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요괴 도감
고성배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날이 더워지는 날씨에 앞으로가 더욱 걱정되는 요즘, 새롭게 생긴 취미가 있다. 직접 보기에는 고어하고 무서운 영화들을 1~20분짜리 리뷰 영상으로 보는 것이다.


잔인한 장면은 회색으로 칠해주고, 깜짝 놀랄 장면은 3초 전 주의를 해주는 친절한 구성 덕분에 적당히 섬뜩하면서 독특한 영화들을 접하고 있다. 리뷰 영상을 보다 보니 실제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는 단점이 있지만, 무서운 영화의 경우 어차피 볼 일이 없음으로 '이런 영화도 있구나. 이건 꽤 참신한데?'하면서 즐겁게(?) 보고 있다.


하지만 매일 퇴근 후에 폰을 붙잡고 영상을 보는 생활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기에 어떻게 하면 취미를 즐기면서 기계는 덜 볼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그리고 그 해답으로 보게 된 것인 책 <동양 요괴 도감>이다.


<동양 요괴 도감>은 제목 그대로 동양의 다양한 요괴들을 소개하는 일종의 요괴 백과사전이다. 중국, 일본, 인도 등 여러 국가에서 발견되었다고 일컬어지는 요괴들을 고서를 통해 확인하고 그 이야기와 소개를 적어놓은 것이다.


각 장마다 요괴의 이름과 발견된 국가, 소개, 그 모습을 그린 펜 스케치, 구전 및 문헌 내용, 그리고 포켓몬 도감처럼 분류와 출몰 지역, 시기 등이 담겨 있는 이 책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먼저 나를 놀라게 했던 점은 동양의 요괴들을 다루는 책이 무려 414페이지나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서운 이야기책이나 만화, 영화 등을 통해 접했던 몇몇 요괴들, 예를 들어 갓파, 덴구, 누라리횬, 인면수 같은 존재들 외에도 수많은 요괴들이 있다는 것! 그 생김새도 특징도 모두 다른 존재들에, 그리고 그 존재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도감으로 묶은 저자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나는 아직 그 실물을 본 적이 없는) 덕질 장려 잡지 <더 쿠 The Kooh>의 편집장으로, <한국의 요괴만 따로 모아서 정리한 <한국 요괴 도감>과 전 세계의 악마들만을 모아 엮은 <검은사전> 등을 출간했다고 하니, 굉장한 능력자임이 틀림없다.


이 책에 수록된 요괴들의 모습과 설명이 생각 이상으로 구체적이라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하나같이 개성 있는 생김새와 특징은 있을 법 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섬찟해진다. 출몰 지역은 고정된 것이 아니기에 어느 날 그 존재를 맞닥뜨릴 수도 있지 않을까?


책에 묘사된 요괴들의 외형과 특징이 기괴하다는 것도 한몫한다. 몸 없이 머리와 내장, 장기들만 둥둥 떠다니며 신생아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레야크(인도네시아), 폐가의 장지문에 빼곡하게 달려있는 눈으로 가만히 지켜보는 모쿠모쿠렌(일본), 나타나는 순간 큰 가뭄을 일으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는 정수리에 눈이 붙은 한발(중국) 등 상상도 못했던 모습에 흠칫하게 된다. 생긴 것만으로도 놀랄 노자인데, 그들 앞에서는 '왜'라는 질문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모두가 잠든 새벽, 조명을 켜놓고 침대 위에 앉아 <동양 요괴 도감>을 볼 때의 느낌이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기 힘들 것이다. 건너편에 펼쳐진 어둠 위로 상상의 나래가 끝없이 펼쳐지며 섬뜩하고 서늘한 세계로 나를 이끈다. 그 탓에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속도가 더뎌졌지만, 덕분에 적당히 서늘하고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 잠에 들기 힘든 시간이 길어진다면 이 책을 펼쳐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긴 어둠 속을 지나 코앞으로 다가온 낯선 존재들이 서늘한 밤을 선물해 줄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차별, 혐오, 무례, 몰상식, 몰이해... 우리는 이런 단어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 상대방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무지에서 나오는 무례를 거리낌 없이 내보이는 것이 현대에 만연한 모습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채로워지는 욕설과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그저 암담한 기분만 느끼게 하는 원색적인 비난, 조금이라도 긴장을 푸는 순간 훅 하고 들어오는 말들에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철갑옷을 두르는 심정으로 보내는 나날이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또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상처받지 않고 상처 주지 않고 이 사회를 무사히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책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과 함께 '품위'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은 제목 그대로 무례와 차별, 배제, 혐오가 만연한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사유하는 책이다.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현대 사회의 다양한 이슈들과 철학자와 예술가의 작품과 말, 친구와의 대화를 두루 살펴보며 현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으로서 품위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품위라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아니다. 평소에 잘 사용하지도 않고 사용하는 사람을 보는 경우도 없다. 이를 알기 때문인지 저자 스스로도 본격적인 사유에 앞서 자신이 생각하는 품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친구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한다. 품위가 무엇인지, 각자의 생각이 어떤지 살펴보는 것부터가 우리가 봐야 할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밝혀 보건대, 내게 있어 품위란 단어 자체에서 느껴지는 과장되고 연극적인 언어 같은 느낌이 있어 신념과 믿음으로 대신 사용하는 것이다. 품위를 지키는 것은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다. 스스로가 그어놓은 선이자 나아가야 할 길, 나를 지키고 상대를 지키는 힘,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작은 걸음이다.


하지만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을 읽다 보면 이러한 내 생각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나 스스로 보다 깊은 고민과 시각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책은 굉장히 다양한 방면에서 품위에 대해 살펴본다. 2003년에 열린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에서 선두를 달리다 관중의 비닐봉지에 핸들이 휘감기면서 넘어진 암스트롱과 그와 충돌한 마요를 제치고 나아가는 대신 그 자리에서 멈춰 그들이 일어나 달릴 때까지 기다린 울리히의 일화, 소설가 한스 팔라다가 남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이는 모든 당과 이념이 넘어야 할 과제이며, '품위를 갖추려는' 사람들과 인간다운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선두에 놓아야 할 질문이다."라는 문장, 2017년 한국의 대통령 탄핵에 관련된 내용으로 인터뷰하던 켈리 교수의 아이들로 인해 일어난 작은 해프닝으로 일어난 인종차별 논란, 저자가 직접 겪은 일화 등 수많은 사례와 이야기를 바탕으로 품위를 바라보고 이해한다.


그중에는 나치 친위대를 지휘하고 유대인 대학살 실무를 주도한 책임자인 하인리히 힘러가 말하는 품위에 대한 것도 있다. 그는 연설을 통해 "우리는 절대로 거칠어지거나 냉혹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 독일인들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동물을 올바르게 대하는 민족이며, 앞으로 이 인간 동물들을 대할 때에도 관대하고 품위 있는 자세로 임할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자신들이 지켜야 할 기본 원칙으로 정직과 품위, 충실, 동지애를 말한다.


사람들을 무참히 학살한 이가 말하는 품위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그에게 품위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고 그저 사용하기 적절한 개념이었다고 하지만, 품위를 신념과 믿음으로 본다면 그 역시 품위일 수 있다.


이러한 생각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내게 저자는 계속해서 다른 시각과 생각으로 품위에 대해 살펴보도록 독려한다. 그 스스로도 "나는 인간으로서의 품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에게 그런 개념은 그저 뭔가 좋은 것, 선한 것으로만 여겨졌다."라고 밝힌 만큼,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는 틈틈이 품위의 개념과 생각을 새롭게 정의하고 함께 그 사유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가 아닌, 현시대에서 누구나 겪고 있는 경험과 함께 공유하는 이슈들을 통해 이해하고 공감하기 쉽게 이야기한다.


이렇듯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함께 공유하고 이해하고 깨달으면서 품위 있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각자 도생만을 꾀하다 자멸하곤 하는 현대에 공존하고 포용하고 연대하는, 품위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물론 이 생각에 찍힐 마침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명확한 결론이 있고 그 길을 따라 모두가 걷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간이란, 삶이란, 그리 쉽지 않다.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생각, 넓어진 시각을 바탕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포용하며 나와 너, 우리 모두와 이 사회, 이 시대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활짝 웃는 시대를 살게 되지 않을까.


코로나19로 인해 자기 자신에 몰두하고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그러는 한편으로 상대의 행동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비난을 던지게 되는 요즘, 이 책과 함께 상대방과 나, 우리에 대해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기는 몸 - 몸을 알아야 몸을 살린다
이동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그렇겠지만은 나 역시 해가 바뀔수록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어릴 때도 그리 건강 체질은 아니었던 것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데다가, 재작년 오른 다리 골절, 작년 핀 제거 수술을 거치며 회복력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코로나19라는 무서운 전염병이 돌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는지가 전 세계적인 화두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매일 아침 대략 1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일어나고, 양배추즙을 챙겨 먹고, 퇴근길에 집 근처를 걷거나 영상을 보며 홈트레이닝을 하기도 하면서 건강을 위해 조금씩이나마 노력하고 있지만, 이거로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먹는 거, 바르는 거, 쓰는 거, 평소의 자세나 생활습관 등 많은 부분에서 정보와 조언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이를 해결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정보의 홍수 속에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고, 정돈되지 않고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정보들을 낚아채는 것이 녹록지 않다.


그래서 책 <이기는 몸>을 발견했을 때 '이거다!'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몸 전반에 대해 살펴보며 좋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는 책인 만큼 바탕이 되는 기본 서적으로 알맞기 때문이었다.


<이기는 몸>은 생활 속에서 건강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주의해야 하는 것들, 아차 하는 순간 걸릴 수 있는 병에 관한 것들을 모아 하나로 묶은 책이다. 우리 몸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하나씩, 그리고 전체적으로 살펴보며 몸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신호를 확인하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신호가 오기 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담고 있다.


챕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며, 첫 번째 챕터에서는 저자가 프롤로그에서부터 중요성을 강조한 면역력, 즉 면역 시스템을 시작으로 미세 염증과 호르몬에 대해 꼼꼼하게 살펴본다.


사실 첫 시작부터 너무 당연한 것이 나와 힘이 빠진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면역력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다들 지겨울 만큼 많이 들었을 것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병에 걸린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것으로, '면역력=건강'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정도다.


그런 만큼 사소하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절대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이 바로 면역력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구체적인 일화로 언급한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질병인 코로나19에 걸린 사람 중에는 피곤할 때 느끼는 정도의 미열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증상도 없는 무증상 확진자가 있다. 어쩌면 이 사람은 확진자와의 접촉자 신분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자연치유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면역력 차이에 따른 결과이다.(물론 다른 차이도 더 있을 수 있다)


나 역시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때는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던 시기로, 그때 반에서 신종인플루엔자에 걸린 두 사람 중 하나가 나였다. 당시 나는 열이 많이 올라서 병원에 찾아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신종인플루엔자가 절대 아니라면서 링거를 맞춰줬고(동행했던 엄마가 계속 맞는 것 같다고 했지만 선생님이 우겼다), 다음 날 열이 내려서 멀쩡히 학교에 갔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다시 열이 올라 이건 확실하다는 생각으로 다음날 아침부터 다른 병원에 찾아갔고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날 이미 선생님을 비롯 여러 친구들과 접촉했고, 가족들과 한 집에서 부대꼈으며, 특히 아팠기 때문에 엄마의 손길을 많이 받았다는 것.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 반에서 확진자는 단 둘 뿐이었으며, 내 전에 걸린 사람이 반에서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였고, 그 후 증상을 보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훗날 얘기하기로는 엄마 아빠 오빠 모두 열이 좀 오르고 머리가 아팠지만 '이정도야 뭐, 별거 아니겠지'라며 그냥 평소랑 똑같이 생활했더니 그냥 그대로 넘어갔다고 한다. 몇 날 며칠을 고열에 허덕였던 나와는 완전히 달랐다. 참고로 인플루엔자가 유행하기 2년 전에 아폴로 눈병이 유행했는데, 이때도 반과 집 모두에서 나 혼자만 걸렸었다(심지어 그 당시 가족 모두 간단한 세안과 손 씻기 후에는 같은 수건을 사용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만큼 면역력의 차이가, 그 중요성이 큰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간과하기 쉬운 면역력에 대해, 놓치기 쉬운 미세 염증에 대해, 낯설게 느껴지는 호르몬에 대해 하나씩 알려준다. 이들의 역할과 이들이 보내는 이상신호, 그리고 이들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알기 쉽게 정리해 준다. 바이러스를 이기는 몸이 되기 위한 좋은 참고서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폐, 간, 심장, 뇌 등 좀 더 세분화된 신체 기관별로 살펴보며 앞 장과 마찬가지로 각 기관의 기능과 역할, 이들에게 이상이 생기는 이유와 그 후 일어나는 일, 예방하는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해 준다.


이 챕터는 워낙 여러 가지를 다루고 있어 정독한다고 해서 다 머릿속에 담을 수 없기 때문에 각각 관심이 있는 부분을 집중해서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개인적으로 식도와 대장과 소장, 뼈와 근육 부분을 집중해서 봤는데, 줄을 그어가며 필요한 부분들을 많이 확인했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들, 섭생과 영양제, 잠과 운동, 스트레스에 대해 다룬다.


여기서 다루는 것들은 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절대 떼놓을 수 없는 요소들로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는 것들로,  언제, 어디서, 어떻게 먹고 자는 것이 좋은지, 적당한 운동이란 어떤 것인지, 스트레스가 신체에 끼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지 등 우리가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특히 섭생, 잠, 스트레스의 경우 쉽게 그 연관성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된다.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 '습관 만들기'를 주제로 한 메모가 빼곡해졌을 정도다.


건강서인만큼 에피네프린, 코르티솔처럼 낯설고 잘 이해되지도 외워지지도 않는 용어들도 나오지만, 전반전으로 이해하기 쉽고 직접 적용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얼마 되지 않아 별다른 정보가 없는 사람들도 차근차근 자신의 몸에 대해 알아갈 수 있을 정도다. 또 어느 한 가지 주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몸 전반을 살펴보기 때문에 건강을 위한 처음 접할 때는 물론 옆에 두고 틈나는 대로 살펴보기에 좋다.


어느 한 가지 주제, 예를 들어 간, 뇌, 심장 같은 특정 기관이나 특정한 질병에 대해 알고 싶다면 추가로 다른 책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바탕이 되는 책으로 이 책 <이기는 몸>을 읽는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다. 건강을 위한 기본 서적 역할을 톡톡히 하며 오랫동안 우리의 옆을 지킬 고마운 건강 가이드니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 Vol 1. 우리 집에 왜 왔니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 1
포럼M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트렌드를 아는 것은 참 재미있다. 인터넷과 각종 SNS 채널, 책,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요즘엔 이런 게 유행이구나'하는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느 순간 내가 그 속에 있음을 깨달으며 공유하는 즐거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공감은커녕 이해가 되지 않아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과 좋아요를 줄기차게 눌러대는 경우도 있다. 어쨌거나 전자의 경우도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는 점에서 트렌드를 아는 것은 참 재미있다.


2020년은 특히 트렌드 변화가 급격하다. 그 원인은 바로 '코로나19'로, 코로나로 인해 우리 삶은 많은 것이 변했다. 절대로 식지 않을 것 같았던 여행 열기를 코로나라는 물이 한 번에 꺼버렸고 달고나라떼 만들기, 취미 클래스, 왓챠와 넷플릭스 등의 OTT 서비스가 인기를 얻었다. 온라인 세상이 몸집을 불려가는 것과 비례해 오프라인 경험을 중시하던 경향이 온라인을 통한 경험으로 확 바뀌었다. 작년의 그 누구도, 그 어떤 트렌드 도서도 예측하지 못했던 세상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매 분기 출간된다는 트렌드 도서의 등장은 꽤 흥미롭다. "1년마다 만나는 트렌드는 너무 늦다"라는 말이 지금처럼 딱 맞는 시기가 어디 있을까. 큰 줄기를 이어가고 있는 메가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급변하는 시장 흐름을 이해하는 마이크로 트렌드도 절실하다는 말 앞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 vol.1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최신 트렌드와 마케팅 이슈를 다루는 비즈니스 포럼 '포럼M'이 3개월마다 선보일 마이크로 트렌드 리포트의 첫 시리즈다. 일명 3분 마트('3'개월마다 '분'기별로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 리포트)라고 하는 이 시리즈는 최신 키워드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현재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브랜드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마지막 세 번째 파트에서는 현재의 트렌드를 간략한 데이터로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시작과 끝 모두 트렌드로 이루어진 알찬 책이다.


책에서 뽑은 2020년 1분기 키워드는 '선' '올드크러시' '페르소나'다.


먼저 선은 코로나로 인해 바뀐 언택트(Un+Contact) 시대에 대한 것부터 펭수가 대표적인 권위의 선을 향한 도전, 상식의 선을 뒤집는 역발상을 통한 B급 전략 등 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다. 2020년의 새로운 변화와 작년부터 이어진 큰 줄기를 동시에 다루는 것이다.


올드크러시는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뉴트로에 대해 이야기한다. 뉴트로 자체는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열기라 그리 새롭지 않지만 힙트로, 낯설렘, 레트로토피아 등 이와 관련된 여러 용어와 사례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보다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한다.


개인적으로 이 키워드에서 다룬 밀레니얼 세대의 두 가지 결핍, '물질성'과 '자기 관여성'은 실감세대(새로운 감각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세대)와 함께 현재의 열풍을 이해하는 도움이 됐고, 인상적이었다.


페르소나는 나를 숨기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는 다양한 페르소나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의 취향과 사회적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미닝아웃, 신화 속 존재 같은 연예인이 아닌 친근감과 공감 등으로 만들어진 인플루언서, 본캐와 다른 부캐를 키우는 디스럽터 등에 대해 다룬다. 드러내기 위한 다양한 나라는 점에서 이해하기가 살짝 어려울 수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단 번에 이해할 수 있다.


이어지는 두 번째 파트에서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리드하고 있는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홈플러스 더 클럽 소비 패턴 인스타그램 담당자부터 곰표 브랜드에 뉴트로를 더한 대한제분 마케팅 팀장, '슈가맨' '효리네 민박'의 연출자 등 다양한 분야의 담당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기획과 마케팅 실무와 연관이 있기에 관련 있거나 관심 있는 사람은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감상을 말하자면 전체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큰 줄기부터 급격한 변화까지 한 번에 만나볼 수 있었던 책으로 밑줄 긋고 메모하며 읽었을 만큼 유익했다.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 것은 물론 공감과 이해, 그리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어 재미있었다. 유익하고 재미있다는, 같은 이유로 김용섭 작가님의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를 좋아하는 만큼, 이 책 역시 좋아하는 트렌드 리포트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당연지사. 다음 시리즈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인 되고 나서는 그리 즐겨 읽는 편이 아니지만 10대 시절 책에 대한 추억을 돌이켜보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다.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와 기묘하고 섬뜩한 상상력으로 마니아층이 있는 오츠이치 작가, 통통 튀는 매력적인 주인공이 있는 한나 시리즈(<초콜릿칩 쿠키 살인사건> <딸기 쇼트케이크 살인사건> 등 '디저트 이름+살인사건'을 제목으로 한 시리즈물)의 조앤 플루크 작가, 그 외에도 여러 작가의 작품들이 학창시절의 추억을 장식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전까지 접한 것이 별로 없는 순수한 시절이기도 했고 한창 상상력을 자극하는 강렬한 것에 끌리던 때라 훅 하고 빠져들었던 것 같다. 잘 시간이 지나가는 것도 잊고 밤새 읽다가 다음날 학교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많이 졸았었다. 지금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때 책을 읽으며 느꼈던 두근거림과 묘하게 붕 뜬 느낌이 선명하게 떠오를 정도다.


그래서 오랜만에 미스터리 장르물을 접하게 되었을 때 그때의 추억과 함께 기대감이 잔뜩 부풀어 올랐다. 영화 포스터처럼 분위기 있는 표지와 제목 <실버로드 사라진 소녀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제법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다.


작가의 고향인 스웨덴을 배경으로 하는 이 스릴러물은 한 소녀의 실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실버 로드라고 불리는 길 위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한 소녀가 실종되고 3년이 되는 시기로, 그의 아버지 렐레는 단 한순간의 휴식도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은 채 딸을 찾아 길 위를 달린다. 그는 새벽에도 한낮처럼 밝은 백야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세우고 자신이 확인한 곳은 지도 위에 체크하면서 꼼꼼하게 집착적으로 처절하게 딸을 찾는다. 딸이 실종되고 그날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었던 그를 탓하던 아내는 집을 나가고 주위 사람들은 미친 사람처럼 바라봄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홀로 질주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의 숨까지 턱 하고 막히게 만든다.


그리고 책은 그의 이야기와 함께 외로운 소녀 메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의 시간대가 동일한지, 둘의 연관성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것이다.


메야는 제대로 된 집과 가족을 가진 적이 한 번도 없는 아이로, 엄마와 함께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엄마는 어린 메야가 없으면 살 수 없을 만큼 불안정하며, 그런 엄마와 함께하는 메야 역시 불안정하다. 엄마의 인터넷 남자친구와 살기 위해 이사를 왔지만 그 집 역시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 그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단 한 사람, 이곳에서 만나 첫눈에 반한 남자친구 칼 요한이다.


접점도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공통점이란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상태라는 것. 불안정한 그들의 심리는 이야기 곳곳에서 묻어난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메야의 이야기가 좀 더 느슨하지만 신경이 끊어질 듯한 긴장감이 낮은 보폭으로 계속해서 기어 온다. 언젠가는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해하면서 경계할 수밖에 없다.


압권은 <실버로드 사라진 소녀들>가 사람을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신경을 곤두서있게 만드는 백야의 음울함과 숨 막히는 더위를 생생하게 묘사한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돌볼 여유가 없는 두 사람이 백야를 보내는 모습은 책을 읽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버겁게 느껴진다. 딸을 찾기 위해 어디든 뛰어드는 렐레의 몸에 가득한 악취와 날 선 신경은 글자 너머로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다. 잠들어야 할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와 돌아다니는 메야의 땀 냄새 역시 마찬가지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묘미는 갖은 상상과 의심, 추리 속에서 인내를 갖고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고, 호기심을 끌어안고 숨까지 꾹 참아가며 달리다 보면 어느덧 이야기의 끝에 도달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렐레로 인해 의심의 시선은 모든 이들에게로 향하고 그만큼 상상력은 점점 더 몸집을 키운다. 딸이 실종된 이유는? 사라진 소녀의 행방은? 소녀의 실종에 연관되어 있는 사람은? 렐레와 메야 두 사람의 연결점은? 온갖 것들을 상상하고 의심하고 추리하다 보면 책을 손에서 놓고 있을 때도 책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실버 로드 사라진 소녀들>은 숨 막히는 백야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어느 순간부터 교차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진실에 다가가는 모든 과정이 흥미로웠다. 덕분에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모든 시간이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 책 덕분에 꽉 찬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확실했다.


생생한 묘사와 범인을 찾기까지 계속되는 의심이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게 하는 책을 읽고 싶다면 권해주고 싶다. 분명 책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모든 호기심이 해결될 때까지 책을 머릿속에 지우지 못할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