통해 10권의 책을 구입했다.  최근 내가 가장 관심있게 보는 작가는 파스칼 키냐르인데 은밀한 생,  심연, 세상의 모든 아침,로마의 테라스, 옛날에 대하여, 섹스와 공포, 혀끝에서 맴도는 이름,  빌라 아말리아 그리고 떠도는 그림자들을 구입했다.
번역된 책은 거의 다 소장한 편인데...문제는 아직 제대로 읽은 책이 한 권 밖에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무모한 욕심은 늘 화를 부르지만 책에 대한 나의 대책없는 과도한 욕망은 늘 멈춰지지 않는다.
언젠가는 키냐르를 전작 독서하겠다는 발칙한 계획까지 세워본다.  기약없는 계획이고 약속이지만이런 내가 밉지 않고 싫지 않다.

알라딘 중고서적에서 우연히 발견한 비행공포도 잠깐이지만 나를 기쁘게 했다.  서가를 헤매던 중 우연찮게 눈에 띈 책인데 얼마 전 친구가 읽기를 권한 책이라 반가움이 컸다.  그리고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새책만큼이나 깨끗한 책을 구입했고, 나머지 돈으로 내가 책만큼 사랑하는  커피를 마셨다. 

로맹 가리의 소설 두 권...자기 앞의 생과 새벽의 약속 그리고 정말 충동구매해 버린 민음사에서 나온 세계의 명시 1,2권
질문의 책 이후에 정말 오랫만에 시를 읽었다.  프랑시스 잠의 시....위대한 것은 인간의 일들이니
첫 장에서 이 시를 읽는 순간 나는 시인의 겸허한 삶의 태도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아름다운 시들이 너무 궁금했다.

이번주에 나는 수전손택의 일기 다시 태어나다를 읽고 있고,  자투리 시간에는 녹색평론과 한겨레 21를 뒤적이고 있는 중이다.
독서에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집중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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