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돌개바람 7
앤 카메론 지음, 김혜진 옮김, 토마스 B.앨런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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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에게 책을 사다주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사랑하게 조카에게 선물을 하라고 강요할 때도 있고 바쁘니 대신 사다주라는 때도 있다. 취미가 독서라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데 그 때문인 듯 싶다. 책을 사주라고 할 때는 반드시 따라붙는 두 가지 유의사항이 있다.

하나는 공부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공부와 과련이 된 것 혹은 직접적 관련은 없어도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책. 그러니까 집이 가난해서 너무 공부를 하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없는, 그래서 괴로워하는 아이가 나오는 동화 같은 것 말이다.

두번째는 교훈이 있어야 한다. 책을 읽은 후에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웃어른을 공경해야지, 공중도덕을 잘 지켜야지, 등등의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나 자식이니까. 부모의 말을 따라야 되겠지. 그래서 조건에 맞는 책을 고르기 위해 손 가는 데로 책을 뽑아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다 큰 어른이 아이들 대상의 동화책을 쉬지 않고 읽어대야 하는 건 솔직히 곤욕스런 일이다. 나중에는 그냥 아무거나 사가자 하는 마음까지 들 정도였는데 다행히 보석 같은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동화의 배경은 과테말라이다. 일본이나 영미권 유럽을 벗어났다는 것이 우선 마음에 들었다. 후안은 산 파블로라는 절벽이 둘러싸고 있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가출을 하는 바람에 살 길이 막막해진 어머니는 후안을 데리고 할머니 댁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어머니는 양아버지가 될 남자를 만나게 되고 후안을 떼어놓은 채 시집을 간다. 친아버지에 이어 어머니와 양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은 후안한테 의지할 사람은 이제 할머니 뿐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후안은 구두닦이가 된다. 학교에 갈 나이가 된 후안은 학교에 다니고 싶지만 돈을 벌어오지 못하면 할머니가 자신을 버릴까봐 전전긍긍 하며 말을 꺼내지 못한다.

읽는 내내 가슴이 찡했다. 어머니가 낳은 이복동생이 너무 부러워서 때려주고 싶지만 동생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때리지 못하는 착한 후안이 안쓰럽고 사랑스럽다. 이런 상투적인 감상은 적고 싶지 않았지만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후안이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정말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는 쉬지않고 노력해야 한다.'  '왜 어떤 사람은 잘 살고 어떤 사람은 못 사는가,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어떤 나라는 못 사는가 하는 것을 알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같은 구절은 가슴을 울리는 점이 있다. 위 구절에서 봤듯이 이 동화는 누나가 요구하는 조건(공부할 의욕을 북돋우고 교훈을 줄 수 있어야 한다.)에 완벽하게 부합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산 것은 조건에 부합하기 때문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재밌게 읽었고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구입한 것이다.

끝으로 마지막의 인상적인 부분을 덧붙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어디인가요?

떳떳하게 있을 수 있는 곳, 네 자신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곳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란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곳. 후안에게는 산 파블로가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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