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게임 작가의 발견 1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요근래 많이 나오는 일본소설들을 읽어보면 성향이 확연히 다르다. 한 쪽은 아주 가벼워서 편하게 읽힌다. 사회문제 같은 무거운 주제도 가볍게 소화시켜 버린다. 분량도 짧은 편이어서 읽기에 부담이 없는 작품들이 많다. 다른 한 쪽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일본 특유의 병적인 느낌이라고 하면 적절할까. 어쩐지 축축하고 수렁에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토다 다카시의 <시소게임>은 두 가지 느낌을 다 가지고 있는 단편집인데 딱히 구분하면 후자의 느낌이 더 강하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미스터리적인 작품인데 한 쪽 발을 호러 쪽에도 걸치고 있다. 머리털이 쭈뼛거리는 느낌을 주는 단편이 꽤 있다. 작품 전반에 깔려 있는 유머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유머가 아니라 쓴웃음이 머금어지는 블랙유머이다.

<시소게임>에는 15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는데 기발한 반전이 등장하는 단편이 몇 개 있다. 이런 단편들은 오 헨리를 떠올리게 하는데 오 헨리의 반전이 밝다면 이 쪽의 반전은 회색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악의가 블랙유머에 실려 기발한 반전과 함께 날아간다. 특히 부부간의 악의가 묘사된 작품이 많은데 남편이 아내를 아내가 남편을 해치려고 궁리하는 모습들은 불쾌하면서도 어쩐지 유쾌한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15편의 단편들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사망진단서이다. 준코는 3년 전에 중풍으로 쓰러진 시어머니의 병수발 때문에 생활이 엉망이 된다. 살림은 어지러워지고 좋았던 남편과의 관계도 삐걱거리고 어린 딸도 어두워지는 것 같다. 그 상황에서 임신까지 하게 되자 괴로움은 더욱 가중된다. 결국 수술을 하기로 결심하는데 그녀이 남편 료이치가 옛날 이야기라면서 어머니와 얽힌 묘한 이야기를 한다. 남편의 이야기가 참 흥미로운데 막판에 재밌는 반전까지 일어난다. 훌륭한 반전이다. 이 한 편의 단편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결말부에 료이치가 아내에게 하는 말, 오빠에게 다녀오라는 부분에서 묘한 웃음이 나왔다.

사망진단서 다음으로 좋았던 단편은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였다. 어두운 밤, 열일곱 명의 사람이 모여 놀다가 재미로 괴담을 이야기한다. 이런 분위기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그 때문일까 상당히 재밌게 읽었다. 사이타 라는 청년이 어릴 때 경험담이라면서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를 끝마치고 하마타 레이조를 쳐다보는 장면은 상당히 오싹하다. 성숙한 처녀에게 품는 소년의 풋연정이 잔잔하게 그려지다가 돌연 미스터리로 변하고 마지막에 호러스럽게 결말을 내는 것이 인상적인 단편이었다.

이 외의 단편들도 저마다 독특한 향기를 풍긴다. 기차를 탈 일이 있어서 역에 가는 길에 서점에 들려 급하게 샀는데 만족스러웠다. 덕분에 지루하지 않은 기차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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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sf 2006-10-27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물상자님이 표제작 <시소게임>이라고 설명하신 내용은 줄거리로 보아 아마도 첫번째 단편인 <사망진단서>인 듯싶습니다.
저는 <사망진단서>와 <행복을 교환하는 남자>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 등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보물상자 2006-10-27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렇군요. 착각했습니다. 리뷰를 수정해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