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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하느님 - 권정생 산문집, 개정증보판
권정생 지음 / 녹색평론사 / 2008년 5월
평점 :
길가에 버려진 강아지똥이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강아지똥이 봄비 오는
어느 날... 땅 속 깊이 스며들어 민들레 뿌리를 만났다.
그리고 둘은 힘을 합쳐 예쁜 민들레꽃을 피워 냈다. 이제 온 국민의 그림책이 된 강아지똥이다.
강아지똥 만큼이나 힘없고 작은 민들레꽃... 아스팔트 틈 사이로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민들레가 강아지똥을 만난다. 강아지똥이 장미꽃이나 백합꽃을 만난게 아니라 민들레꽃을 만났다는 것... 작은 것들이 더 아름답다. 정말 권정생 선생님답다.
사람들의 무심한 시선 속에서도, 비웃음과 멸시 속에서도 자신들의 몫을 다하는 삶을 사는 건
세상의 작은 것들이다.
작고 소리 없는 것들을 더 사랑했던 분...
힘없고 가난한 이웃들의 삶에 마음 아파했던 분...
전쟁과 다툼, 가진 자들의 교만과 힘의 논리에 분노할 줄 아셨던 분...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혼란과 6.25를 온 몸을 겪어야 했던 분...
평생을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 그리고 늘 죽음을 생각할 만큼 고통스러웠던 병을 홀로 견뎌냈던 분... 몽실언니의 작가 권정생 선생님이다.
밀양 조탑리 작은 교회 옆에 흙담집을 짓고 평생 종지기로 살아오면서 이웃 사랑과 평화를 삶으로 보여 주시며 사시다...진정한 휴식을 찾아 하나님께로 가셨다.
속된 말로 선생님은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나 역시 그 분의 책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빛도 잘 들지 않는 어둔 흙집에서 최소한의 도구만 갖춘 채 살다 가셨다. 흙담집 댓돌 위 하얀 고무신 한 켤레 남기고~
그 많은 인세는 어디로 간 걸까? 돌아가신 후...10억의 인세는 모두 굶주린 북한 어린이와 가난한 자들을 위해 써 달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선생님 답다.
초기부터 후반기 작품까지 생명 존중과 평화... 그리고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모두 그 분 자신이다.
평화를 얘기하면서...폭력적이고,
사랑을 얘기하면서... 이기적이며,
생명을 얘기하면서....자연과 동떨어진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아프게 투영 된다.
아는 것과 아는 것을 삶 속에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진정 향기로운 삶을 남기고 가신 분이다.
책 마지막 부분에 조탑리에서 함께 사셨던 이웃사람들이 추억하는 선생님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웃들이 기억하는 선생님은 참 밝고 재주많고 재미있는 분이셨다.
평생을 결핵 합병증을 앓아 오셨다는데... 아이처럼 맑게 사셨다.
자연의 작은 존재들부터 가난한 이웃과 굶주린 북한 동포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소중히 여기며...섬기는 삶을 사셨던 그 분을 통해 예수님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