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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반짝이는 동안에 - 날_안아_주었던_바람의_기억들
안시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몇 년
전의 일이다.
평소처럼
서점 나들이를 갔다가 한 책을 발견했다.
신간
에세이 란에 있는 따끈따끈한 신작이었는데,
표지가
내 눈을 잡아끌었다.
하얗고
동글동글한 얼굴에 끝이 내려간 순한 눈매,
노란
막대과자를 먹기 위해 크게 벌린 입.
전체적으로
귀엽고 앳된 모습이었다.
거기에다가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이라는
제목까지,
모든 게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아기자기한 표지였다.
그길로
펼쳐든 책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겁 많은
작은 소녀가 세계여행을 떠나기까지의 두려움,
그리고
세계를 누비며 느낀 눈물,
슬픔,
감동,
행복.
무엇보다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작은 인연도 소중히 품에 안는 예쁜 마음,
여행이
지속될수록 점점 단단해지는 소녀의 모습이 나를 반하게 만들었다.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소녀,
아니
작가의 글에 이런 여행도 있구나,
이런
글도 있구나,
하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나는 ‘안시내’라는
이름을 기억하며 그녀의 책이 나올 때 마다 꼬박꼬박 읽는 팬이 되었다.
그래봤자
2권이
전부인데다가 두 번째 책인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은 나를
감탄하게 만들었던 그녀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실망했지만(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그녀와
관련된 SNS
페이지와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꾸준히 그녀의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이번 그녀의 신작 소식,
‘안시내’라는
이름을 단 세 번째 책이 세상에 나온다는 소식에 굉장히 기뻤다.
더군다나
좋은 기회로 책을 얻을 수 있었고,
기대감에
잔뜩 들떠서 책을 펼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좋았다.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에서
느꼈던 감동이 그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담겨있었다.
작가는
여전히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품 안
가득 인연을 품었으며,
보다
예쁘고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함께하는
여행에 대해,
혼자
떠났지만 결국은 우리가 되는 여행에 대해 그녀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담아 이야기했다.
사진 한
장 한 장,
문장
하나하나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가는 그런 글이었다.
“이런
철없는 인생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나는 내
인생이 실패로 굴러가도 좋다고.
그럼
내가 실패의 표본이 되어서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주지 않겠냐고.
어찌
됐든 의미가 있는 삶일 거라고.(37p)”
말하는
그녀.
어린
시절 그토록 숨기고 싶어 했던 아픔을 조심스럽게 털어놓는 그녀.
3년 전에
만났던 한 아이를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로
존재할 수 있게 하고 또 그것이 그 아이의 사랑스러움이라고 말하는 그녀.
한없이
사랑받고 싶어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랑을 나눠줄 주 아는 그녀.
눈과
가슴과 추억에 담긴 소중한 이야기들을 하나 둘씩 풀어 읽는 이들에게 선물해주는 그녀.
정말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느 것
하나 마음을 울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 한동안 울렁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기 위해 노력해야했다.
이 벅찬
마음을 작가에게 전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당신의
글을 좋아한다고,
당신의
시선과 당신의 마음을 좋아한다고.
당신이라는
존재 자체를 좋아하고 믿는다고.
책
속에서 그녀의 인연이 그녀에게 건넨 쪽지처럼 나 역시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여행,
인연,
행복,
따뜻함,
그 어떤
키워드로도 다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글,
그런
책.
늘
그래왔듯 누군가 내게 좋아하는 책과 좋아하는 작가를 묻는다면 지체 없이 그녀의 책과 그녀의 이름을 말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러한 내 마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져 보다 많은 이들이 그녀와 그녀의 책에 대해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만큼 좋은 사람이고 좋은
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