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가게 찰리의 행복하고도 슬픈 날들
다니엘 키스 지음, 김인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휴고상 수상작이다. 케이비에스가 이 소설을 미니시리즈로 만든다기에 예전에 사놓고 아직 읽지 않았던 책을 꺼내 읽었다.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을 꽤 접했고 사전에 어떤 내용인지 대강 알고 있었던 지라 센치한 감정에 젖기를 바라고 읽기 시작했다. 왜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어쩐지 울고 싶은 날 말이다. 이날 나는 슬픈 책을 읽고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그 눈물 뒤에 찾아오는 나른한 평안에 젖고 싶었다.

계획대로 초반부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찰리는 정신지체를 가진 아이큐 70의 성인이다. 좋은 친구를 가지고 있고, 그들도 자신을 좋아한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달랐다. 수술과 호르몬요법을 통해 머리가 좋아진 그는 친구로 생각했던 이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 깨닫게 되고 괴로워 한다. 그리고 예전의 고통스런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그때는 몰랐던 사실들을 지금 좋아진 머리로 깨닫게 되면서 힘들어한다. 머리가 좋아지면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란 기대는 깨어지고 오히려 친구들까지 떠나간다.

이때쯤 읽으면서 눈물이 말라가고 감정이 건조해졌다. 재미도 조금은 시들해지고 딴 생각도 떠올랐다. 앨리스와의 연애가 흥미를 끌 뿐이었다.(그녀와 잘 수 있을까?)

그 이후 퇴행이 시작된 찰리가 원래로 돌아간다. 그 과정의 고통과 어머니, 동생과의 화해, 그리고 앨리스와의 사랑과 이별.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다시 눈물이 났다.

'어쩌다 우리 집을 지나갈 일이 있으면 뒤뜰에 있는 엘저넌의 무덤에 꽃을 바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원제는 <엘저넌에게 꽃을>이다. 원제가 번역본 제목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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