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 아이들 작은 책마을 1
리혜선 지음, 이영경 그림 / 웅진주니어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전에는 외국동화를 많이 샀는데 요즘은 한국작가가 쓴 동화책을 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라는 심정으로 책을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서를 표현한 것, 우리의 시각으로 쓰여진 것도 읽혀야 할 것 같아서이다. 다양한 것은 좋은 것이니까.

한국 동화책을 읽다보면 종종 감탄할만한 작품을 발견하게 된다. <구름빵>이 그랬고 <사과배 아이들>이 그랬다. 출판역조가 상당히 심각한 모양이다. 외국 책은 많이 번역이 되는데 우리나라 책은 외국에 잘 소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많은 한국동화를 읽으면서 느낀 건데 우리나라의 여러 출판 분야 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분야는 동화와 그림책인 것 같다.  만약 사과배 아이들이 수출이 된다면 반응이 아주 좋을 것 같다.

1908년 함경북도 산골마을. 창호, 이운이, 영호, 범두, 창선은 즐겁게 살아간다. 하지만 먹구름이 몰려온다. 일제가 나라를 빼앗아 가려고 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일제의 압제하에 아이들이 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청국으로 이주를 하려고 한다. 창호는 걱정이 태산이다. 청국에 가서 잘 살 수 있을까? 창호의 걱정은 이운이 가족이 함께 이주를 하는 것으로 기대로 바뀌고 1909년 마을의 몇몇 가구와 함께 이주를 한다. 간도 땅은 기대와 딴판이다. 낯설고 물설은 곳에서의 삶이 편안할리 없다. 아이들은 척박한 환경과 배고픔에 직면하게 되는데 특히 막내 창선이 적응을 못한다. 병에 걸린 창선은 사과누나라고 부르는 이운이에게 매달려 사과를 달라고 조른다. 만주  땅에 사과나무가 있을리 만무하다. 아이들은 병든 창선에게 사과를 먹이려는 일념으로 고향에서 가져온 사과씨를 땅에 심는다. 기쁘게도 나무가 나오자 아이들은 사과가 열리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 나무는 사과나무가 아니라 돌배나무다. 할아버지는 땅이 추워서 사과나무가 크질 못한다고 말한다. 오직 기대할 수 있는 건 사과나무와 돌배나무를 접지하는 것 뿐이다. 창호는 아픈 동생에게 사과를 먹여주기 위해서 누렁이만 데리고 홀로 고향으로 향한다. 접지할 나무를 가져오기 위해서.

과연 창호는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동생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는 형의 이야기는 많이 접해 보았다. 어쩌면 흔해 보이는 이런 이야기가 전혀 식상하지 않고 감정선을 건드리는 것은 창호의 고생이 내 일처럼, 내 동생의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청호를 비롯한 다섯 아이들이 시골에 가면 볼 수 있는 우리들의 아이이기 때문이다. 그런 느낌이 드는 데는 그림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수묵담채화로 그려진 아이들의 순박한 얼굴은 동네 꼬마를 닮았다. 둥글둥글 모난데 없이 착해 보이는 얼굴이다. 서양 동화에 그려진 아이들은 대개 영리한 얼굴이다. 어떤 때는 영리하다 못해 영악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영경님은 아이들이 내 동생처럼 느껴지도록 그림을 그려놓았다. 그 때문에 읽는 내내 아이들을 응원하는 심정이 되었다. 눈덮힌 산골을 누렁이만 데리고 걷는 모습, 어두운 밤 모닥불에 의지해서 늑대와 싸우는 모습. 이런 그림들이 이야기를 더욱 깊이있게 만들고 글의 구절들을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살아나게 만든다.

사과배 아이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최창호 할아버지는 갖은 고생 끝에 사과배라는 신품종을 탄생시켰다. 결국 접지에 성공한 것이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사과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동생에 대한 사랑의 힘이 아니었을까.

사과배 한 번 먹어봤으면 좋겠다. 구할 수 있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