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거리
야마시타 히로카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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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감이 좋지 않은 단어 ‘욕지거리’,
책상에 (혹은 식탁에) 엎드린 표지의 그림
소설의 분위기를 짐작해 보기에 충분하다.
무엇인지 꽤 답답해 보여.

“내가 쓰는 소설은 반드시 끝을 맞이하고
좋게든 나쁘게든 결말이 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작가의 말인가 싶었는데 등장 인물의 말이었다.
해피엔딩이든 새드 엔딩이든 열린 결말이든,
소설은 작가가 의도한 대로 마무리 지으면 되잖아.
그렇담 우리는 각자의 삶에 주인공이고 작가인 셈인데
원하는 모양의 결말로 지어낼 순 없을까.

아.. 삶은 끝을 알 수 없는 거지.
지레 짐작으로 결말을 낼 수는 없는 거지.
그래서일까.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라는 문장이 맘에 걸린다.
저자가 보여 줄 현실은 대체 어떠하길래.
.
.

유교적 가치관이 깊게 뿌리 잡은 세대와 살아 본 사람이라면 <욕지거리>의 줄거리를 보고, (특히나 키이짱과 할망구의 관계를 보고) 크게 분을 토하는 분들이 있을 듯 싶다. 더군다나 소설 속 사건은 꽤나 현실적인 데다 꾸밈 없고 과장 없는 그대로의 문체로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으니 높은 개연성으로 실감나게 읽히는 장편 소설이면서 가독성까지 좋은 글이다.

쓰레기같은 인간(아빠)과 유연한 인간(키이짱), 선의를 이용하는 인간(할망구)과 빈틈을 보이고 싶지 않은 인간(유메). 한 유형과 마주친다 해도 지칠만한 일상인데 한 데 모여 사는 가족이라니 절로 한숨이다.

지긋지긋한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서라면 욕지거리를 해서라도 버텨야 하는 그녀. 하지만 내뱉으면 내뱉을수록 초라해지고 아픈 건 당사자란 걸 유메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메는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일까.

답답한 현실의 한 장면을 서술하며 소설은 끝이 난다. 독자들의 호불호가 여기서 갈릴 듯 하다. 시원스럽지 않은 결말인데다 지독하게 현실적인 장면은 유메에게 탈출구를 열어 주고 싶은 심정까지 들더란. 그러면 우리 이렇게 답답한 채로 책을 덮을 것인가.

감동적이거나 작은 깨달음을 주는 일련의 소설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욕지거리> 답답한 현실을 공유하고자 이 소설을 적진 않았을 테다. 굳이 무언가 독자로서 해야할 일을 적는다면..

“우리는 네모 바퀴로 굴러가는 가족이었다.”(p.87) 네모 바퀴로는 굴러갈 수 없다. 애써도 보이지 않는 탈출구를 향한 인물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문장은 소설을 끝낸 후에도 오래도록 남았다. 그래서 짧은 소견으로 유메에게 전하고픈 말 이거.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을 먼저 사랑할 것. 주변 인물과 환경은 탓한다고 변할 것이 아니니 스스로 변화를 추구할 것. 살다 보면 살아지는 게 또 인생이니까.

일본의 저명한 문학상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에 오른 <욕지거리> 개연성 높은 서술과 묘사가 참 인상적인 소설이다. 혹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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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늘 웅진 모두의 그림책 54
조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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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그림책.
초록초록 표지는 이미 기분 좋음이었고
온전히 그림만으로 전하려는 이야기가 몹시 궁금해
아이들이 오기 전에 열어 봤다.
허허허..
이렇게 귀여움 충만한 그림책이라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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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였던 공간에서 너른 공간으로 나온 까마귀는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맞닥뜨렸어요. 이를 테면 아끼던 나무가 고양이의 공격을 받는다든지, 폭우 때문에 나무가 물에 잠긴다든지 말이에요. 거기다 잘 자란 나무의 뿌리 때문에 집이 부서지는 일까지요. 그래도 다행인 건 까마귀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나의 그늘은 너의 그늘이 되었고 우리의 그늘이 되었고 다행인 결말을 보여주었습니다.

세 친구들의 의견처럼 힘을 모으면 뭐든 할 수 있고, 어려운 순간을 잘 이겨내면 멋진 결과가 생길 수도 있어요. 고양이와 새가 어우러지는 편견 없는 세상을 만날 수도 있고요. 작가가 그림책을 만들 땐 분명 의도한 바가 있겠지만 어떤 이들이 읽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잖아요. 또는 같은 이가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를 때 읽으면 이전과 다른 관점으로 읽혀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린 때가 되면 그림책 하나씩 품게 되나 봐요.

그림책의 사이즈에 비해 등장 인물들은 사이즈가 작습니다. 그렇지만 작가가 선택한 구도 덕분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누군가 이야기를 들려 주는 듯 굉장한 집중력을 이끌어 내는 효과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아이든 어른이든 <나의 그늘>에 단단히 빠져드실 거예요.

또하나!
조오 작가의 이전 그림책, <나의 구석>을 먼저 읽고 <나의 그늘>을 만난 독자라면 까마귀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더 따뜻한 시선으로 감상할 수 있으실 것 같아요. 까마귀는 자기만의 구석에서 바깥 세상과 소통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경험을 했으니 이전보다 더 단단해지고 더 다행스럽게 살아갈 수 있겠죠?

아이들과 나눌 그림책을 찾으신다면 여기 조오 작가의 책은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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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넘기는 그림책은 빨라요.
두 번째 넘기는 그림책은 조금 느려지고
세 번째 넘기는 그림책이라면
시간을 먼저 보내야 할 지도 몰라요.

“세상에 그림과 이야기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기에,
제 그림도 누군가에게 다행인 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오 작가의 마음이 당신에게도 부디 따뜻하게,
다행(多幸)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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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부터 챙기기로 했다 -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나만의 경계를 찾는 법 알고십대 4
노윤호 지음, 율라 그림 / 풀빛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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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짐작해 본 내용은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딸에게 건네 주고 싶은 책일 듯 싶었습니다. 한 챕터를 읽고 다음으로 넘어가면 넘어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아이들..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10대 시절을 잘 보냈다 얘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으로 나뉘는 불편한 관계없이, 내 것과 네 것의 존중을 알게 하고, 날 챙기고 아끼고 사랑하게 하는 방법을 말이에요.

:

** p. 112
내가 처한 상황이 진짜 신경써야 할 정도인지
한 번 객관화해보면 어떨까요? 타인이 보는 나에 대해
과하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

청소년기에는 알게 모르게 통과 의례를 거쳐야 할 구간이 있어요. 우리는 그 구간을 ‘사춘기’라 부르지요. 이 시기에 들어선 친구들은 하루 아침에 큰 변화가 일어요. 장난스럽게 나누던 대화는 감정 표현이 1도 안 느껴지는 무뚝뚝한 말투로 단절이 되고, 좋은 날이면 함께 나가 계절을 느끼고 사진도 찍던 일상이 혼자 방에 머무는 시간으로 바꾸어 버리지요. 평소엔 웃고 넘기던 일에 크게 화를 내고 거친 말을 하기도 하고요.

물론 아이들이 자라는 시기에 발생하는 자연스런 단계란 걸 부모는 알지만 갑작스런 변화는 부모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게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제 나부터 챙기기로 했다>를 읽으며 이 책은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이나 학교 폭력에 힘든 시기를 겪은 아이들, 요동치는 감정에 중심이 흔들리는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될 만하겠구나 싶었습니다. 특히나 성에 관련된 이야기는 아이들이 먼저 묻기도 어려운 게 사실일 텐데요. 책에서 잘 다뤄 주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저자는 상담을 통해 만난 아이들의 상황을 먼저 이야기 해주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역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지요. 상황에 따른 저자의 전문가적 조언은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덧붙여져 있습니다. 더군다나 문장을 읽을 때 느껴지는 어조와 말투는 (너희를) 이해하고 응원한다는 듯 부드럽고 천천히, 또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은 후에도 한 편으로는 여전히 무거운 맘이 남아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혹은 부모에게 건네줄 책을 한 권쯤 알게 되었다는 건 참 다행스런 일이지 싶습니다. 본심이 나쁜 친구는 없잖아요. 처음부터 상처 받은 아이도 없을 테고요. 지혜롭게 모든 상황을 대처하는 친구는 더 찾기 힘든 일이고요. 부모와 선생님과 그 외 어른들이 관심을 조금 더 기울이고, 조금 더 이른 대처를 해준다면 아픈 아이들의 수는 충분히 줄어들지 않을까요. 이런 기대가 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좋은 책 정보 공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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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한 톳 - 우리는 불안을 쌓으며 나아간다
이택민 지음 / 책편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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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독립출판물 부스 중에서 눈에 띄는 곳이 있습니다. 한 남자분께서 책의 낱 장을 들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건네고 있거든요.

“읽어 보시고 맘에 들면 다시 오세요.”

자신 있는 멘트에 받은 종이를 구겨 넣으려다 걸음을 멈추고 읽어보았습니다. 길지 않은 문장 속엔 제가 애정하는 작가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었고 호기심이 일어 부스에 다가섰지요. 방문객들 대부분은 그에 대해 알고 오는 눈치였습니다. 더 궁금해진 터에 저도 말을 걸어 봅니다.

아.. 독립출판물 작가이자, 1인 출판사 사장님이라 하시네요. 힘들지 않냐고 물었어요. 힘들다 합니다. 하지만 힘들다 하는 그의 목소리엔 매력적인 즐거움이 있다 말하는 것 같았고 인사치레 같은 웃음 속엔 자신감이 꽤 느껴졌습니다. 책에 대해 더 묻고 싶었지만 다른 방문객이 기다리는 중이라 그들의 질의 응답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잠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허허허.. 너무나 많은 출판물과 출판사 속에서 예상과 다르게 정신줄을 놓아버렸네요. 돌아 오는 길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어째 아쉬운 마음이 들어 온라인으로 책이라도 주문하자 해 놓고는 허허허.. 또 미루기만 했습니다.

소나기가 자주 내리던 어느 달, 어느 날. 모처럼 찾은 독립서점 한 책장에 동일 작가의 책이 몇 권이나 진열되어 있습니다. 어디서 본 듯한 책 표지가 눈에 들어 와요. 아..! 도서전에서 보았던 책입니다. 책방지기님께 물으니 저 작가님의 팬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으시네요. 이런 순간을 인연이라 해야 옳지 않을까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맘에 두었던 책이 독자의 손에 들어왔으니까요. (갖다 붙이자면 끝이 없겠지만 어쨌든..) 제 책장으로 잘 데리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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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123
결국 우리는 비슷한 이야기를 자신의 언어를 빌려 말하고 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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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민, <불안 한 톳> : 우리는 불안을 쌓으며 나아간다
인생의 어느 한 토막에서 한 번쯤은 고민해 보았을 이야기들

제목만 보고는 무척 우울한 글이 아닐까 염려하시는 분들이 계셨다면 오해하지 않으시길요. 그의 불안 안에는 여러 모양의 삶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것들을 읽어 내는 재미가 있는 글이에요.

백 장의 이야기를 들려 주기 위해 우울한 문장을 보여주거나 반대로 재미있는 비유를 들었다거나, 깊은 사고를 위한 노력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비슷한 또래의 독자라면 극공감하며 읽으실 수 있을 듯 하구요. 이 시기를 거친 독자라면 젊은 시절 불안과 고민을 토닥거려 주고 싶으실 듯 해요.

도서전에서 만난 책편사 사장님이자 작가인 그를 보았기 때문인지, 작지만 담긴 글의 무게가 느껴지는 <불안 한 톳>이 맘에 들어 그런지 나머지 책들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응원을 보태고 싶어졌구요. 내년 도서전에서는 자신있게 건네던 낱장 대신 무엇으로 예비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낼지 슬쩍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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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마 어차피 잘될 거니까
정무늬 지음 / 부크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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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블로거들은 글을 발행하기 전, 제목 설정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을까 싶다. (난 평범한 블로거니까 내키는 대로 ㅋㅋㅋ) 키워드 설정을 잘 해낸 눈에 띄는 제목이야말로 방문자 수를 늘릴 수 있는 필요조건일 테니 말이다. 작가들 역시 출간 전 가장 많이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제목이 아닐까. 넘쳐 나는 출판물들 사이 경쟁을 뚫고 독자의 눈에 띄는 제목이야말로 읽히느냐 마느냐가 결정될 타이밍일 테니까.

<걱정마 어차피 잘될 거니까> 자, 이런 제목의 책이 신간 에세이 도서 부문에 자리 잡고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까. 걱정은 해롭다는 듯, 어차피 아는 결말이라는 듯, 극강의 긍정 마인드가 마구마구 느껴지는 책을 보았다면 말이지.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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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하기 좋은 책이란 해시태그를 가끔 사용해요. 책에서 느껴지는 적절한 온도가 우리의 삶을 데울 수 있을 것 같을 때 표시하는 오롯이 제 취향의 추천인 셈이죠.

정무늬 작가의 에세이 역시 여느 에세이처럼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는 글이네요. 하지만 PART 1부터 PART 4까지 당신을 웃기다가 울게 하고 감동하게 하다가 고민하게 만들 글이란 것도 분명해요. 전하는 이야기들은 저자가 일상에서 얻은 소재들이지만 독자와 나누고픈 가치와 조언이 충분히 깃들어 있으니까요!

어설픈 지적이나 반성을 하게 만드는 조언 따윈 잊으세요. 그녀의 조언은 따스함이 있고 그녀의 글은 충분한 위로가 됩니다. 책 표지를 넘기면 ‘어차피 잘될 _____에게 _____가’란 페이지가 보이실 거예요. 막 떠오른 누군가에게 선물해도 좋은 책이지만 이 에세이는 철저하게 내 편이 되어 줄 책이니까 ‘어차피 잘될 나에게 내가’라고 적어 보면 어떨까요.

당신, 조금 힘든 순간을 지나고 있나요? 왜 자꾸 나만 넘어지는지 자책하고 있다고요? 믿었던 사람이 생채기를 내서 많이 아팠다고요? 뭐 어때요. 다 냅둬요~ ㅎㅎ조금 쉬었다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걸요. 걱정하지 마요, 당신은 어차피 잘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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