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골의 꿈 - 전2권 세트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일본은 불교, 유교, 기독교, 카톨릭의 세력이 아주 약하다고 들었다. 세계적으로 널리 믿어지는 종교의 신도 수가 얼마되지 않는다고 한다. 수로 치면 일본 특유의 신교가 가장 많지 안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는 요괴가 많다. 한국 귀신을 생각하면 기껏 처녀귀신, 총각귀신 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일본의 귀신은 수가 너무 많아서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교고쿠도 시리즈도 많은 요괴가 나온다. 우부메, 망량, 광골 등 각 편의 주된 요괴는 하나이지만 다른 요괴도 수없이 많은 거명되고 신사도 다양하게 소개가 된다. 거기다 더해 옛날의 괴담과 전설, 역사적인 인물이나 배경까지 수시로 튀어나온다. 자연히 각주가 많아지고 설명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교고쿠도 시리즈 첫작 우부메의 여름이 나왔을 때 인기를 끌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요괴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나 추리소설의 팬들 일부에게만 회자되는 소설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예상은 빗나간다. 교고쿠도 시리즈는 큰 인기를 끌었고, 세 편이나 나왔으면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 같다.

시리즈의 첫작품 우부메의 여름을 읽었을 때 교고쿠도의 장광설에 질려 버렸다. 소설 전편을 흐르는 괴기스런 분위기에도. 우부메의 여름을 끝까지 읽은 것은 해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교고쿠도가 장광설 끝에 해답을 제시하는 부분에서 놀라버렸다. 이런 괴상한 트릭이라니. 아, 완전히 속았구나. 우롱당했다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서 교고쿠도 시리즈는 다시 읽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웬걸, 두번째 작품 망량의 상자가 나왔을 때, 나는 바로 사서 읽어버렸다. 그래 첫작품은 그렇다 치고 두번째 부터는 어떻게 써나갈 거냐, 하는 오기 비슷한 감정이 들었나 보다. 역시 사건은 기괴하고 앞 뒤가 맞지 않는다. 정말 요괴의 짓일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렇게 일을 벌이다니 수습하기 쉽지 않을걸.

약간은 고까운 감정을 가지고 글을 읽어나갔다. 결말부, 교고쿠도가 완벽하게 해결을 해 버린다. 우부메의 여름 때와 마찬가지로 망량의 상자에서도 어쩐지 놀림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보 취급을 자주 당하는 세키구치가 된 기분이었다.

좋아. 교고쿠도 시리즈는 이젠 다시 안 본다.  그리고 세번째 작품 광골의 꿈이 출간되었다. 결심도 무색하게 역시 읽어버렸다. 이 때부터 긴 시리즈를 구상한 것일까. 거의 1인칭으로 서술했던 우부메나 망량과는 달리 광골의 꿈은 전지적 시점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해서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이게 또 기괴하다. 거의 같아 보이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상하게 꿈을 꾸는 듯 명료하지가 않다. 듣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일가? 뭔가 홀린 기분이다.


아케미의 뒤섞인 기억은 뭐지? 노부요시는 왜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일까?

노부요시를 죽이고 목을 자른 것은 누구인가?

노부요시를 죽인 것은 아케미인가? 아니면 다미에?

바다에 떠다니는 금색해골은 뭐냐? 그리고 그 뒤에 떠오른 머리는?

산 속에서 집단자살한 사람들은 뭐고, 납치된 소녀는 어떻게 된 걸까?

아케미 집에 보관되어 있던 해골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죽었던 노부요시가 다시 찾아온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세번, 네번. 죽여서 목을 잘라도 계속 살아돌아오는 건 어떻게 된거지?

다미에는 어디에 있을까? 죽었을까? 

후루야타 이야기는 또 뭔가? 그리고 그와 같이 사는 목사의 이상한 반응은?


가장 혼란스런 것은 아케미의 정신상태였다. 등장인물들도 그녀를 다양하게 판단했다. 제정신이라는 사람도 있고, 신경쇠약이라는 사람도 있고 미쳤다는 사람도 있고 제정신인데 미친 척 한다는 사람도 있다.


거기에 더해 나는 어쩌면 요괴에 홀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혼란스런 감정과 동시에 걱정이 올라온다. 교고쿠도는 도대체 이 이상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낼 것인가? 우부메와 망량을 읽었을 때의 삐딱한 감정은 사라지고 어느새 교고쿠도를 응원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우부메의 여름과 망량의 상자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것은 요괴이다.하지만 요괴가 진짜 등장하지는 않는다. 교고쿠도의 추리는 합리적이어서 분하지만 승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요괴 짓이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결말지어졌으면 아무리 궁금해도 교고쿠도 시리즈를 계속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광골의 꿈도 요괴의 짓이다, 라는 식으로 결말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요괴의 짓이 아니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설명을 할까. 너무 궁금해서 책장이 마구 넘어갔다. 그리고 결말부의 장면.


추리소설에서 가장 기대되는 장면은 뭘까? 바로 모든 관계자들을 불러놓은 탐정이 사건을 설명하고 범인을 지목하는 장면이다. 여기서는 제령사가 탐정의 역할을 대신하지만 상관없다. 관련된 인물들이 모조리 모인 가운데 교고쿠도는 완벽하게 사건을 해결해 버린다.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는 겸허하게 인정한다. 교고쿠도 시리즈는 외면할래야 외면할 수가 없는 대단한 작품들이다. 나오는 족족 구해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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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2007-04-11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밌는리뷰네요..혹시나 해서 우부메와 망량만 주문해놓고, 광골의꿈은 두작품을 읽은 후 에 읽을지 말지를 판단할까 했었는데 님 리뷰를 보니 광골의꿈도 읽지않을 수 없겠군요 감사합니다 좋은리뷰~~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