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요괴 도감
고성배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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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더워지는 날씨에 앞으로가 더욱 걱정되는 요즘, 새롭게 생긴 취미가 있다. 직접 보기에는 고어하고 무서운 영화들을 1~20분짜리 리뷰 영상으로 보는 것이다.


잔인한 장면은 회색으로 칠해주고, 깜짝 놀랄 장면은 3초 전 주의를 해주는 친절한 구성 덕분에 적당히 섬뜩하면서 독특한 영화들을 접하고 있다. 리뷰 영상을 보다 보니 실제로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는 단점이 있지만, 무서운 영화의 경우 어차피 볼 일이 없음으로 '이런 영화도 있구나. 이건 꽤 참신한데?'하면서 즐겁게(?) 보고 있다.


하지만 매일 퇴근 후에 폰을 붙잡고 영상을 보는 생활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기에 어떻게 하면 취미를 즐기면서 기계는 덜 볼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그리고 그 해답으로 보게 된 것인 책 <동양 요괴 도감>이다.


<동양 요괴 도감>은 제목 그대로 동양의 다양한 요괴들을 소개하는 일종의 요괴 백과사전이다. 중국, 일본, 인도 등 여러 국가에서 발견되었다고 일컬어지는 요괴들을 고서를 통해 확인하고 그 이야기와 소개를 적어놓은 것이다.


각 장마다 요괴의 이름과 발견된 국가, 소개, 그 모습을 그린 펜 스케치, 구전 및 문헌 내용, 그리고 포켓몬 도감처럼 분류와 출몰 지역, 시기 등이 담겨 있는 이 책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먼저 나를 놀라게 했던 점은 동양의 요괴들을 다루는 책이 무려 414페이지나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서운 이야기책이나 만화, 영화 등을 통해 접했던 몇몇 요괴들, 예를 들어 갓파, 덴구, 누라리횬, 인면수 같은 존재들 외에도 수많은 요괴들이 있다는 것! 그 생김새도 특징도 모두 다른 존재들에, 그리고 그 존재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도감으로 묶은 저자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나는 아직 그 실물을 본 적이 없는) 덕질 장려 잡지 <더 쿠 The Kooh>의 편집장으로, <한국의 요괴만 따로 모아서 정리한 <한국 요괴 도감>과 전 세계의 악마들만을 모아 엮은 <검은사전> 등을 출간했다고 하니, 굉장한 능력자임이 틀림없다.


이 책에 수록된 요괴들의 모습과 설명이 생각 이상으로 구체적이라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하나같이 개성 있는 생김새와 특징은 있을 법 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섬찟해진다. 출몰 지역은 고정된 것이 아니기에 어느 날 그 존재를 맞닥뜨릴 수도 있지 않을까?


책에 묘사된 요괴들의 외형과 특징이 기괴하다는 것도 한몫한다. 몸 없이 머리와 내장, 장기들만 둥둥 떠다니며 신생아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레야크(인도네시아), 폐가의 장지문에 빼곡하게 달려있는 눈으로 가만히 지켜보는 모쿠모쿠렌(일본), 나타나는 순간 큰 가뭄을 일으켜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는 정수리에 눈이 붙은 한발(중국) 등 상상도 못했던 모습에 흠칫하게 된다. 생긴 것만으로도 놀랄 노자인데, 그들 앞에서는 '왜'라는 질문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모두가 잠든 새벽, 조명을 켜놓고 침대 위에 앉아 <동양 요괴 도감>을 볼 때의 느낌이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기 힘들 것이다. 건너편에 펼쳐진 어둠 위로 상상의 나래가 끝없이 펼쳐지며 섬뜩하고 서늘한 세계로 나를 이끈다. 그 탓에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속도가 더뎌졌지만, 덕분에 적당히 서늘하고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 잠에 들기 힘든 시간이 길어진다면 이 책을 펼쳐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긴 어둠 속을 지나 코앞으로 다가온 낯선 존재들이 서늘한 밤을 선물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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