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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시간 - 제2차 대분기 경제 패권의 대이동
김태유.김연배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4월
평점 :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빠르게 변화해왔다.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화상 회의를 하고,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하고, 집 밖에서 집 안의 것들을 관리하고. 불과 10여 년 전에 꿈꾸었던 미래가 어느덧 우리의 현재가 되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발전해나가는 기술과 그로 인한 변화는 개인의 삶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변화의 물결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날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파도를 어떻게 대비하고 마주할 것인지, 또 어느 방향으로 파도를 타고 나아갈 것인지에 따라 세계는, 우리는, 완전히 다른 미래, 다른 현재를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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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509/pimg_7189481162942386.jpg)
두 명의 저자가 함께 풀어낸 <한국의 시간>은 피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가, 대한민국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비하여야 할지, 어떻게 그 흐름을 타고 보다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세세하게 살펴보고 연구하고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한국의 시간>은 총 6개의 파트로 나뉘며, 이 6개의 파트들은 크게 과거와 현재 미래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만을 기준으로 삼아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것들만을 다루는 대신, 제목처럼 과거부터 이어져 현재를 관통하여 미래로 나아가는 모든 시간과 이야기를 담아낸다.
먼저 책의 초반부에는 과거 코앞까지 다가온 거대한 파도를 무시하고 제 길만으로 고집스럽게 걸어가던 조선이 어떻게 되었는지 차분하게 짚어본다. 양이의 함포가 자신들의 것보다 훨씬 멀리 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서양 오랑캐를 이기는 올바른 방법은 양이의 기술을 배워서 양이를 제압하는 것이다.'(33p)라고 설파하며 산업혁명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일본과 똑같이 그 사실을 인지하고도 '양이와 싸우지 않는 것은 화친하는 것이요 양이와 화친하는 것은 나라를 팔아먹는 것'(33p)이라며 척화비를 세웠던 조선, 그리고 중체서용 정신으로 서양의 기술만을 받아들이고자 했던 청나라. 책은 이 세 나라의 사례를 비교하면서 우리의 뼈아픈 실책을 자세하게 살펴본다. 나라의 지배자였던 지식인들이 우물에 갇힌 개구리처럼 신념만을 받들어 맨몸으로 파도에 맞서다 나라의 발전을 막고 스스로는 물론 온 백성(국민)들을 피지배로 만들었던 과거를 명확하게 인지함으로써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다.
책은 이어 대한민국을 중진국으로 만든 '한강의 기적'이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았던 '수출주도 산업화', 출혈을 감수하며 공격적으로 감행한 '적자수출', 값싼 물류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논란 속에서도 꿋꿋이 해냈던 '최저가 낙찰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비결이자 비밀로 이 세 가지를 살펴보며 후발국이 선발국을 추격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경제 원리인 내생적 성장과 외생적 성장에 대해 알아본다.
중반부에서는 선진국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 문턱에서 주저앉아버린 현재를 진단하고,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 파도를 올바로 타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성장을 막는 오해에 대해 살펴본다.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처방을 할 수 있다."(176p)는 말에 충실하게 여러 가지 대형사고들로 인해 얻게 된 사고 공화국이라는 오명과 이를 해결하고자 선택했던 OECD 가입의 문제점, 그로 인해 일어난 IMF 사태를 해결하고자 감행한 과잉진료, 당연한 수순처럼 멈춰버린 경제성장, 그 여파로 찾아온 N포세대와 헬조선이라는 자조 등 현재 한국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치고,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오해를 살펴봄으로써 현재의 상태를 명확하게 진단한다.
마지막 후반부에서는 새로이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올바르게 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씩 풀어낸다. 앞서 진단들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킬 수 있는 3가지 혁신정책, 정부혁신, 사회혁신, 대외혁신에 대해 알려준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이념에 치우친 정치가 아니라 '정책'"(361p)이라는 것을 밝히며 책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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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압도하는 느낌이 드는 탓에 처음에는 내가 이 책을 다 읽어낼 수 있을지,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했었다. 하지만 먼 과거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해하면서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덕분에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두 저자의 시각과 의견에 100% 공감한 것은 아니다. 한강의 기적을 온전히 경제학적인 시각으로만 보기에는 그 아래에 숨겨진 눈물과 아픔이 너무 많았으며 이를 따로 떨어뜨려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부익부와 빈익빈에 대한 시각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하는 등 경계와 함께 약한 반발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은 독서를 더욱 즐겁게 만들었고, 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게 해주었다.
두 저자가 어렵지 않게 풀어낸 글을 읽으며 새로운 시각과 의견을 접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책 <한국의 시간>. 우리가 지나온 길과 현재 서 있는 길, 그리고 나아갈 길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를 유연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을 적은 글입니다.
우리는 지금 1차 산업혁명 당시보다 혁신적이고 더 혁명적인 4차 산업혁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1차 산업혁명이 인류를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누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다시 한번 세상을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재편할 것이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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