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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 350만원 들고 떠난 141일간의 고군분투 여행기
안시내 지음 / 처음북스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세계여행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몇 년 전
부터 여행에 꽂혀버린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커다란 배낭을 등에 메고 두 다리로 걸으며 수많은
것을 경험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기에 우리는 늘 가슴 현
켠에 욕망을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실재로 세계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직장을 다녀야 함으로,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기 때문에 등 온갖 현실적인 문제와 힘들
것 같아서,
무서워서,
용기가 나지 않아서 등 심리적인 문제들이 겹쳐
발목을 잡는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그만큼 간절하면서도 선뜻 떠나올
수 가 없는 것이다.
특히 나같이 겁이 많은 사람은 사진과 글로 남의 여행을 엿보거나 이따금 패키지를 뒤적거리는게 전부이다.
그렇게 직접 떠날 용기 없이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대리만족만 하던 내게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 직전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공항에서 홀로 눈물을 흘릴 정도로 겁이 많은 사람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에 세상을 돌아보겠다던 스스로의 다짐을 실현하기 위해 발을
내딛었다는 것.
350만원이라는,
세계여행비로 봤을 때 그리 많지 않은 돈으로
떠나왔다는 등의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141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꿋꿋하게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었다는
것.
한없이 열려있다가도 한없이
닫혀버리는,
한없이 밝다가도 한없이 어두워지는 모순적인
성격임에도 온전히 그 모든 것을 가슴에 품으며 반성하고 부끄러워하며 감사하고 행복해 했다는 것.
하나하나 꼽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에 나는
충격을 받았고 감동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감동적이었던 것 두 가지를 뽑자면 나는 그녀의 시선과
변화라고 하고 싶다.
사람을 향한 작가의 애정 어린 시선은 나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소중히 보듬고 품에 안았다.
좋지 않았던 인연도,
아쉬운 인연도,
미안함과 애틋함으로 남았던 인연도 모두 책 속에
풀어내며 간직하는 모습은 내 마음까지도 울릴 정도였다.
그녀와 그녀가 만난 인연들을 나 역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 할 정도로,
그리고 그를 위해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예뻐서 페이지를 넘길 수 없을 지경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행이 계속될수록,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점점 더 단단해지는 작가의 모습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어울리는
모습에서,
그들 한 명 한 명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녀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에서 작가가 서서히
변화해가고 있음을,
보다 꽉 차고 단단해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그녀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는,
그저 작가와 독자로 이어진 이 얇은 관계에도 내가
진심으로 기뻐하며 박수와 함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른 여행 에세이들과는 다르게 여행지에서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그
속에서 만난 인연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본래의 목적이었던 대리만족을 위해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이었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떤 책보다도 만족스러웠다.
아니 대리만족을 위해 읽었다가 오히려 가슴에 더 큰
불을 품게 되었다.
어떠한 인연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어떠한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가슴이
두근거려 참을 수 없도록 만드는 마력이 그 속에 있었다.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충격이자
감동이었고,
행복이자 즐거움이었던 멋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